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은 불법, 먹는 건 괜찮은 개고기 모순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포퍼먼스 기자회견. 배우한 기자
작년, 윤석열 대통령은 '식용 개는 따로 키운다'면서 반려견과 식용견이 다른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만약 위 발언이 반려견과 식용견이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라면, 이는 타당하지 않다. 내가 집에서 기르는 몽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견으로 취급되지만, 개농장 주인이 몽이를 기른다면 축산법에 따라 식용견으로 취급된다. 즉 사람이 어떠한 목적으로 기르는지에 따라 개의 법적 지위가 바뀔 뿐이고, 개의 본질은 반려견이든 식용견이든 동일하다(실제로 소형견이나 품종견이 식용으로 사용된 사례도 존재한다. 상세한 것은 지난 1월에 기고한 '동물보호법과 특별법의 현저한 격차들'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그렇다면 개고기는 불법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고기를 먹는 것은 불법과 합법이 공존하고, 개를 죽여서 개고기를 만드는 것은 명백하게 불법이다. 개별법을 보면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축산법'은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법으로, 축산물은 가축에서 생산된 고기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축산법은 개를 가축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개고기 역시 축산물에 해당한다(여담으로 개가 가축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농장이 정부의 귀농귀촌 창업자금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고, 수년 전 이를 악용한 스마트팜 사기가 유행했었다). 즉, 축산법에 따르면 개고기는 합법이다.
그리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가축의 사육·도살·처리 및 축산물의 가공·유통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개는 이 법에서는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개의 도살방법이나 가공·유통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도 전혀 없다. 이를 해석함에 있어 '개는 가축이나 식용 목적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고기는 불법이다'라는 의견과 '개고기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으니 개고기는 합법이다'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편 '식품위생법'은 모든 음식물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식약처장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에 대한 기준(식품공전)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식품공전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식품을 파는 것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식품공전은 개고기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개고기를 파는 것은 불법이다(다만, 식약처는 개고기의 불법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개 전기도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18년 대법원은 전기봉으로 개를 감전사시키는 행위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동물학대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개를 죽이기 위해 목을 매달아 죽이거나 전기로 감전사시키는 방법이 사용됐는데, 위 판결에 따라 위 도살방법 모두 불법에 해당하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이 개고기 자체의 불법성이 애매한 상황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 개 도살방법 자체가 불법이라고 선언해버렸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개 도살방법은 무엇인가? 아무도 모른다. 소와 돼지 등의 인도적인 도축기준에 대해서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개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으므로) 연구된 바가 전혀 없다. 우리나라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를 죽여가며 고통을 최소화할 방법을 독자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이상, 합법적으로 개를 죽이는 방법은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법률과 판결 사이의 모순은,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 정리해야 한다.
최근 아시아권에서도 활발하게 개 식용이 금지되고 있다. 홍콩과 필리핀은 수십 년 전부터 개 식용을 금지하고 있고, 대만의 경우 2017년부터 개 식용이 금지됐으며, 중국 역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2020년부터 개 식용 금지가 입법되고 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도 조속히 개 식용을 금지하는 입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한재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