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에서 자취생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먹는 문제다. 혼자 지내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은 정처가 있으니 거주하는 덴 아무 문제가 없다. 멋지고 값비싼 옷은 없지만, 철 따라 바꿔입을 옷 있겠다, 겨울엔 추위에 떨지 않을 정도는 입고 다니니 그 또한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꼬박꼬박 다가오는 끼니를 해결하는 건 성가시고 참 버거운 일이다.
점심은 일터 구내식당에서 먹지만 아침과 저녁 식사만은 숙소에서 챙겨 먹으려니 여간 번거롭지가 않다. 아침을 미숫가루와 삶은 달걀 같은 것으로 대신할까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그 또한 번거롭고 시간도 엇비슷하게 잡아먹기에 포기하고 말았다. 저녁은 사 먹어도 되지만 날마다 그럴 순 없고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도 청승맞겠다 싶어 숙소에 와서 차려 먹는다.
아무튼, 하루 두 끼를 꼬박꼬박 차려 먹자니 반찬이 문제다. 장거리 운전이 싫어 집에 오갈 때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므로 집에서 반찬 싸 오기가 어렵다. 아내도 직장생활 하느라 피곤할 테니 반찬 싸달라는 게 내키지 않아 몇 번 사양했더니 요새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다. 숙소 근처 마트에서 파는 반찬을 사다 먹자니 너무 달고 자극적이라 그 또한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니 직접 만들어 먹는 것 말고 달리 방도가 없다. 일요일 집에서 일찍 출발해 낮에 충주로 돌아오는 건 순전히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다. 부식 몇 가지를 사 들고 숙소에 돌아와 반찬을 만드는 데는 보통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비좁은 부엌에서 또닥거리며 양념 준비하고 재료 손질해 데치고 무치고 조리는 과정을 거쳐 너덧 가지 반찬을 만들고 나면 허리가 무지근하다.
물론 화학조미료는 한 톨도 안 넣고 심심하게 원재료의 맛을 내고자 노력한다. 주로 만드는 반찬은 시금치무침, 콩나물무침, 느타리/표고버섯볶음, 꽈리고추멸치조림, 달걀조림, 감자조림, 두부조림, 양배추찜 등이다. 음식 솜씨는 좀 있는지라 만들어 놓고 보면 그럴싸하다. 그것들을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은 뒤 일주일간 먹을 밥을 짓고 식혀서 한 끼 분량씩 담아 냉동실에 넣고 나면 비로소 휴일 부엌살림이 끝난다.
그렇게 수고를 다한 후라야 밥걱정, 반찬 걱정 없이 한 주를 연명할 수 있다. 간혹 오징어볶음이나 낙지볶음, 닭볶음탕, 생선구이 같은 게 먹고 싶으면 그때그때 재료를 사다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십첩반상이 차려지기도 한다. 내용 면에서는 여느 가정집 밥상 못지않다. 혼자 차려 먹는 밥이지만 구색은 다 갖추는 셈인데 간혹 너무 많이 먹는다 싶어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이런 절차가 귀찮아지는 데 있다. 나이 들어가는 징후일 것이다. 가끔 알약 하나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마저 사라진다면 삶이 얼마나 황폐할 것인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그것만도 사실 고맙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꼼지락거리는 게 내 건강을 위해서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날 일은 아니겠다 싶다.
그래도 먹고사는 건 이래저래 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