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밀양 친구 딸아이의 별장에 놀라갔다가 얻어 온 상추 쌈을 저녁때 혼자서
식사할 때 씻어서 쌈을 싸 먹었다. 싱싱한 상추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 스러웠다.
상추쌈에는 양념장이나 젓갈이 필요하다. 나는 양념장 보다는 젓길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집 냉장고 문을 열면 내부에는 각종 젓갈류가 절반을 찾이하고 있다. 가장 흔한 멸치젓갈,성게
알젓, 황새기젓갈,조기젓갈,멍기젓갈,어리굴젓,새우젓,갈치젓,갈치속젓,오징어젓,조개젓 등등이다.
갈치속젓은 두어달 전 부전시장에 가서 사 온 것이다. 여러 젓갈중에서도 갈치 속젓을 좋아하는
것은 비릿내가 나지 않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집은 마산 변두리 산호동
바닷가에 있었다. 산호동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아낙네들은
바닷물이 나면 해변가에서 조개를 잡거나 파래를 뜯어 팔아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집도 바닷물이 찰랑대는 해변가에 있었고 부근에는 갈치막이 있었다. 여름에 갈치가 많이 잡힐
때는 갈치를 내장을 빼고 손질해서 햇볕에 말려야 했다. 소금으로 간을 해서 파는 데도 다 팔리지 않기
때문에 말리지 않으면 상해서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갈치를 손질하는 아낙네들은 품삯으로 갈치 속을
가져 갔는데 그것을 팔아서 품삯으로 대체했고 업자들은 갈치 속(창자)을 모아 젓갈을 담았다.
동네 불량배들은 갈치막에서 갈치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 약간 꼬들꼬들할 때 주인 몰래 몇마리 걷어서
불에 구워먹는 것을 보았다. 요즘도 해안에 붙어 있는 포항, 울산,부산,마산,여수 등지 식당에서는 말린
갈치가 반찬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옛날 향수가 배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별로 맛을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더구나 먹는 방법을 모르고서는 잔잔한 뼈가지가 많아 뼈를 발라 먹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