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WE DIE 우리는 왜 죽는가
필자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1952년 인도 태생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자생물학자다. 2009년 ‘토마스 스타이츠’, ‘아다 요나트’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의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이야기를 들어 보자.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한다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문화권은 죽음이 끝임을 거부하는 믿음과 전략을 발전시켰다. 불멸성의 추구는 인간 문명을 이끈 동력이다. 플랜A는 영원히 최대한 오랫동안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 건). 플랜B는 죽은 뒤에 육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플랜C는 육체가 썩고 부활할 수 없더라고 우리의 정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영혼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플랜D는 우리가 남긴 작품이나 기념물이나 생물학적 자손, 즉 우리의 유산을 통해 계속 살아간다는 생각이다. 모든 인간은 언제나 플랜A를 실천하면서 살아가지만, 다른 플랜은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지는 문화마다 다르다. 힌두교와 불교는 플랜C를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이 죽지 않는 영혼을 가지고 있으며, 죽은 후에도 그 영혼이 새로운 몸, 또는 다른 생물종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플랜B와 플랜C를 모두 받아들인다. 영혼 불멸하는 영혼을 믿지만, 동시에 우리는 죽은 자의 육신에서 다시 살아 일어나며 언젠가 심판을 받는다. 이런 생각 때문에, 화장을 금지하고 신체의 손상을 없이 매장을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플랜D는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장대한 무덤을 짓고 파라오의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 내세에 그 육신 그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진시황이 죽자, 플랜B와 플랜D를 결합해 극단까지 밀어붙인 결과 진시황릉의 무덤에서 나온 병사와 말 모형이 장대하다. 그는 49세에 죽고 역설적이지만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먹은 온갖 독성 물질 때문에,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었을지 모른다.
세계 각국은 노화의 원인을 알아내고 건강을 유지함에 시급해졌다. 그러자 건강에 관한 책 중 실용적인 조언을 하는 책도 있고,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품위 있게 최후를 맞이할 것인지에 관한 책도 있다. 나이가 드는 것은 큰 저택에서 점점 작은 공간에 몸이 묶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과학이 문을 열어젖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리가 사는 도시는 세포와 마찬가지로 성장하고 사멸한다. 죽음에 관해 말할 때 우리는 이런 종류의 죽음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죽는 것인가? 죽는 순간에도 우리 몸속 대부분의 세포는 여전히 살아 있다. 세포보다 더 많은 세균도 몸 안에 존재한다. 죽는다고 할 때 우리는 일관성 있는 전체로 기능이 멈춘다는 것이다. 죽음은 노화의 결과다. 노화는 우리를 구성하는 분자와 세포에 화학적 손상이 축적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정신적 능력이 줄고 결국 개별적 존재로서 일관성 있게 기능하지 못한다. 노화에 의한 쇠락은 차츰차츰 일어난다. 그러다 결함이 커지면 노년의 질병들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 전체의 기능이 멈추면 죽음을 맞는다.
죽음은 어쩌면 새로운 세대들이 번영하고 자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늙은 개체들이 쓸데없이 살아남아 밥이나 축내고 자원을 두고 경쟁하지 않게 하려는, 그럼으로써 유전자 생존을 확실히 하려는 자연의 법칙이 아닐까? 이런 생각은 기원전 1세기에 살았던 로마 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틀렸다. 개체를 희생해 집단을 이롭게 하는 유전자는 집단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속임수 유전자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 유전자는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죽게 하여 집단에 이익이 된다. 어떤 사람에게 이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돌연변이가 생겨 남보다 오래 산다면, 그는 집단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자손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결국 돌연변이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폐경은 여성이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그래서 충분히 오래 살면서 이미 낳은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생물학적 장치로 생겨났을지 모른다. 여성이 손주들을 돌보는 데 참여함으로써 생존 가능성과 생식능력을 향상하게 시킬 수 있어야 오래 사는 것이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동물의 열량 소모율과 몸무게 사이의 비례관계를 ‘클라이버 법칙’이라 한다. 햄스터에서 고래에 이르는 다양한 동물이 있지만 평생 심박수는 15억 회로 동일하다. 인간의 심박수는 30억 회로 2배이다. 이유는 지난 세월 기대수명이 2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먹이를 구하려면 움직이는 대사 속도가 빨라야 한다. 어떤 종이건, 신체 크기만 알면 비례 법칙을 이용하여 먹이 섭취량과 심박수 수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필자는 장담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사망 위험이 매년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망 원인은 계략 7년마다 두 배가 되었다. 25세인 사람이 다음 1년 사이 죽을 확률은 0.1%다. 그러나 60세에 1%, 80세에 6%, 100세가 되면 16%다. 별개로 매년 질병으로 죽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기대수명의 연장에 기여한 세 가지 요소는 위생과 백신, 그리고 화학비료다. 1918년 ‘프리츠 하버’가 공기 중의 질소를 포집하는 방법으로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다. 그는 암모니아로 폭약을 만들어 독일이 전쟁에 쓴 죄로 전범이 되어 불행하게 살았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인구가 빨리 늘어나는 집단은 나이가 많은 연령군이다. 이제 100세 넘게 사는 사람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38%는 80세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연령 관련 질병을 진단받았다. 43%는 80세 이후에 그런 질병을 진단받았다. 19%는 회피자로 질병 관련 열 가지 중에, 하나도 진단받지 않았다.
역사를 보면 사회는 민중 소요나 전쟁으로 정부가 통제를 잃으면 법과 질서가 무너질 때 사회가 사라진다. 생물도 그렇다. 통제와 조절 기능을 잃으면 부패하고 죽음을 맞는다. 세포도 생물체와 마찬가지다. DNA는 세포 내에서 벌거숭이처럼 존재하는 분자가 아니다. ‘히스톤’이라는 단백질로 온통 둘러싸여 있다. 이를 ‘크로마틴’이라 한다. 방대한 정보를 담은 DNA를 작은 세포핵 속에 정리해 둔다. 세포 한 개에 들어 있는 DNA를 풀어헤치면 길이가 2미터다. 반면 세포핵은 직경이 몇 미크론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50세에도 늙어 보이는 사람이 있고, 80세에도 놀랍게 활기찬 사람이 있다. 유전도 영향이 있지만 심한 스트레스와 고생을 하면 노화가 빨라진다. 여성은 태아기에 이미 평생 지니게 될 모든 난자를 생산한다. 출생하면 숫자는 100만 개 정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사춘기가 되면 25만 개가 되고 여성이 평생 배란을 통해 사용하는 난자는 500개에 불과하다.
치매의 절반 이상은 알츠하이머병이다. 독일 정신의학자의 이름을 딴 병이다. 증상은 주변의 흔한 물체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알지 못하며, 자꾸 뭔가를 잊고, 안절부절못해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 시기와 정신이 멀쩡한 시기를 오락가락한다. 병이 깊어지면 가족과 친구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먹고 마시고 말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활동조차 못 한다. 나이가 들면 세포의 품질 관리 및 재활용 기전은 점차 저하되어, 신경 변성, 염증, 골관절염, 암 등 소위 노년의 질병이 나타난다. 따라서 세포는 단백질의 전체적인 품질과 완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모든 문화권에서 금식, 넓은 의미로 절제를 장수와 건강의 열쇠로, 과식은 악덕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인류는 유행병 수준의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 비만은 심혈관질환과 제2형 당뇨병, 암, 알츠하이머병과도 관련이 있다. 동물은 자는 동안에 공격받기 쉬우므로 수면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생물학적으로 이익임이 틀림없다. 인간의 세포에 해를 끼치지 않고 곰팡이 감염증을 치료하는 물질을 찾은 것이 ‘라파마이신‘이다. 결국 라파마이신은 면역 거부반응억제제로 사용이 승인되었지만,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한 가지 물질이 동시에 곰팡이 성장을 억제하고, 새로운 분열을 중단시키고, 면역을 억제할 수 있단 말인가? 종종 역설적인 상황에서 답은 진화적 관점의 노화 이론에서 찾아야 한다. TOR은 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그런 기능은 생애 초기에 필수적이다. 나중에는 증식이 과도하게 촉진되어도 스스로 스위치를 내릴 수 없어 세포의 노후화와 노화 관련 질병을 유도한다. 그들의 노화를 방지하는 경로들은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완전히 비활성화되지 않지만, TOR가 억제되지 않으면 문제를 생길 수 있는 중년 이후에 이르면 라마 파이신 같은 약물로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단 한 개의 세포가 복잡한 동물로 발달하는지, 뇌와 신경계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조사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특정한 세포들은 정확히 정해진 발달 단계에 이르면 죽도록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딱 맞는 시점에, 세포에 자살을 감행하라는 신호를 보내 생명체 전체가 올바로 발달하도록 이끄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착수했다. 겨우 900개 세포로 이뤄진 동물치고 선충은 놀랄 만큼 복잡하다. 단순해도 입, 장, 근육, 뇌와 신경계 등 큰 동물이 지닌 장기를 대부분 갖고 있다. 순환기관과 호흡기관은 없다. 선충의 수명은 약 2주 정도다. 하지만 선충은 ’다우어‘라는 휴면 상태에 들어가 약 2개월을 버틸 수 있으며, 영양이 풍부한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활동을 개시한다. 2개월은 인간으로 환산하면 300년과 맞먹는 시간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8.14.
WHY WE DIE 우리는 왜 죽는가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김병철 옮김
김영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