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오명현
퇴근할 때 큰길 벗어나 박재궁 쪽으로 접어든다
강냉이 쌀 율무 보리쌀 떡국을 튀긴 뻥튀기봉지들이
1톤 트럭을 채우고 길거리에까지 나앉았다
가격도 이천 원부터 만 원까지 제각각
주렁주렁 매단 백열전등 아래서 빛나고 있다
차를 멈추고 창문을 내리면
숙자네 이모처럼 작달막한 아짐씨가
눌러 튀긴 뻥튀기 석 장을 재빠르게 들이민다
맛보라고 주는 것인데 뻔히 살 것을 알았으니 덤이겠다
금요일에만 서는 그녀의 가판점은
이천 원짜리 주전부리로 채우는 주말이 늘 먹잇감이다
아내가 운전하면 뻥튀기 가판점 앞에 차를 세운 적 없고
조수석에 앉은 때는 창문 연 적 없다
제법 준엄하게 어르고 달래기만 할 뿐
맛배기 석 장을 마저 먹는다
소란한 녀석들의 발자국 소리처럼 부스럭대다가
부스러기들 풀풀 날다가
사카린 맛에 흠씬 빠진 녀석들처럼 옷에 붙는다
몇 살이었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한
평지촌 복판에 있는 도청都廳 마당
튀밥 장수의 출현 신호는 대포 한 방이면 족했다
성광이 덕량이 길만이
조무래기들 등쌀에 손든 비서리떡[宅] 능주떡 호로실떡
강냉이 콩 보리쌀 한 됫박씩을 튀긴다
부풀대로 부푼 튀밥은 튀어나와 철망 포대를 채우지만
어쩌다 틈새로 빠져나온 튀밥 몇 알 주우려
연기 속 조무래기들은 이저리 뛰느라 난리통이다
도청에 혼자 사는 고자 삼만이 아재도 덩달아 분주하다
내 나이 그때 삼만이 아재보다 한참 많지만
박재궁 가는 길목으로 접어들 땐 괜히 분주하다
혼자서 꾸는 달콤한 꿈은 부풀대로 부풀어서
새 봉지의 매듭을 풀까 말까 망설인다
첫댓글 뻥튀기 아저씨, 뻥이요! 하고 외치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잡아 당겨 지나칠 수 없었지요.
아련한 추억을 되돌려 봅니다. 울 엄니는 영광떡 (댁)이었는데....
나영애 시인님은 무슨 떡이라요?
집사람은 뻥튀기 좋아하는 저를 이해하기 힘든 동물(?)쯤으로 봅니다.
저도 그람 동물? 다이어트할 때 아쉬운 음식을 잊을 수없어
뻥튀기를 먹으면 맛도 있고 아쉬움 달래기도 하고 고소해서 맛이 좋은데....
저는 나주떡이라고해야할까? 다시떡이라고 해야할까? 이쁜 댁호를 생각해 봐야겠네요.
모두 예쁘십니다.
떡도 튀밥으로 튀길 수 있습니다.^^
글 안해도 튀겨놓은 것처럼 북데기가 큰디
나주떡을 튀기면 얼마나 더 커질지 아찔합니다. ㅎㅎㅎ
뻥튀기와 다불어 생각나는 옛날이 고소합니다.
장이 가까워서인지 우리 동네에는 뻥튀기 장수가 잘 오지 않았지요. 하얀 연기와 함께 쏟아지던 하얀 튀밥들.
언제 튀밥 좀 사다 먹어야 겠습니다.
오리구이집에를 갔는데 한켠에서 뻥 튀기고 있더군요.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나 했는데 봉지 하나에 1,000원씩
팔고 있더군요. 그냥 옆으로 튀어나온 몇 알 주워 먹고 말았습니다.
뻥튀기가 유년의 추억들을 신명나게 몰고 오는군요.
선생님 말씀처럼 신명나게 그리고 싶은데 역부족입니다.
그래도 들어선 길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쌀도 튀기고 누룽지도 튀기구요 옥수수도 튀기고
암튼 뻥튀기 아저씨 오시는 날엔 종일 펑펑 그 소리가 무서우면서도 끌려서
튀밥 좀 얻어먹을까 어슬렁거렸던 생각이 나서 한참 미소지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랬던 버릇이 유전자로 남아 뻥튀기 가판점에서 머무르는 것이 저 혼자만의 생태는 아닌 모양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