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아침부터 상트 남쪽에 있는 푸쉬킨 시로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푸쉬킨 시에는 예카테리나 2세의 여름궁전이 있는데 이 궁전은 보석의 일종인 호박으로 만든 호박의 방 등 화려하기로 유명한 궁전이지요.
지하철을 타고 비텝스크역으로 향합니다. 비텝스크역 메인 건물 말고 뒷편에 있는 작은 건물로 가면 푸쉬킨까지 가는 통근열차표를 살 수 있습니다.
이 통근열차는 여러모로 깨는 열차인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보시죠.
어..... 비둘기호?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양쪽 레버를 잡아서 열게 되어 있습니다. 비둘기 맞네!
사실 러시아는 워낙 이동에 있어 철도 의존도가 높고 구형 열차를 제때 교체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중요도가 떨어지는 교외선은 우리네 옛날 비둘기호 급의 열차가 아직도 현역으로 굴러다닙니다.
푸쉬킨 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예카테리나 궁전의 입구가 나옵니다. 벌써부터 지붕의 금박이 우리를 환영해주네요.
아, 참고로 여기는 상트 패스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만, 여름과 겨울은 그 커버 범위(?)가 다릅니다.
1. 여름 : 정원(패스적용O) / 궁전(패스적용X)
2. 겨울 : 정원 / 궁전 모두 패스적용O
그래서 여름시즌은 궁전에 들어가려면 따로 입장료가 발생합니다 ㅠㅠ 왜 저런고 하니 여름은 정원에 꽃과 나무가 만개한 덕에 정원만 봐도 눈호강을 할 정도입니다. 고로 궁전 가고 싶으면 따로 돈 내랑~, 대신 겨울에는 정원이 초토화되는 고로 미안하니까 궁전은 공짜로 해줄게~ 라는 거랍니다.....
뭔가 묘하게 그럴듯 합니다......
뭐, 그래도 예카테리나 궁전은 그 내부에 앞서 말씀드린 호박의 방 부터 시작해서 볼 거리가 많아서 궁전내부 투어는 반쯤 필수입니다. 문제는 표 사려면 줄 서야 하는데, 대기시간이 운 좋으면 2시간, 운 나쁘면......아멘........ 특히나 시기를 막론하고 중국 본토 단체관광객들이 매우 많으며 박물관에 입장하는 관객 수를 조정하면서 들여보내기 때문에 여긴 당번 세워놓고 나머지는 정원투어를 가는 게 필수입니다.
궁전 왼쪽 날개에 있는 건물과 호수.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궁전 앞에 펼쳐진 정원의 모습입니다. 삼각형, 사각형으로 깎아놓은 나무와 만개한 꽃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치를 자랑합니다. 여기서 여름에 경치를 즐기는 러샤 귀족이 된 것 마냥 기분이 좋지요.
줄 당번 교대해 가면서 기다리길 2시간이 지나자 으어, 드디어 입장한다!
궁전 내부는 왕궁 답게 매우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물론 여기도 금을 펴발펴발 해놨죠.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 돌마바흐체 궁전은 여기에 비하면 매우 소박한 편입니다 네........ 오스만 말기에 있는 돈 없는 돈 돈지랄해가며 지은 게 돌마바흐체 궁전인데 여긴 그걸 능가하네요.
여기도 금, 저기도 금~
사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호박의 방을 주로 꼽지만 저는 오히려 이 무도회장을 들고 싶습니다. 진짜 이 무도회장은 보자마자 입이 딱 벌어집니다. 금박을 바른 장식 창문을 양 옆에 두고 그 규모를 통해 아래 위로 사람을 기가 막히게 만듭니다. 이게 사진으로는 그 포스가 1/10도 안 나오는 수준일 지경이니 참 -_-;;;;;
물론 여기도 박물관이니만큼 당시 제정 당시 유물들도 전시를 해 놓습니다. 하지만 건물 그 자체가 사람을 압도해 버리므로 유물을 봐도 그닥 감흥이 안 오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유물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건물 그 자체가 사람을 기가 질리게 만들 뿐이지.
다시 비텝스크 역으로.
오후는 제정 러시아의 보물을 모아놓은 파베르제 박물관이 이어집니다.
첫댓글 오오 멋집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눈으로나마 호강하네요.
여력 되시면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후회는 안 하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