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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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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사진---^^ 스크랩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맹주격인 가지산(`14.4.12)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54 14.04.21 06: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가지산((加智山, 1,240m)

 

산행일 : ‘14. 4. 12()

소재지 :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청도군 운문면, 그리고 밀양시 산내면의 경계

산행코스 : 운문령귀바위상운산(1,118.4m)쌀바위가지산중봉(1,160m)석남사주차장 삼거리석남사 앞 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10)

함께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특징 : 1979년 도립공원(道立公園)으로 지정된 가지산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군(山群)들로 이루어진 영남알프스의 산중 최고봉이다. 가지산은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흙산이지만 곳곳에 암릉과 거대한 바위들이 도사리고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베틀같은 베틀바위, 딴청을 부리고 있는 딴바위, 끼니마다 한 사람이 먹을 만큼 나오던 쌀이 욕심쟁이의 욕심 때문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의 쌀바위 등이 산행 길을 심심찮게 하는 것이다. 이정표 등 등산로 정비는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편, 경고판(警告板)이나 안내판이 하도 많이 세워져 있어서 차라리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가지산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철쭉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철쭉군락지는 천연기념물(462)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산행들머리는 운문령(雲門嶺 :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 울산방면으로 달리다가 덕현교차로(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에서 69번 지방도로 옮겨 운문면방면으로 들어가면 버스는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의 도로를 힘겹게 달려 운문령 고갯마루에 올려놓는다. 가지산과 문복산 사이에 위치한 운문령은 울산 언양과 경북 청도군을 잇는 해발 640m의 높은 고갯마루이다. 운문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름()과 인연이 깊다. 교통이 지금같이 편해지기 전에는 울산의 소금, 해산물과 청도의 농산물이 이 고개를 통해 오갔는데, 이때 상인(商人)들이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낀 구름 때문에 길을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고 해서 구름재(운문령)’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운문령에서 서쪽 방향으로 난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부근에 영남알프스 개관도와 이정표(귀바위 2.5Km, 쌀바위 3.5Km, 가지산 4.8Km)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들머리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환경감시초소를 지나자마자 왼편에 산길이 얼핏 보인다. 그러나 굳이 산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주변 경관(景觀)이 곱지도, 그렇다고 거리를 단축시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쌀바위로 연결되는 임도는 차량(車輛)이 지나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넓다. 아니나 다를까 길바닥에 자동차 바퀴자국이 얼핏 나타나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이 길을 자동차로 지나갔다는 증거일 것이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보면 길이 왼편으로 크게 휘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오솔길 하나가 나타난다. 갈지()자를 그리면서 위로 올라가는 임도가 싫은 사람들이, 이를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다니면서 시나브로 생겨버린 지름길이다.

 

 

 

지름길로 들어서서 가파르게 잠깐 치고 오르면 조금 전에 헤어졌던 임도와 만나게 되고, 이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진행하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편에 보이는 길은 석남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그리고 진행방향의 임도 왼편에 다시 지름길이 열린다(이정표 : 가지산 4.4Km/ 운문령 0.9Km, 석남산 3.6Km). 또 다시 지름길로 들어선다. 널따란 임도보다는 지름길이 더 자연친화적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지름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 그러다가 얼마 후(첫 번째 지름길에서 10)에 다시 만나게 되는 임도(이정표 : 가지산 4.1Km/ 석남사 3.9Km)를 가로질러 세 번째 지름길로 접어들면 산길은 다시 가파르게 위로 향하다가 5분 후에는 또 다시 임도(이정표 : 쌀바위 2.3Km, 가지산 3.8Km/ 석남사 4.2Km)와 만난다. 이곳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귀바위와 상운산으로 가는 길이 이곳에서 나뉘는데도 이정표에는 그 두 곳이 나타나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운산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임도를 벗어나 무조건 산길로 들어서야 한다.

 

 

 

 

 

 

상운산을 향해 산길로 접어들면 주변풍경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줄곧 흙길이었지만 이곳에서부터는 가끔가다 바윗길도 나타나는 것이다. 덕분에 조망(眺望)이 열리면서 진행방향에 귀바위가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여긴 아직도 겨울이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앙상한 나뭇가지만 허공에 걸려있는 능선은 아직도 완연한 겨울풍경이다. 1000m가 넘는 이곳까지 봄이 찾아오기에는 아직은 벅찼나보다.

 

 

 

가파르게 고도(高度)를 높였던 산길은 1m를 넘기더니 언제 그렇게 가팔랐냐는 듯이 완만하게 변해버린다. 그러다가 별 의미 없는 이정표(가지산/ 국립운문산자연휴양림/ 운문령/ 국립운문산자연휴양림)를 지나면 왼편이 깎아지른 천 길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소의 귀’, 또는 부처의 귀를 닮았다는 귀바위이다. ‘상운산 갈림길로 접어든지 20분 정도가 지난 지점이다.

 

 

 

귀바위 위는 천혜의 전망대(展望臺)이다. 사방이 툭 터져있어서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眺望)이 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시계(視界)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아마 가늘게 떨어지는 빗방울 탓일 것이다. 아쉽게도 첩첩이 쌓인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들은 그저 마음속으로만 담아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귀바위에서 능선을 따라 다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상운산 정상이다. 상운산 정상은 아래서 올려다 볼 때에는 제법 날카롭게 선 바위봉우리로 보이지만, 막상 올라와보면 의외로 바위 몇 개가 바닥에 깔려있는 밋밋한 흙봉우리이다.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없이 정상표지석이 홀로 지키고 있는 정상에서 다시 한 번 조망(眺望)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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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운산 정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만나게 되는 이정표(쌀바위 1.4Km,가지산 2.9Km/ 운문령 1.3Km, 석남사 5.1Km)에서 산길은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비록 이정표에는 없지만 이곳에서 직진하면 운문산으로 가게 된다. 정상에서 7분쯤 내려오면 헬기장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임도삼거리(이정표 : 쌀바위 0.6Km, 가지산 2.1Km/ 석남사 5.9Km)와 만나게 된다. 임도의 한쪽 귀퉁이에 만들어진 전망데크 옆으로 희미한 오솔길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쌀바위 방향으로 진행한다. 앞서가는 낙동정맥 종주꾼들 조차도 임도를 따르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임도를 따라 5~6분쯤 걸으면 임도가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전면에 거대한 바위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방향을 트는 지점에 세워진 휴대전화 통화 불량지역경고판(警告板)의 하단(下段)이곳 학심이골은 급경사의 험준한 산세로 인해 조난사고가 빈번한 지역이라는 문구(文句)가 적혀있는 것을 보면, 오른편에 보이는 오솔길이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등산로인 모양이다.

 

 

 

▼ '학심이골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전면에 보이는 쌀바위를 눈요기 삼아 걷기만 하면 된다. 눈요기를 즐기면서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드디어 영남알프스의 명물이라는 쌀바위(米岩). 쌀바위의 아래에 나무데크로 쉼터를 만들어 놓았고, 그 옆에 쌀바위 대피소(매점)’가 설치되어 있으니 골라서 앉기만 하면 된다. 물론 대피소에 앉으려면 라면 등 간편한 음식이나 동동주 등 음료를 팔아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쌀바위 방향으로 난 나무데크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쌀바위 바로 아래에 샘터가 자리 잡고 있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石間水)이니 한 모금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옆에 놓인 플라스틱(plastic) 바가지에 가득 담아 벌컥벌컥 들이켜 본다. 감로수(甘露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샘물은 달고 시원했다. 여기서 쌀바위에 대한 전설(傳說) 하나, ‘옛날에 이 바위 아래에서 산 아래 마을로 탁발(시주)을 하러 나가는 시간까지 아까워할 정도로 수도에 정진을 하던 스님이 머물렀단다. 부처님이 이를 가상하게 여겼던지 바위틈에서 쌀이 솟아나도록 해준 모양이다. 어느 해 마을에 흉년이 들자 쌀바위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이 보다 많은 쌀을 얻고자 바위를 깨뜨렸고, 이후부터는 바위틈에서 쌀 대신에 물만 흘러나왔다고 한다.’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인간들의 욕심이 불러온 샘물이 이제는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자비를 베풀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irony)가 아닐 수 없다.

 

 

 

쌀바위의 왼편은 수백 길의 낭떠러지이지만 오른편은 완만한 경사(傾斜)의 흙길이다. 가지산으로 가는 등산로는 바위 뒷덜미 쪽으로 난 나무데크 계단(입구 이정표 : 가지산 1.5Km/ 석남사 6.5Km)을 따라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바위 뒷덜미 쪽으로 올라서면 왼편에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오른편에도 다른 바위봉우리가 우뚝 솟아있다. 그러고 보니 쌀바위는 하나의 봉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바위봉우리 위로 오르면 진행방향에 있는 가지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다가온다.

 

 

 

쌀바위를 지나면 산길은 다시 흙길로 변한다. 앙상한 가지만 허공에 걸려있는 산길은 또렷한 볼거리는 없다. 쌀바위와 그 뒤를 지키고 있는 상운산이 조망되는 헬기장(‘휴대전화 통화불량지역경고판이 세워져 있고,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도 학심이골로 내려갈 수가 있는 모양이다)을 지나면 산길은 제법 가파르게 변한다. 거기다 길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까지 깔려있어 올라가는 게 여간 사납지 않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던지 길가에 안전로프가 길게 매어져 있다. 그리고 정상 가까이에는 등산객들을 위해 길게 침목(枕木)계단까지 만들어 놓았다.

 

 

 

 

쌀바위를 출발해서 중간에 봉우리 두 개를 넘으면 45분쯤 후에는 드디어 가지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커다란 바위봉우리인 가지산 정상에는 두 개의 정상표지석과 낙동정맥표지석, 삼각점(언양 11, 1998복구) 그리고 태극기가 매달려 있지 않은 빈 국기봉과 이정표(석남터널 3.1Km/ 운문산 5.3Km/ 쌀바위 1.3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정상 바로 뒤편에 대피소(매점)가 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조용한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眺望)이 펼쳐진다. 문복산, 운문산, 재약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등 가지산을 향해 납작 엎드린 영남알프스의 주요 산봉들이 파도처럼 너울거리고 있다. 산행들머리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2시간5분이 걸렸다.

 

 

 

 

가지산(加智山)은 가지산(迦智山·伽智山), 석남산(石南山), 석면산(石眠山), 실혜산, 천화산 등 여러 개의 다른 이름들을 갖고 있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맹주봉이며, 동부경남의 최고산이라는 위풍 덕분이 아닐까 싶다. 가지산이라는 이름은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최초문파인 가지산파의 스님이 이 산에 와서 절을 세웠다고 해서 가지산(迦智山 加 또는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외에 가지를 까치의 옛말로 보는 설도 있다. 신라 때 원광(圓光)법사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해신(海神)으로부터 운문산에 까치들이 쪼는 최고의 길지가 있을 것이니, 그곳에 절을 지어 달라.’는 말을 듣고 창건한 절이 청도의 운문사라고 한다. 이 운문사를 옛날에는 작갑사(鵲岬寺 까치 절) 또는 갑사(岬寺)라고도 불렀다. 이런 이유로 해서 까치산으로 불려오다가 언젠가부터 가지산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운문산으로 가는 능선에 있는 헬기장

 

 

정상에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석남터널 방향으로 내려선다. 두 개의 정상석 중에서 큰 정상석의 정면 방향이다. 내려가는 길은 바윗길로 경사(傾斜)가 제법 가파르다. 거기다가 바닥의 바위가 날카롭게 갈라져 있으므로 내려서는데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10분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능선안부 고갯마루(이정표 : 석남고개 2.6Km/ 제일농원 3.4Km/ 가지산 0.35Km)에 이르게 된다. 밀양고개라 불리는 고갯마루로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할 경우 용수골을 따라 제일농원과 삼양교로 내려갈 수 있다.

 

 

 

밀양고개에서 다시 맞은편 능선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면 중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밋밋한 바위봉우리인 중봉에 올라서면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열린다. 쌀바위에서 가지산을 거쳐 운문산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온통 암릉으로 나타난다. 그 형상이 흡사 기다랗게 바위병풍(屛風)을 펼쳐 놓은 것 같다. 중봉 정상에서 산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직진으로 보이는 능선을 탈 경우에는 제일농원으로 내려서게 되므로, 낙동정맥은 왼편에 보이는 비탈길로 내려서야 한다.

 

 

 

중봉에서 석남터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거칠기 짝이 없다. 경사(傾斜)가 가파르기 짝이 없는 산길은 홈통처럼 깊이 파헤쳐져 있는데다가 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들까지 박혀있어서 내려서기가 여간 고약한 게 아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전로프가 매어져 있고, 비탈진 왼편에는 목책(木柵)으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조심스럽게 15분 정도를 내려가면 산길은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면서 나무계단으로 연결된다(이정표 : 석남터널 2.7Km/ 가지산 0.7Km). 이곳에서 계속해서 능선을 고집할 경우에는 밀양이나 울산 방면으로 내려가게 된다.

 

 

 

석남터널을 향해 방향을 틀면 기나긴 나무계단이 길손을 맞는다. 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산행 중에 계단(階段)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려서다보면 무릎에 체중을 실려 관절(關節)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계단은 예외이다. 계단 간의 높이를 낮게 만들어 놓은 덕분에 마치 평지를 걷는 것과 같아서 내려서기가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조그마한 것에까지 신경을 써준 도립공원 관계자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를 드려본다.

 

 

 

계단을 따라 7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편에 가지산 석남재 대피소(매점)’가 보인다(이정표 : 석남터널 1.8Km/ 가지산1.6Km). 앞서 걷던 일행이 매점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되돌아 나온다. 쉬는 날인지 문이 닫혀있고, 매점 앞에 진열되어 있는 막걸리병은 빈병이더란다. 마침 산길이 완만(緩慢)하게 변해있기에 편한 마음으로 막걸리를 사먹으려 했던 자그만 소망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석남재대피소를 지나면 산길은 경사(傾斜)가 완만한 흙길이 계속된다. 이 구간은 철쭉나무 22천 그루가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철쭉군락지(群落地)라고 한다. 이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아까 지나온 석남재대피소의 앞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막상 산길을 걷다보면 철쭉꽃은 눈에 띄지 않고 연분홍으로 곱게 핀 진달래꽃만이 길손을 맞는다. 철쭉이 꽃망울을 열려면 아직도 많은 날이 흘러야만 하는 모양이다. 다시 찾아오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가지산, 이왕에 온 김에 철쭉꽃들이 펼치는 향연(饗宴)까지 보았으면 하는 내 바람은 이루어지기에는 너무 큰 바람이었던 모양이다. 대피소에서 13분쯤 걸으면 석남사주차장 갈림길(이정표 : 석남사주차장 1.7Km/ 석남터널 1.0Km, 능동산 3.9Km/ 가지산 2.4Km)’이 나온다. 석남고개까지 더 진행하다가 석남사로 내려설 수도 있으나 이곳에서 석남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석남고개에서 내려갈 경우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석남사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은 한마디로 거칠다. 아니 위험하다고 분류해도 과()하지 않을 구간이다. 바윗길의 경사(傾斜)가 제법 까다로운데도 안전로프 하나 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흙이라도 보일라치면 어김없이 마사토(磨沙土), 미끄럽다는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양 미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다행이도 위험구간은 금방 끝난다.

 

 

 

위험구간이 끝나면 이번에는 걷기에 딱 좋은 구간이 계속된다. 길가의 나무들은 어느새 소나무들로 바뀌어있고, 그 아래에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여린 바람결에 나풀거리고 있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진한 향, 솔향이 분명하다. 그 솔향 속에는 그렇게도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듬뿍 들어있을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석남사주차장

진달래꽃들 좀 뜸하다 싶으면 이번에는 철쭉꽃들이 마중 나온다. 아까 능선의 철쭉군락지를 지나올 때 그렇게도 고대했던 철쭉잔치를 보게 된 것이다. 비록 철쭉꽃의 밀도(密度)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아쉬워하던 내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하산길은 조금도 지루하다 생각할 틈이 없이 이어진다. 철쭉꽃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가 하면 내리막길에 놓인 침목(枕木)계단은 나선형(螺旋形)의 고운 문양(紋樣)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변경관에 취해 1시간 정도를 걷다보면 이내 석남사주차장에 이르게 되면서 산행이 종료된다

 

 

 

귀경 길에 들른 언양 한우불고기촌

가지산 산행의 하산지점은 울산시 울주군이다. 그리고 울주군에는 한우불고기로 유명한 언양읍이 위치하고 있다. 2006년 전국 최초로 먹을거리 특구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이곳의 한우불고기가 유명하다니 어찌 들러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1인분(170g)16천원인 불고기는 전남 담양에서 맛본 적이 있는 떡갈비와 유사했다. 그러나 양념이 된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내 입에는 별로여서, 서비스로 나온 육회로 술안주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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