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부상' 이란 단어는 반드시 피해가고 싶은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몸' 이 곧 자신의 재산인 운동 선수들에게 부상은 치명적일수밖에 없다. 당장 경기장에서 뛰지 못한다는 것 외에도, 장기적으로 볼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크게 위축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 희귀한 부상을 당했을 때, 또는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상을 당했을 때 이런 압박은 더 심해진다. 전 독일 국가대표팀의 수비수이자, 00/01 시즌 리버풀의 성공가도에 큰 역할을 했던 마르쿠스 바벨(Markus Babbel, 그는 길랑-바레 바이러스라는 희귀병에서 돌아온 바 있다) 은 아직까지 운동능력이 전성기 시절로 100% 돌아가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희귀한 병에 걸려,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았지만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온 선수가 하나 더 있다. 작년 박싱데이(12월 26일)에 벌어졌던 찰튼 어슬레틱과의 경기 이후 'Dead Leg' 라고 불리는 희귀병에 걸려 생명에 지장을 받았던 토튼햄 핫스퍼의 왼쪽 윙백 크리스티안 치게(Christian Ziege) 가 그 주인공이다. 오른쪽 다리의 혈관들이 파열, 허벅지 근육이 붉게 부어오른 것. 자칫 잘못하면 대동맥이 터져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치게는 즉시 두번의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02/03 시즌 토튼햄의 전력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마지막 라운드에나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이것은 토튼햄 뿐만 아니라, 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 대표팀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치게 본인이 "코끼리가 다리를 짓누르는 것과 같은 고통" 이라고 말했을 정도이고, 의료진들도 수술이 30분이라도 늦어졌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었던 희귀병이라고 묘사한 이 병 덕분에 치게는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치게는 팀의 여름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해 냈다고 전해지며, 새로운 시즌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치게 - "난 내가 나의 자리로 컴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서포터스들은 내가 더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기분은 좋으며,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어떠한 나쁜 요소도 찾아볼 수 없다"
"난 여름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해냈고, 별다른 이상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AC 밀란을 거쳐 미들스보로를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생활을 시작한 치게는, 보로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기대를 받으며 리버풀로 이적했으나 제라드 훌리에 감독의 전술에서 비교적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후 토튼햄으로 이적한 치게는 특유의 정교한 왼발을 이용해 토튼햄의 전력향상에 큰 공을 세운 선수이며, 지난시즌도 부상을 전후로 토튼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중 하나였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독일 대표팀의 왼쪽 윙백으로 뛰면서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뛰어난 활약을 보인 바 있다.
올 시즌 치게는 아마도 오른쪽 다리에 큰 흉터를 가지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 상처가 치게에게 득이 될지, 아니면 실이 될지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으나 아무튼 생사의 기로를 넘어 그라운드로 컴백한 치게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그가 건강하게 남은 커리어를 마무리 할 것을 희망해본다.
[사진:지난시즌 아스날과의 '북런던더비' 에서 그림같은 프리킥골을 터트리고 난 후 환호하는 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