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산악회 산대장이 '범어사역 10시반'이라고 카톡에다 올려 놓았다.
날씨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 사이트에 들어가 '부산날씨'를 눌렀더니 오전에는
구름이 끼었으나 오후엔 개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요즘엔 비교적 일기예보가
맞아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아침에 배낭을 메고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 데 카톡을 열어보니 산대장이
아침에 다시 12시경 비가 올 확율이 50%나 되므로 각자 우산을 준비하라고
알림장이 도래해 있었다. 그렇찮아도 '우산을 챙길걸' 하다가 그냥 일기예보를 한번
믿어 보자고 하면서 길을 재촉하였다.
범어사역에서 만나 경동 아파트 우측 산길로 접어 들었다. 습도가 높아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린 탓인지 길은 젖어 있었고 미끄러운 곳도 있었다..
지장암을 지나니 범어사 매표소가 눈앞에 들어왔다. 다시 아스팔트 길로 내려와 범어사 뒷길로
가려고 하는 데 일진광풍이 일어나더니 곧장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급히 범어사 기와지붕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일행8명중에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3명이나 되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정각이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예정된 코스를 포기하고 바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처마 밑에는
우리 일행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해 들어와 있었다. 한 이십분 지나자 비가 그치는 것 같았다.
개울옆 데크길을 따라 내려 오는 데 다시 비가 쏟아졌다. 급히 나무밑으로 들어갔더니 나무 가지를
타고 위에서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유비무환'이란 사자성어가 머리에 떠 올랐다.
아무리 일기예보가 잘 맞힌다하더라도 '산악지대에선 일기가 불순하여 급변한다'는 사실을 간과
했으니 비를 쫄딱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식구들과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
알프스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쉬고 있는데 청천 하늘에서 번개와 뇌성이 치더니 갑자가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비가 쏟아지더니 계곡에선 흙탕물이 콸콸 흘러내렸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세 하늘이 맑게 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