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멋이란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만의 옷을 입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멋은 비워있다. 겸허하다. 누구보다 더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겸허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 60살이 넘으면 속웃음도 겉으로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마음과 표리일체된 그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전념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못하는 느낌도, 누구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도, 어느 누구를 앞질러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에서 즐겁고 맑은 자신감이 솟아나오게 된다. 해남읍 대흥사우나 정성순 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행복하다는 말이 입 밖에서 맴돌지 않는다. 다소곳이 웃음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 살아갈 분량은 충분한 듯 보였다. 정성순 씨는 해남군 우수영에서 1남 4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평생 교육자였고 교장으로 정년을 하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교장선생님 큰딸이라면 우수영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했다. 우수영 중화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도시 유학길을 올랐다. 자식들 모두 교육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해 주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직접적으로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더 큰 어버이의 은혜를 주었다. 아버지는 제자 학생들에게 잘했고 어머니는 이웃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할 때 육성회비를 못내 학교를 다니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어떻게 하서든 학교를 마치게 했다. 어머니는 어려운 이웃들이 찾아오면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극성스러울 만큼 챙겼다. 그때는 누구네 집이 더 있고 없고 별 차이가 없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정만큼은 풍요로웠다. 있으면 더 나눴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다. 이러한 부모의 은덕이 그때그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고 목욕탕을 신랑과 함께 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부모라는 그늘을 알게 됐다. 목욕탕을 하게 되니 많은 사람을 대한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이 친정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한단다. 부모는 키울 때만 부모가 아니라 먼 훗날에도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죽어서도 그 은덕은 자식들에게 전해 받게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지게 됐다. 정성순 씨는 해남읍 대흥사우나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하루는 대부분 카운터에서 있다. 하루 내내 여기에 있으면 갑갑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자연스럽다”고 했다. 목욕탕에 들어오는 손님보다 목욕을 하고 가는 손님을 더 중요시한다. 그것은 한 두 번 마주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 한마디 더 건네고 정담을 나눈다. 해남읍 대흥사우나는 한 개인이 운영하고 있지만 공공성이 다분하다. 그러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해남이 살기 좋은 고을이 되기를 원한다. 앞으로 지역사회가 발전해야 한 개인도 좋아지는 법. 그렇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란다. 정성순 씨의 얼굴을 보면 명경을 보는 듯하다. 그녀의 앞에서 허튼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강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여린 데가 있다고 한다. 길가에 어린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그녀 들꽃은 더 애틋하게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담대한 신앙도 가지고 있단다.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그녀는 아들 하나를 두었다. 아들 하나이기 때문에 귀하게 키우지 않았다. 물론 지인들에게 밥 한 끼니 기분 좋게 사는 것은 좋으나 그것을 겉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하지 말라고 했다. 절약은 인색함과 전혀 다르니 어릴 때부터 습관화 시켰다. 아들은 대흥사우나 2호점을 열었다. 아버지 대업을 이어간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도 홀로 독립을 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어느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목욕업을 한다고 해서 아들에게 특별하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경험을 쌓아 터득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들은 잠깐 마주쳐 지나간다. 특히 대중을 상대하다 보니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꺼낸 내면까지는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조금만 마음의 눈을 띄면 안다. 정성순 씨의 아름다운 내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