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단풍은 보신 것처럼 순환로 주변이 끝내 줍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안중근 의사 기념관 뒷편 느티나무 숲입니다. 그 흔한 단풍나무 한 그루 없이 오로지 느티나무들만 있는 곳입니다. 느티나무 만큼 가을을 받아들임에 스스럼 없는 나무도 많지 않을 겁니다. 나무가 너무 많아서인지 옆으로 내실을 키우기보다 생존을 위해 위로만 큰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곳이지만 이곳에 한 번 가 보시면 다시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독 가을을 짙게 드리우는 곳이거든요. 한번 가 보세요. 반하실 거에요.
어제 점심 때 가길 잘했습니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도 연노란 낙엽비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남들 식사하고 있을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다들 순환로로 코스를 잡아서인지,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듯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이리저리 걸어다녔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시몬이 아니더라도 시인이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가을을 짙게 받아들이기 좋은 날입니다. ~^.^~
♥야생마 길들이기♥
오래전 미국 서부의 농장주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거칠고 사나운 야생마를 길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먼저 초원으로 나가서 그 야생마보다 작은 당나귀와 함께 묶어 둡니다. 그리고는 고삐 없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방법으로 가능할까요? 처음에 야생마는 이리저리 뛰어오르면서 힘없는 당나귀를 끌고 다닙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력한 당나귀를 끌고 지평선 너머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면 자취를 감췄던 야생마와 당나귀가 나타납니다. 둘은 여전히 함께 묶여 있지만, 그 모습이 이전과는 다릅니다. 당나귀가 앞장을 서고 야생마가 그 뒤를 얌전히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녀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방목지에서는 언제나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당나귀를 떼어놓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며 날뛰던 야생마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있는 당나귀에게 반항하기를 포기하고 결국엔 지쳐서 얌전해집니다.
자기가 가진 우월감만 믿고 야생마 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때는 미련한 듯 보이지만 당나귀처럼 뚝심과 인내로 버텨야 합니다. 제 아무리 큰 힘을 가진 상대라고 해도 인내로 대응하는 사람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