어제 집사람과 함께 밀양 산내면 가인리를 다녀왔다. 어제 갔다가 아침에 왔으니 1박2일인 셈이다.
일흔 중반인 친구가 오늘 배타러 나간다고 우리 부부를 초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남들 같으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추구할 나이지만 그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다.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첫째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또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건강과 기술및 자격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도 한때는 잘 나갔던 사람이다. 선박관리업으로 떼돈을 벌자 돈을 물쓰듯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져 그만 두고 카인테리어 회사를 차려 사업을 확장하다가 IMF를 만나 빚을 졌다.
셋방 얻을 돈이 없어 길가에 나 앉게 되었을 때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배를 타기 시작해서 40년 이상 배 승선 경력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를 두고
해대 학훈인 '바다에 매골'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고 '표창장을 주자!'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어제 오후4시쯤 집을 나섰다. 집에 있던 차를 막내가 끌고 나가버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기에
지하철2호선을 타고 사상역으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밀양으로 갈 작정이었다. 친구가 맥주를 좋아하기에
맥주5캔과 와인 한 병을 준비했다. 사상터미날에 도착하여 매표구에 서서 밀양가는 표를 달라고 했더니
밀양가는 버스가 방금 떠났는데 다음 버스는 7시에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친구한테는 6시쯤 밀양도착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해 놓았는데 7시면 너무 늦다고 생각되었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다시 지하철을 타고 구포역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갈 참이었다.
덕포역에서 2호선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구포역에 도착하였다. 창구역원에게 밀양가는 열차시간표를 물어보니
제일 가까운 게 6시21분 새마을호였다. 밀양도착시간은 6시44분으로 돼 있고 기다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 그 표를
달라고 하니 경로 할인 적용하니 1인당 3400원이었다. 플랫폼으로 나갔더니 고객대기실엔 에어콘이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새마을호를 탔더니 좌석도 넓고 조용하고 실내가 깨끗하였다. 차창밖으론 황톳빛으로 물든 낙동강이
계속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열차는 정시에 밀양역에 도착하였다. 개찰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더니 친구부부가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밀양시내를 빠져 나가 얼음골이 있는 산내면 가인리로 향했다.역에서 대략30~40분 떨어진 거리라고 했다.
내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을 때인 20~30년전에 나이가 든 교수들이 밀양에 별장을 갖겠다는 붐이 일었다. 정년퇴직 하면
경치 좋은 시골에서 채소나 키우면서 소일하겠다고 너도 나도 새집을 짓거나 헌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였다. 몇사람은
아직도 밀양에 살고 있고 또 몇사람은 나이들면 병원이 가까워야 된다며 도로 나온 사람들도 몇명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집은 본래는 친구의 큰 딸인 세무공무원 시부모가 마련한 것인데 몇년전 시어머니가 갑자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8순인 시아버지 혼자 계시는데 시골에 혼자 거주하시기에 불편하여 자기네들이 별장으로 보통 주말에 한번씩
들린다고 하였다. 아무리 좋은 별장도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금세 상하기 마련이라 휴가로 쉬고 있던 친구가 채소도 가꾸고
폴도 뽑고 자주 들른다고 했다. 별장 정원에 나와 서서 보니 저멀리 가인저수지도 보이고 억산(954m)에 붙은 운문산 군립공원
과 북암산(807m)이 우뚝 솟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