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매년 교구사제총회 때 유언장을 씁니다.
주교님이 유언장에 자신의 장례미사 중 입당과 퇴장성가를 적어보라 했습니다.
입당인지 퇴장인지 정확치는 않은데
가톨릭 성가 49번 옹기장이 라는 성가를 유언장에 남겼습니다.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과 같이, 님 뜻 따라 나의 삶이 빚어지리니’
이런 가사의 성가입니다.
신부가 될 때 그런 묵상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옹기장이셨고 나는 그 손에 쥐어진 거친 진흙이었습니다.
이 거친 진흙을 유용한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저의 주변환경을 잘 정리하시고,
나를 이렇게 저렇게 만들고 계십니다.
나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가난하고 부족한 모습의 진흙을 가지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위해 주변환경을 만드시는 손길을 묵상합니다.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에게 천사를 보내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의 오심을 기획하시고 준비하시는 하느님의 손길.
오늘도 그분은 우리들을 좋은 그릇으로 쓰기 위해
주변의 환경을 만들고 계십니다.
거칠고 보잘 것 없는 나를 다듬고, 깍아내는 하느님.
그래서 때로는 아프지만
얼굴에 진흙을 묻혀가며 나를 보시는 천진한 그분의 웃음을 묵상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