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미국산 TV극 ‘전투’(The Combat)란 것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매주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싫어하셨습니다. 출연하는 미군은 죽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총 맞아 죽는 군인은 오로지 독일군 뿐이었습니다. 너무 일방적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현실감이 없으니 재미없다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죽을 수가 없습니다. 제아무리 명사수가 총질을 해도, 그렇게 쏘아대도 결코 총탄을 맞는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그 반대쪽 조직원이나 군인들은 픽픽 쓰러집니다. 이럴 수가 있을까? 싶지요. 그런 것 따지자면 영화 볼 일 없습니다. 안 보면 됩니다.
그럼에도 돈을 내고 봅니다. 벌써 9편까지 등장하였습니다. 이것으로 끝날까요? 아직은 아니리라 짐작합니다. 이들 가족이 멀쩡하게 살아들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악이 없어지지 아니할 것이고 악당들 또한 여기저기 나타날 테니 말입니다. 할 일이 생길 거란 말이지요. 그 누구에게 맡기기보다 가장 확실한, 소위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팀입니다. 나름대로의 정의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어느 갑부나 아니면 조직 또는 한 나라의 정부까지도 믿고 의뢰할 수 있는 집단이란 말입니다. 어쩌면 악의 대명사와 반대쪽에 있는 정의의 사도라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져 있습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과 동정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총질을 하고 폭탄을 터뜨리면 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악도 선으로 바뀔 듯합니다.
어쩌면 만화영화보다도 더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봅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소위 볼거리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이야기라고 해봐야 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도 어쩌면 이미들 알고 있습니다. 다 처리하고 모두 모여서 가족 파티나 아니면 모두 불러 모아 조촐한 식사를 하는 겁니다. 그러려니 하고 보는 겁니다. 사건 발생의 통지와 가족의 재집합,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서두는 간단히 끝내고 곧바로 액션으로 들어갑니다. 쏘고 패고 두들겨 부수고, 터지고 무너지고 박살나고, 그렇게 진행됩니다. 쉴 틈 없이 전개됩니다. 게다가 장소도 여기서 저기로 왔다갔다 눈 돌아갈 시간조차 없을 지경입니다.
이번에는 지구 밖까지 나갑니다. 그것도 우주선이 아니라 자동차로 말입니다. 글쎄, 몇 세기 후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가능해? 말도 안 되지만 그러려니 하고 보는 겁니다. 그런 거 따지면 이 영화 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 만화 보듯이 아니면 공상과학 영화 보듯이 보면 됩니다. 아마도 제작 과정에서도 그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성이나 현실성 같은 것은 당초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로지 보여주자 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 또한 무슨 새로운 볼거리를 기대하고 영화관에 들어오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무슨 뜨거운 감동을 찾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ㅋㅋ
여기 주인공들은 결코 죽는 일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이전에 죽은 동료까지 살아서 돌아옵니다. 아주 그럴싸한 구실을 댑니다. 역시 그러려니 하고 보아주면 됩니다. 그렇다 하니 그런 줄 알고 보면 됩니다. 참으로 다행(?)일 수는 없지만 중요한 주인공 한 사람은 실제 현실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가족에서 물러섰습니다. 아주 예외적 사건이지요. 그런 일을 제외하면 주인공이 사라질 일도 바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리라 봅니다. 바뀌는 것은 처치해야 할 악인들의 집단입니다. 그들은 그 한 편에서 역할을 다하고 죽어 나가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악을 조종하는 주모자는 이번처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 편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지요. 관객은 그렇게 또 다음을 기대하고 자리를 뜹니다.
이번에 새로운 등장은 숨어있던 ‘도미닉’의 동생 ‘제이콥’이 나타난 것입니다. 두 팀의 대결은 뻔한 이야기고 그것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만들자니 옛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리고 가족애를 더 두드러지게 나타내고자 악당으로 등장해서 변하여 가족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악의 무리들 가운데서 배반하는 일로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을 형이 구해줍니다. 자신이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여태 소식도 없던 동생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가족의 일원이 됩니다. 하기야 친 형제이니 앞으로도 더 빛나게 활동하리라 기대합니다. 아마도 세상을 떠난 ‘브라이언 오코너’ 대신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시간이 넘는 지루함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뻔하고 오로지 달리고 부수고 터지는 장면이라 그게 그겁니다. 그래서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졸음이 오더라 그 말입니다. 거참!! 나이 탓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Fast & Furious 9 THE FAST SAGA)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
언제나스릴있어
자주봅니다
감사합니다
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