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과 청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서
음성언어를 수화언어나 몸짓으로 전달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수화언어를 음성언어로
전달하는 과정을 수화통역이라 합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있어서 청각장애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의 장애
혹은 정보접근의 장애라고 볼 수 있는데 수화통역사는 이러한
청각장애인과 청인 간의 정보 접근을 평등화시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해서 수화통역사는 청각장애인의 입과 귀 역할을 하며
청인의 눈 역할을 해주는 "의사소통의 연결 고리”로서
기능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화통역사는 음성언어와 농아인이 사용하는
수화언어에 능숙한 이중언어 구사가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수화통역사의 역할☜
수화통역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통역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1) 기계
A의 메시지를 B에게 감정상 왜곡이나 편견이 개입되지 않고 충실하게 그리고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기계는 오랜 시간 작동이 가능하나 인간으로서의 통역사는 장시간 통역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통역사는 인간이기 때문에 간간이 휴식을 취함으로 정신적 신체적 재충전의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 창(窓)
이것은 통역의 신빙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유이다.
(3) 다리 또는 전화
동일한 언어나 의사소통의 구조를 공유하지 않는 농아인과 청인 간의 거리나 장벽을 좁히거나 허물어뜨려서 양쪽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4) 증인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증언할 뿐 결코 자신의 견해나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 있지 않음을 강조함에 다름이 아니다. 여기서 증인은 보고 들은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그대로 완벽하게 전달할 것을 요구받는다. 수화통역사는 통역 과정에서 한 쪽의 의사를 그것이 음성 언어이든 수어이든 정확히 보고 들은 후 그 내용을 다른 쪽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증인의 직무와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시되는 것은 객관성이지 주관성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증인은 어떤 사건의 현장에서 목격한 바를 오랜 시간에 경과한 후에 재생할 것을 요구받지만 수화통역사는 의사소통의 내용을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증인에 비하면 기억을 오래 간직하거나 오래 된 기억을 재생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다.
(5) 교통순경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이름이다.
☞훌륭한 수화통역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들☜
가. 융통성
어느 상황에도 스스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자질이다. 통역 대상이 한 사람에서 수많은 관중까지 그리고 통역 장소가 병원, 교실, 법정, 공장 등등 다양하다. 통역을 의뢰하는 농아인들의 취향에 따라 농아식 수화 즉 전형적인 농아인들이 구사하는 한국수어나 다소 한국말 어순에 맞춰서 표현하는 혼합형 수화나 문장식 수화 등을 구사할 수 있으며 구화학교 출신 농아인을 위해서 입 모양을 지어 보여 주는 구술(口述)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나. 객관성
이 자질은 통역시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편파성을 보이지 않도록 자신을 단속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화통역사는 대화를 용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도록 요청을 받을 뿐이지 불필요하게 통역 상황에 개입하거나 깊이 연루되어서는 효과적인 통역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통역사는 해결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통역사일 뿐이다.
다. 자기 제어
수화통역은 감독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통역 의뢰인은 수어와 음성 언어에 모두 능통하지 못하는 관계로 부득이 통역을 의뢰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통역사의 이중 언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이중언어 즉 음성언어와 수어의 실력이 유창한 경지에 이르도록 끊임없이 노력함으로 개인적 향상은 물론 직업의 향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에게 벅차다고 판단되는 통역업무를 거절하는 것도 책임있는 자기 제어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통역사가 자신의 반응을 억제하고 따라서 그 상황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피하도록 단속하는 것도 역시 자기 제어의 한 형태이다. 자신의 감정을 특수한 상황 속으로 개입시키는 것은 사실상 통역사의 역할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라. 시간엄수와 책임감
통역사가 통역을 의뢰받을 때 시간을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역사가 시간을 지키지 않음으로 늦어진 시간만큼 농아인과 청인 간에 의사소통이 불통 상태로 머물게 한다는 것은 양쪽에 불편과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정상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정중히 통역 의뢰를 거절하거나 다른 동료 통역사를 소개할 줄을 알아야 한다.
☞수화통역사의 윤리☜
통역이라는 것은 신뢰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통역업무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특성이 있다. 의뢰인들은 통역사가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한다. 설혹 통역사의 언어 실력이나 지식이 의뢰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있다 해도 통역사가 솔직히 이를 인정하고 밝혀줄 것으로 믿는다. 사실 통역사들은 정보의 유통을 통제할 수 있는 특이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통역 현장에서 ‘음성언어’와 ‘수어’라는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어떤 통역사는 의뢰인이 말한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첨삭해도 이러한 비양심적인 행동이 발각되지 않고 통역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뢰인들은 통역사가 올바로 통역해 줄 것을 믿고 통역을 의뢰하는 것이지 이러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안심하고 통역을 부탁하지는 못할 것이다. 통역사가 결코 어떤 문제에 감정적으로 개입함으로 통역을 망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통역사가 통역과정에서 얻은 정보나 지식을 함부로 유출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만일 통역사가 자신에 대한 의뢰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자행할 경우 그는 의뢰인들의 불신을 사게 되어 더 이상 통역을 부탁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통역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먹칠함으로 다른 통역사들에게 무형 유형의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통역사에 거는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윤리 강령을 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통역사가 비양심적으로 행동하거나 곤혹스럽고 불미스러운 상황에 봉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윤리 강령이 필수적인 것이다. 결국 윤리강령은 통역사에 대한 통역 의뢰인들의 신용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기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윤리강령은 또한 통역 직업에 어떤 일관성을 제공한다. 그래서 의뢰인들이 통역을 부탁할 때 통역사에게 어디까지 기대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한다.
가. 보안 유지
통역하는 과정에서 통역사는 원하든 싫든 간에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통역을 통해서 얻은 정보들을 어느 것이라도 외부에 유출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통역에 관련된 인물들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통역에 관련된 내용과 인물 등에 대한 정보를 남에게 유출하는 것은 통역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범죄이다. 비밀 보장은 통역사의 신뢰와 결부된 것이니 만큼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통역사의 신용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사실 통역사는 의뢰인들이 상대해야 할 의사소통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제삼자일 뿐이며 상이한 언어나 언어 표현 방식을 가진 의뢰인들 간의 의사소통의 불편으로 인해서 그들의 필요에 따라 통역을 부탁받은 것뿐이다. 따라서 남들의 비밀을 공유할 특수한 권리를 가진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의뢰인들의 필요에 따라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서 그들의 비밀을 엿듣게 된 이상 그들의 대화 내용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도리임을 바로 아는 윤리적 양식이 있어야 한다.
나. 불편부당
어느 한 쪽에 편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모든 의뢰인들을 공평하게 취급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의뢰인들 중에 어느 한 쪽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거나 편드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통역사는 개인적 의견이나 논평을 밝힐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통역사는 결코 의뢰인에게 조언하거나 자신의 지식 또는 정보를 배분할 입장에 있지 않는 것이다. 만일 자신과 친한 친구나 가족들과 관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역할 경우 그는 불편부당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지 모른다. 이 경우에는 가능하면 다른 통역사에게 부탁하고 자신은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성향이나 소신이 통역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한 쪽에 치우친 편파적인 통역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통역사가 불편부당성을 유지하는데 실패할 경우 생기게 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는 첫째, 통역사가 불필요하게 남의 일에 간섭하거나 개입함으로 어떤 결과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면피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책임은 원래 통역사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둘째, 통역사가 주제넘게 남의 문제에 간섭함으로 농아인이나 청인 의뢰인이 통역사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농아인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못하게 되고 나중에 통역사가 농아 의뢰인을 위해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가부장적(家父長的) 현상이 일어남으로 결과적으로 농아인들의 자립 정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 셋째, 의뢰인이 다른 통역사들에게도 상담가나 해결사와 비슷한 역할을 요구하게 될 개연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상담이나 해결사 역할에 익숙하지 못한 통역사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여있게 된다. 통역사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행위가 결과적으로 다수의 선량한 다른 통역사들에게 부담과 곤욕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다. 사려분별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고 적절한 복장을 하며 가급적 자신을 크게 부각하지 않고 조용히 통역을 함으로 통역사는 스스로 좋은 인상을 의뢰인들에게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좋은 인상은 궁극적으로 통역사에 대한 신뢰로 직결된다.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여 자신의 능력밖의 일이라 판단될 경우 정중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통역사 자신의 이해가 관련되어 있을 경우 통역을 다른 통역사에게 양보하는 것도 사려 깊은 행동이라 하겠다.
라. 정확성
통역은 서로 다른 언어나 언어 표현 방식을 가진 양자 사이에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인 이상 통역에 정확성을 기하는 것이 통역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정확성이란 통역사가 메시지의 의도를 바로 파악하여 그것을 화자(話者)의 언어로부터 수신자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성은 어떤 메시지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직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언어마다 독특한 관용적 표현들이 있어서 억지로 직역하면 오히려 의미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서 정확성을 기한다 함은 통역사가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거의 빠뜨리지 않고 충실히 재생 전달한다는 의미이며 또한 말의 중단이라든지 머뭇거림이라든지 침묵 또는 어깨를 으쓱 올리는 행위와 같은 비언어적 의사표시들까지 포함해서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가능하면 완전하게 전달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지 그냥 단어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마. 능숙성
능숙성이란 통역사가 자신의 능력의 범위 안에서만 통역 의뢰를 수락한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이 자신의 통역 능력에 벗어나 있어서 도저히 제대로 통역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지체없이 통역 의뢰를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여러 곳에서 통역 의뢰가 밀려온다 해도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선별해서 수락할 줄 알아야 한다. 가령 전화 통역을 할 수 있을 만한 수어 실력을 가진 통역사가 무난히 전화 통역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몰라도 법정에서 통역하는데 역부족을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의 실력 부족을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하는 용기와 정직성이 요구된다. 특히 수어를 배우지 못한 언어 능력이 없는 문맹 농아인을 위해 통역한다는 것은 통역사에게 매우 도전적일 수가 있다. 정식으로 표준 수어를 배우지 못하고 원시적인 제스츄어를 구사하는 문맹 농아인의 메시지를 정확히 통역할 능력이 없다면 그 방면에 능통한 농아인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바. 보수의 청구
통역사가 통역을 부탁하는 의뢰인에게 보수를 청구하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고 상업적 냄새가 나지만 그것은 역시 윤리적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통역사는 자신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서비스를 받은 의뢰인에게 수고비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보수의 요구는 통역이 하나의 직업임을 시사해준다. 예전에는 통역이 자원봉사적 성격을 띄었으나 이제는 1997년부터 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인정고시가 실시되어 수준 높은 수어 실력을 지닌 공인 수화통역사가 배출되었다. 통역이 자원봉사가 아닌 일종의 직업으로 고정시키는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양질의 통역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한 수어 실력을 가진 통역 가능자(可能者)가 자신이 베푼 통역 서비스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받을 수 없다면 생계 유지에 차질이 생기게 되므로 불가피하게 다른 직업 전선을 찾게 되어 결국 농아인들을 위해 통역을 할 시간이나 기회가 축소된다. 보다 많은 농아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통역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면 가용 통역사들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통역업의 직업화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1999년부터 정부에서 농아인들을 위해 수화통역센터와 관련하여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하기에 이르렀는데 이에 따라 농아인들은 부담없이 원하는 대로 정부의 예산으로 통역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지게 되었다. 농아인 입장에서 무료로 통역 서비스를 받는 것이 스스로 수혜자의 위치에 서게 되어 다소 비굴하고 열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농아인의 자존심과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통역을 자원봉사적 차원에서 무료로 베풀기 보다는 떳떳하게 보수를 받고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통역시 에티켓☜
통역사가 음성 언어와 수화 언어 간의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 동시 통역에 임할 때 말한 내용을 전부 통역할 것을 요구받는다. 요약, 단순화, 그리고 부연설명은 진정한 의미에서 통역이라고 볼 수 없다. 여기서 통역 본연의 업무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서 에티켓 즉 예절이 필요한 것이다. 이 에티켓이 없으면 통역사는 통역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결과적으로 양질의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실패할 확율이 높다.
가. 의뢰인의 말을 가급적 전부 통역할 것
통역사는 농아인이든 청인이든 통역을 의뢰한 사람에게 통역과정에서 들은 내용을 수어나 음성 언어로 통역해야 한다. 대화 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서 하는 말이라든가 전화 소리나 상대방이 전화할 때 하는 말 또는 안내나 광고 방송의 내용, 그리고 외부에서 나는 싸이렌 같은 소리 등등을 그것을 듣지 못하는 농아인에게 친절하게 통역해주어야 한다. 물론 농아인의 수어 내용을 청인 의뢰인에게 음성 언어로 빠뜨리지 않고 통역해 주어야 한다. 물론 여러 소리들을 동시에 전부 다 통역해줄 수 없을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통역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별해서 통역할 수 있다. 여기서 통역사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여 적절하게 대응하는 융통성이 크게 요구된다.
나. 자기 소개를 할 것
통역을 필요로 하는 농아인들과는 달리 통역 서비스에 익숙치 않은 청인들은 보통 수어로 진행되는 통역에 어색함이나 거북함을 감추지 않는 예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사전에 통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곁들인 자기 소개가 이루어져야 이러한 불필요한 거북하고 어색한 느낌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농아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는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오늘 당신을 위해 통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수화하면 저는 음성으로 통역하고 청인이 뭐라고 말하면 저는 당신이 이해하기 쉽게 수어로 통역해드릴 것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청인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당신은 농아인을 상대로 부담을 느끼지 말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세요. 제가 그대로 농아인의 손짓 언어인 수어로 전달할테니까요. 그리고 농아인이 뭐라 수화하면 제가 그것을 음성으로 당신에게 통역해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농아인을 마주 보면서 대화하듯 말씀하세요. 만일 통역하다가 당신을 따라 잡을 수 없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 당신에게 협조를 구할 것입니다. 농아인이 잘 볼 수 있게 제가 여기 앉거나 서서 통역하겠습니다. 농아인은 저의 수화통역을 보아야 하는 관계로 시선을 당신에게 향하지 못하고 저에게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가끔 청인이 통역사에게 농아 의뢰인의 독화(讀話) 능력이나 발음 능력을 묻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럴 때는 통역사는 그에게 그런 질문은 자신에게가 아니라 농아인에게 직접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통역사는 의뢰인들에 대한 개인적 정보나 그들의 언어 능력이나 배경에 대해서 답변할 의무나 책임이 없다. 설혹 통역사 중에 농과 관련이 있는 주제들이나 수어에 대해서 상당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해도 통역업무에 임하고 있는 동안에는 농아 의뢰인의 허락이 없는 한 절대로 이러한 지식을 밝힐 입장이 못된다.
다. 1인칭을 사용할 것
통역과정에서 화자(話者)가 자신을 가리킬 때 1인칭 혹은 3인칭을 써야 하는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원칙상 1인칭을 써야 한다. 화자가 “나는---” 할 때 통역사는 “그 사람은 ---” 라고 하지 말고 “나는 ---”이라고 화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통역해야 한다. 1인칭을 쓰는 것이 첫째, 오해를 불식시켜 준다. 화자가 1인칭을 쓸 때 통역사가 자신이 아닌 화자를 가리키기 위해서 3인칭을 쓰게 되면 나중에 화자가 “그 남자는 정말 착하다”라고 할 때 1인칭을 3인칭으로 계속 통역하던 통역사는 이때에도 “그 남자는 정말 착하다”라고 통역할 수밖에 없는데 농아인이 볼 때 ‘그 남자’는 화자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 둘째, 1인칭 사용이 통역사의 존재를 망각하게 한다. 최고의 통역은 통역사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통역이다. 마치 농아인과 청인 의뢰인이 서로 직접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통역사는 단연 최고로 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핑크(Fink)는 “통역사의 존재가 잊혀지거나 무시되는 것이 축복일 수가 있다”고 까지 말했던 것이다.
라. 주제넘은 태도를 취하지 말 것 (Low Profile)
허버트(Herbert)는 통역사가 삼가는 듯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실제에 있어서 삼가는 듯한 태도는 놀람, 동정, 환희 또는 환멸 따위의 감정적 반응을 자제하는 것을 포함한다. 통역사는 통역 현장에서 제삼자의 입장에 서있기 때문에 결코 주연 노릇을 할 위치에 있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넘게 행동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의뢰인보다 더 화려한 복장을 해서는 안되고 보석 등 패물의 사용은 남의 이목을 끌기 쉽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통역사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너무 야한 차림이나 화려한 화장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 남성 통역사일 경우 수염을 길게 기르는 것이 시선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말읽기 능력을 갖춘 농아인 중에 통역사가 수화통역과 동시에 입모양으로 말하는 것을 요구하는 수가 있는데 긴 수염이 입술을 덮을 경우 독순하는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어떤 통역사는 어두운 색의 통역용 겉옷이나 자켓을 착용하는데 이것이 수화할 때 두 손의 색깔과 대조가 되어 손의 움직임을 더 잘 보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더러 통역사의 역할을 상기시켜 준다. 이러한 통역사용 겉옷을 입고 있을 때 그는 지금 통역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임을 무언 중에 통지하는 효과가 있다.
마. 음성과 수어를 동시에 할 것
로이(Roy)는 농아인들이 주위에 있을 때 통역사가 지켜야 할 몇가지 에티켓을 제시하였는데 농아인이 주위에 있을 경우 언제든지 음성으로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화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아인이 주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인끼리 수화없이 음성으로만 잡담을 나누는 것은 농아인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의혹을 사기 쉬울 뿐 아니라 그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
☞통역사가 유의하여야 할 요인들☜
효과적인 통역을 위해서 통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가. 위치 선정
농아인과 청인 의뢰인 공히 통역사를 잘 볼 수 있도록 위치 선정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통역사가 너무 가까이 있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있으니 이 점에 유의하면서 그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위치 선정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만일 농아인의 수가 많으면 잘 보이기 위해서 보통 서서 통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만일 화자가 농아인이어서 수어를 구사하고 있다면 음성 통역사가 수화자의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적합하다. 많은 상황들은 달리 위치하는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서 교실 안에서는 통역사는 농아인이 달리 원하지 않는 한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교실 전면에서 교사의 옆에서 그리고 약간 그 앞에 앉는다. 일대일 상황에서는 통역사와 청인과 농아인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통역사가 농아인 소비자를 바라보고 청인 소비자와 시선이 닿지 않는 삼각의 형태로 앉는다. 탁자 주위나 원형에서는 통역사는 보통 농아인을 마주 보는 형태로 건너편에 앉는다. 앉아 있든 서 있든 간에 통역사는 자기가 청중 속의 모든 농아인들이 자신을 잘 볼 수 있고 모든 청인들이 잘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어떤 농아인이 통역사가 실내 전면에 있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의 선택은 존중되어져야 한다.
나. 배경
통역사가 일할 때의 배경은 농아인 의뢰인의 가시성(可視性)과 시청의 용이성과 관련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통역사의 배경이 너무 밝거나 화려해서 통역시 손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어두운 색의 배경막, 칠판, 또는 간막이가 훌륭한 배경을 조성할 수 있다. 통역사의 의복은 그의 피부색과 대조적이며 요란한 무늬를 넣지 않은 단순하고 고른 색조를 내야 한다.
다. 조명
통역사의 위치 선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또 다른 요인은 조명이다. 통역사가 자신의 얼굴이나 손에 가능한 한 가장 잘 비출 수 있는 장소에 배치되는 것이 통역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통역사의 뒤에 창문, 열린 문이나 전등 같은 발광물(發光物)이 없도록 해야 하며 그것들을 통역사의 몸 아래에 두어서 얼굴 표현을 왜곡시키게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영화나 슬라이드를 보아야 하는 경우 실내가 어두운 것이 보통이므로 통역사가 수어로 통역하는 것을 잘 보지 못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손전등을 준비해서 앞자리에 있는 농아인으로 하여금 손전등 불을 자신을 향해 고정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라. 외관
전문 수화통역사다운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머리칼은 얼굴을 덮지 않아야 하며 입술을 읽기 쉽게 수염이나 코밑 수염을 깨끗이 깎아야 한다. 화장은 요란스럽지 않아야 하며 붉게 매니큐어한 긴 손톱은 시선 집중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안경을 꼭 고정시켜서 통역 중에 안경을 바로 잡기 위해 연신 들어올리는 동작을 피하도록 한다. 보석 등 장신구는 약간의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착용을 금하는 것이 좋다. 통역 중에 껌을 씹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할 무례한 행동임을 기억해야 한다. 통역사의 외관을 판단할 때 적용되는 기준은 그가 통역 현장에서 가장 덜 튀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수화할 때 편안하고 읽기 쉬운 배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 의복
상황에 알맞게 의복 색깔과 의복 형태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옷차림이 통역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옷차림은 시선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하며 손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색의 복장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적합치 못한 의복을 입으면 남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화통역사가 농아인 의뢰인을 경시하고 있다는 오해를 줄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법정에서 통역할 때 판사들은 여성이 정장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에서 통역을 할 때 헐렁한 치마를 입으면 자칫 치맛 자락이 기계에 휘말려서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으니 그 대신 청바지 같은 바지류를 입는 것이 안전하다. 어쨋든 통역사는 여러 상황에 부합한 복장을 가려 입는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통역 기법☜
통역할 때 실로 다양한 환경과 여러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가. 음성 통역
농아인의 수어를 보고 음성으로 통역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농아인들의 수어는 세련된 한국어 문장식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농아인 특유의 관용적 표현을 많이 쓰는 관계로 농식 수어 표현에 능통하지 않으면 통역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수화 언어 즉 수어는 시각(視覺)-수동적(手動的) 언어이므로 청각-음성적 언어인 한국어와 문법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 농아인들이 구사하는 한국수어는 수화 및 지화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 그리고 제스츄어도 혼용되므로 제스츄어와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 보아 그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면서 통역을 해야 한다. 얼굴 표정은 부사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서문 의문문 감탄문 등을 표시하는 언어 장치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많은 청인들은 수화교실에서 배운 수화들을 우리 한국말 어순에 따라 대응시켜서 표현함으로 결과적으로 문장식 수화 표현을 낳게 되는데 농아인들이 사용하는 수어 표현이 한국어의 문법적 구조를 달리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함으로 상당한 수화 어휘력을 지니고도 농아인들과 수어를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에 애로를 느끼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아인들과 빈번한 접촉을 통해서 농아인의 자연 언어로서의 한국수어의 문법적 구조와 표현 형태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수어 통역
청인의 음성 언어를 수화 언어로 통역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보통 수화통역사들이 부담없이 통역할 수 있는 분야에 속한다. 수화통역을 할 때 음성으로 발표된 내용을 충실히 통역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가끔 필요하면 주변의 소리를 밝히는 것이 농아인들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비행기 소리가 날 때 비행기 소리가 위에서 나고 있다고 알리는 것이 농아인으로 하여금 왜 청인들이 갑자기 위를 쳐다보거나 뒤를 돌아보는지 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농아인이 어떤 수화에 대한 이해의 곤란을 표시하는 방법이 있는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혹은 그 이해가 되지 않는 수화를 따라 하는 행동이다. 그 경우 통역사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은 내용의 통역을 반복하거나 부연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통역사는 언어외적인 요소들 즉, 웃음, 빈정거리는 말투, 음성의 고저, 강조성 어투 등이 풍기는 뉘앙스를 가시적 형태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다. 강연 통역
많은 수의 청중들이 모여서 강연을 경청하는 가운데 통역하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보통 강당이나 대회장에서 흔히 실시되는 통역 유형이다. 보통 통역사는 농아인들의 시각적 효율성을 고려해서 강사나 연설자의 옆에 서서 통역한다. 만일 농아인이 연설하는 경우 통역사는 무대나 강단 아래에 앉아 마이크를 들고 음성 통역한다. 강연이 길어질 경우 장시간 수화통역에 따른 신체적 피로가 불가피하므로 두 사람 이상이 교대로 통역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대가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훈련을 쌓아 두는 것이 유익하다. 농아인의 강연 원고를 미리 입수해서 내용을 훑어본 후 화자를 바라보면서 음성 통역하는 것이 매끄러운 통역에 일조할 수 있다. 수화로 표현할 때 크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농담을 통역할 때 미소를 짓는 것은 무방하나 소리를 내어 웃는 것은 삼가야 한다. 내용을 다 듣기 전에 웃음 소리를 들으면 청중들이 어리둥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 전화 통역
전화 통역은 일대일을 원칙으로 한다. 다이얼을 농아인으로 하여금 돌리게 하든 통역사가 직접 돌리든 의뢰인이 편한 대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농아인이 통역사가 전화를 대신 받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기 원할 경우 통역사는 지체없이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 전화 통화가 농아인에게 시각적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관계로 언어외적인 요소를 가능하면 전부 통역해주는 친절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화 벨이 따르릉 울리고 있다는 것이라든지 통화중이라는 것도 전달해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웃음 소리나 잠시 멈추고 있다는 사실까지 세세히 전달해 줌으로 농아인이 전화 통화에서의 상황 파악을 용이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농아인의 지시없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 결례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마. 맹농인 통역
맹농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를 중복으로 안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통역할 때 사용되는 주된 기법은 촉각을 통한 통역이다. 물론 촉각으로 입술을 읽을 수 있도록 입술에다 엄지 손가락을 이용하고 성대의 진동을 느낄 수 있도록 손가락을 목에 댐으로 맹농인과 구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기술인 이른 바 타도마 기법(Tadoma method)이라는 것이 있다. 일찍이 헬렌 켈러가 타도마 기법을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한 것은 너무 유명한 일이다. 그 외에 손바닥에 글자를 쓰는 방법과 손바닥의 특정한 곳에 알파벳 문자가 적혀 있는 특수 장갑을 이용하는 기법이 있는가 하면 맹농인의 손바닥에다 모르스 신호를 두드리는 기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도 지화와 수화를 두 손을 통한 촉감으로 읽는 방법에 비하면 편리성이라든가 정확성에 있어서 뒤떨어진다. 맹농인으로 하여금 통역사의 손을 가볍게 만지게 해서 수어를 읽는 촉각 기법을 사용할 때 통역사의 손에 무게가 추가되어 전달되는 까닭에 신체적으로 피로를 안겨줄 수 있다. 그리고 수화할 때 손을 천천히 그리고 위축된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중압감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두 사람 이상의 통역사가 교대로 통역하는 것이 유리하다. 촉각 통역사는 청각 입력은 물론 시각 정보를 전달하도록 힘써야 한다. 맹농인에게 실내에 다른 누구나 있는지 그리고 화자가 바꿀 때 누가 말하고 있는지 밝히는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확실히 맹농인을 위한 통역은 다른 통역에 비해서 매우 도전적이며 보다 예민한 민감성과 판단력을 요구한다.
바. 문맹농아인 통역
어떤 이유로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한 문맹 농아인들을 위해 통역하는 기회가 이따금 생기는데 일반적으로 글을 잘 모르는 것은 물론 수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통역사는 불가피하게 제스츄어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그림책을 펴서 원하는 뜻을 그림으로 지적해 보이는 다소 유치하고 번거로운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수어를 잘 모르는 문맹 농아인 특유의 몸짓을 해석하기 곤란하다면 이 방면에 능숙한 농아인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중통역이 되는 것이다. 문맹농아인을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도록 언제나 인격적으로 대하는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 종교 통역
예배나 의식 그리고 결혼식, 장례식, 종교적 상담을 수어로 통역해 주는 경우를 말하는데 일대일 통역이라기 보다는 청중을 상대로 하는 통역인 경우가 흔하다. 찬송가나 성가를 통역할 경우 미리 그 가사를 입수해서 내용을 익히는 것이 나중에 통역할 때 편리하다. 찬송가를 펼쳐놓고 틈틈이 읽어보는 것은 무방하나 농아인들에게 시각 접촉을 끊지 않아야 한다. 만일 간혹 라틴어나 히브리어 또는 헬라어 같은 외국어가 튀어나올 경우 통역사는 이를 자신있게 번역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럴 때 통역사는 간단하게 “라틴어입니다”라고 하면 된다. 만일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상반되는 종교 행사에서 통역하는 경우 자신의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통역하도록 힘써야 한다. 이것이 자신 없다면 통역 의뢰를 거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
아. 직업 통역
직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통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계들이 가동되는 공장에서 통역할 때에는 의복에 유의해야 한다. 작업복이나 바지가 안전하다. 그러나 사무실 안에서 통역하는 경우 단정한 복장이 바람직하다. 직업과 관련된 기술적 용어들이 많이 사용될 것이 예상되는 바 수어 어휘의 빈곤을 감안해서 농아 근로자들과 함께 임시 방편으로 이 용어들에 대한 수화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수화들을 표준 수어 어휘로 고정화시키는 것은 농아 사회 안에서의 의사소통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자. 교육 통역
대학이나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는 농아학생들을 위해서 통역하는 것을 말함이다. 일반적으로 통역사는 농학생을 마주 보면서 통역한다. 농학생이 교사나 교수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교사의 옆자리를 찾아 앉는다. 교육 통역의 성격상 농아식 수어 표현보다는 문장식 수화 표현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통역사는 교육 내용을 수어로 통역할 의무가 있을 뿐이지 농아 학생들의 성적에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 학생의 성적에 자신의 수어 통역 실력을 반영하려는 생각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차. 의료 통역
병원에서 의료 진찰을 받을 때 통역하는 것을 가리킨다. 의뢰인의 몸을 만지거나 몸의 부분들을 손가락으로 지적하는 것은 농아인으로 하여금 당황과 수치를 느끼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의학 용어를 수화로 표현할 때 정확하게 이해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역사 자신이 의학 용어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의사에게 그 뜻을 물어서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통역은 문자적이어야 하며 농아 의뢰인이 의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카. 법정 통역
농아인이 법을 위반해서 경찰에 체포됨으로해서 심문을 받거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통역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여기서 통역의 정확성이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농아인의 비언어적 표시가 언어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농아인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통역사가 “예”로 음성 통역해서는 안된다. 그저 “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라고 통역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일 농아인이 제스츄어를 사용하거나 무엇을 지적할 때 법정은 이를 음성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피고인은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왼쪽 다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법정 통역시 농아인을 위해 변호하려는 유혹을 강하게 느끼기 쉬운데 미국에서는 이를 절대로 금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 농아 의뢰인은 그 책임을 통역사에게 전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타. TV와 예술 공연 통역
TV 수어 통역이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5시 뉴스 시간에 방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분야이다. 작은 원 안에 삽입된 형태로 방영되는데 통역사의 손이 원형 안에 들도록 카메라 촬영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예술 공연 통역은 대체로 가시성을 위해 크게 수화하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심미적 가치를 위해 수화 표현을 약간 변형시킬 수도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술 공연 통역사가 독창성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자유를 요구할 수 있음을 이해할 때 수화 표현 형태를 약간 바꾼다고 해서 표준성에서 벗어난 잘못된 표현이라고 비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통역사는 먼저 작품의 의미에 대한 통역을 결정하고 그 후에는 그 의미를 어떻게 수화로 표현하느냐를 결정한다. 시와 음악 같은 예술 형태는 리듬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통역사는 리듬을 맞추기 위해 통역을 약간 변경시켜도 무방하다.
첫댓글 네
많은걸 알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자료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