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은 긴 다리에 긴 목을 지녔다. 다리와 목만 긴 것이 아니라 타고난 수명도 길다. 그래서 예부터 선인들은 학을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학은 하늘나라 신선들이 그 등에 올라타 허공을 날아다닌다고 믿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에도 학의 등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선인(仙人)의 모습을 그린 것이 있다.
또 학은 천 살이 넘으면 흰 깃이 점차 푸르게 되고, 이천 살이 넘으면 검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지리산에 가면 청학동(靑鶴洞)이 있는데, 청학동은 천 살이 넘어 깃이 푸르게 변한 학이 살던 골짜기라는 뜻이다. 학은 천 살이 넘어야만 비로소 신선들의 탈 것으로 쓸 수가 있다.
고구려 오회분 5호묘 고분 벽화의 부분신선이 학을 타고 날아가고 있다.
학은 목이 길기 때문에 학수(鶴首)는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본다는 말이다. 고대(苦待)는 말 그대로 괴롭게 기다린다는 뜻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학수고대(鶴首苦待)라는 말은 무엇인가 간절히 기다리는 정황을 나타낸다. 그냥 학수(鶴首) 또는 학발(鶴髮)이라 하면 하얗게 센 머리를 뜻한다.
학은 고결한 성품을 지녔다고 해서 예전에는 선비들이 마당에서 학을 길렀다. 마당에는 닭도 놓아 기른다. 여기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말이 나왔다. 여러 마리 닭 가운데 서 있는 한 마리 학이란 뜻이니, 무리 중에 단연 우뚝하게 뛰어난 인재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이재관의 <낮잠>소나무 아래 학 두 마리가 졸며 서 있고, 방에는 책을 등에 고인 채 고사(高士)가 낮잠이 곤하다. 마당에서는 총각(總角) 머리를 한 아이가 화로에 차를 끓인다. 이렇게 마당에서 노니는 학의 모습은 예전 그림에서 흔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