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재활 24-18, 언어 지원 의논
9월이 가기 전, 느티나무언어심리센터 언어재활사 선생님과 해민이 언어 지원을 두고 의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루 수업을 온전히 할애해야 할 것이기에 해민이와 선생님이 계획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양해를 구해왔고, 마침내 오늘이 그 날이었다.
선생님은 평소처럼 해민이를 맞으러 나오셨는데 다른 점이 있었다면 한 손에 파일을 들고 계셨다. 오늘을 잊지 않으셨고, 해민이가 올 때까지도 파일을 놓지 않으신 것으로 미루어보아 끝까지 얼마나 공을 들여 의논을 준비하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짐작이 틀리지 않게도 교실에 앉자마자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하지만 전혀 급한 모양새는 아니게 의논의 물꼬를 트셨다. ‘의논’이라는 것은 항상 준비해도 그 시작이 어려웠는데, 이렇게 반갑게 시작해주시니 직원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의논을 하며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지만 일치했던 생각은 “해민이가 해민이의 뜻을 더 잘 표현하고, 우리가 해민이 표현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었다. 함께 의논하며 해민이도 그런 의지를 다졌겠지? 이 소식을 어머니에게도 정리하여 전하고, 나중에 만나 뵙게 되면 더욱 상세히 알리기로 한다.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서무결
(다음은 언어재활사 선생님과 의논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내용이다.)
① 2023년 3월 7일 첫 수업 이후 변화 정도
- 변화 수준은 크지 않다. 지금은 해민이가 ‘표현’하는 것보다 ‘수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②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이 있나요? (기반을 두고 있는 이론이나 모델 등)
- (파일을 펼쳐 표를 보여주시며) ‘언어발달표’에 따른 수업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해민이는 사물을 종류에 따라 분류하거나 사물과 이름을 연결하는 것을 반복 연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을 제시하고 그 사물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찾아보는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그 활동에서는 흥미가 크지는 않았다. 주로 교구를 사용한다.
③ 표현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수업을 시작한 이후 ‘평가’를 한 적이 있었나요?
- (초기상담지로 보이는 종이를 넘기시며) 평가표에 따라 평가를 한 적이 있다. 해민이는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변수가 다양하다. 어떤 날에는 잘 하다가도, 다른 날에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정말 이해해서 수행하는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때문에 사실상 측정이 어려운 편이다.
④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을까요? 물론 지금까지 해민이에게 유익한 시간이었겠지만, 수업을 이어나간다면 더욱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해민이의 일상에 더욱 유익하기 위해 보완대체의사소통[AAC,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언어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구어) 이외의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말한다. 말의 발달이 늦거나 조음의 문제가 있는 아동의 말을 보완(augment)하여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보충·향상·지원하거나 성대 수술이나 조음기관의 마비로 인해 발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말 대신에 의사소통 도구 등 다른 대체적인(alternative) 방법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출처: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2009., 국립특수교육원)] 활용을 고려 중이다. 다만 집과 학교, 센터에서의 수업에서 피드백이 일관적이지 않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망설이고 있다. 또, AAC 활용 수업을 위해서는 원활한 섭식이 전제되어야 해서 안전이 우려스럽다. 언어재활수업에서는 물 마시기, 화장실 함께 가기 등 일상과는 경계가 있기에 한계가 있기도 하다. 그래도 도움이 된다면 수업에서도 (제가 더 움직이더라도) 그런 일상에서의 활동들을 더 표현해보고 도울 수 있겠다.
⑤ (AAC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민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한 해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 수업형태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할까요?
- 해민이가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수업할 수 있는 것은 내년까지이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수업을 계속 할 수는 있지만 부담일 수 있고, 대개 지원 종료와 동시에 수업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활용을 해 볼 것이라면 빠르게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우선 물 마시기, 밥 먹기, 화장실 가기 등 세 가지 내용이 담긴 의사소통판을 제작해보겠다. 간단하게 시작해야 해민이도, 돕는 사람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⑥ 해민이의 언어 지원을 위해 알아야 하거나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담은 책을 권해주실 수 있나요?
- ‘행동치료’에 관한 책을 공부해본다면 어떨까 싶다. 체벌 이슈로 학교나 시설 등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해민이의 뜻과 표현이 다양해지고 그 뜻과 표현을 저희가 잘 알아듣길 바랍니다. 신아름
자료를 준비하고 의논할 말을 준비해서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해민이가 자기 뜻을 잘 표현하고 우리가 잘 알아듣기 바라는 같은 마음으로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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