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명실공히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일본이 지난해( 2023년) 9월 18일 경로의 날을 기준으로 발표한 고령자 인구 통계를 보면 일본에서 80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은 그야말로 초고령사회속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니 젊은층이 주로 다니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대중교통이나 거리에는 온통 노인들만 가득하다는 말입니다. 그런 일본에서 요즘 다소 요상한 일들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원래 약간 엽기적인 성향을 지닌 일본인들이니만큼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초고령사회의 일부분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에 식당에서 요즘 초고령의 할머니들이 서빙에 열중입니다. 일본의 한 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른 백발의 83살 할머니가 손님들의 주문에 응하고 있습니다. 80이 넘은 할머니의 움직임이 젊은이들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아주 천천히 주문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받은 손님들의 표정이 묘합니다. 약간 이상한 웃음도 짓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식당은 자신이 주문한 것과 같은 것이 나오지 않기로 입소문이 난 곳입니다. 할머니에게 음식을 주문해도 나올 때는 전혀 다른 음식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그런 상황을 알고 찾아온 손님들이니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주문 따로 나오는 음식 따로인 셈이지요. 이렇게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것은 이 할머니가 치미를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3년째 이 식당에서 일하는 할머니는 일당이 얼마 되지 않지만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치매 초고령 환자를 종업원으로 고용하는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최근 치매를 앓는 초고령자를 취업시키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령자 5명 가운데 1명이 치매 환자인 상황속에서 치매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고민과 그 대응책 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입니다.
일본 사법기관에서 노인층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발적 노인 범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죠. 그 이유인즉 홀로 사는 특히 여성 노인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교도소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범죄를 저질러야 합니다. 그렇다고 노인들이 폭력을 사용할 수도 없기에 대부분 절도범들이라고 합니다. 교도소에 들어가면 3끼 식사를 교도소에서 제공하고 각 방마다 몇명씩 동료들이 있기에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지요. 만일에 아플 경우에도 교도소측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니 일반 사회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던 노인들이 선호할만 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법기관에서는 이런 자발적 노인 범죄자들을 대체로 훈방조치하려 하지만 너무 강력하게 교도소행을 원하는 바람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몇년전 일본에 한편의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찬성 반대가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영화 이름은 <플랜 75>입니다. 이 영화는 초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일본 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상상력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핵심 주제는 바로 안락사입니다. 영화속 일본 사회는 고령자 복지를 위한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노인 혐오가 확산되자 고령 인구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플랜 75>라는 정책을 만듭니다. 75살이상의 고령자가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0만엔(한화 90만원정도)과 일정 기간 개인별 상담 서비를 받은 뒤 안락사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만든 여성감독은 사회적 불만의 화살이 정부를 향하는 것이 아니고 약자들을 향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일본내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 영화가 현실감이 있는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로 인해 노인들이 이제 쓸모없고 사회에 짐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분위기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나이는 노인이지만 체력적으로 젊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여흥과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젊은층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이른바 실버산업을 더욱 폭넓게 범위를 넓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층을 소외지역에 두지 않고 사회의 원로급으로 대우하면서 그들을 활용하는 방안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일까요. 한국의 노인화 속도는 일본보다 더욱 빠릅니다. 불과 몇년안에 한국의 초고령 인구수는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라는 예측이 이미 나온 상태입니다. 그래도 일본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하게 초고령화사회 대처 실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일본이 미워도 그들의 준비성 등은 배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와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그냥 노인들 지하철 요금 면제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이 전부 아닌가요. 결코 축복받지 못하는 초고령화 사회는 점점 더 현실로 한국인들에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