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발생학적으로 유럽인이라 하면 아프리카에서 탄생하여 유럽과 아시아로 진출한 인류중에서
유럽으로 이동하여 산 인류들을 유럽인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시아의 조선땅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으면 아시아인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일찌기 배를 타고 유럽을 밥먹듯이 돌아 다녔고 또 1990년대 말에는 식솔들을 데리고
영국 카디프로 나가서 한 이년 버텼으니 유럽인의 물맛은 파악한 셈이다.
오늘 점심은 혼자서 먹게 되었다. 대부분은 나 혼자 먹지만 오늘은 집사람이 듀티 오프(duty off)라
같이 먹을 줄 알았지만 점심때가 다가오자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혼자 챙겨 먹어라고 하고는
훌쩍 나가버렸다. 컴퓨터에 주식장을 벌려 놓았지만 어제 미국 지수의 폭락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폭락장세다. 허탈한 기분을 달래줄 친구는 역시 술밖에 없다. 기쁠 때도 술, 슬플 때도 술이다.
와인 쿨러에서 며칠 전에 코스트코에서 산 트레 코스 한 병을 꺼냈다. 할인행사를 한다고 해서 6병을 샀었다.
칠레산 1865를 사려다 할인한다기에 맛을 보고 산 것인데 병당 2만1천원가 했는데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다.
식사를 하면서 한 잔 두 잔 하다보니 반병이 굴었다. 이태리나 프랑스에서 배를 타고 입항했을 때 보니
유럽은 점심시간이 공식적으로 두 시간이었다. 식사하는 데 한 시간 나머지 시간은 오수를 즐기는 것이었다.
식사시에도 두 사람당 와인을 한 병 비우는 것으로 돼 있었다. 나도 혼자 반 병을 비웠으니 반은 유럽인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