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달력에 중복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오늘은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다.
농경시대엔 농사가 최우선 과제였으므로 24절기를 정해 타이밍을 맞춰야 했었다.
7월26일은 국가에서 정한 무슨 기념일도 아니므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26일은 국제 맹그로브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Conservation of the Mangrove Ecosystem)이다.
201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제정해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이한 이 날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인간이 파괴해 온 수많은 생명종 가운데 맹그로브만큼 생태적 가치가 큰 종이 드물기 때문이다.
맹그로브는 열대 및 아열대 지방 강 하구에 주로 서식하는 식물(나무)이다. 정확한 학명은 아니지만
리조포라(Rhizophora) 속에 속하는 식물군 70여 가지를 통상 맹그로브라 부른다. 한 그루 나무가 아닌
집단 서식체 형태로 존재하는 맹그로브는 줄기와 주된 뿌리에서 호흡근이라 불리는 여러 갈래의 뿌리가
물 위로 거꾸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서 물 위로 뿌리가 노출된
나무들이 얽히고설킨 형상으로, 다른 곳에선 마주하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특유의 악취와 복잡한 형태 때문에 맹그로브가 자리한 곳엔 인간이 들어서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도리어
다양한 생명종이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대어와 산호초, 다양한 물고기가 맹그로브가
빚어낸 생태계 안에 들어서 살아간다. 맹그로브의 날을 영어로 적을 때 환경체계(Ecosystem)란 단어가 붙는 이유다.
인간은 맹그로브를 반기지 않았다. 그저 반기지 않는 수준을 넘어 보이는 대로 밀어내고 불태워왔다. 강 하구를
매립해 농지로 만들고, 근 십수 년 동안은 미국과 동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새우를 기르는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이를 해쳐왔다. 다양한 생태자원이 살고 그로 인해 영양분 또한 많은 맹그로브의 터전이 양식장으로 전환하기엔
그만이었다고 전한다.
수많은 동식물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막대한 탄소를 저장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역할까지 해온 맹그로브다.
맹그로브 숲이라 불러도 좋을 이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해쳐지는 실태에 경각심을 가진 인류는 365일 가운데 꼭
하루쯤은 맹그로브의 날로 지정해 주의를 환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가 바로 7월 26일, 국제 맹그로브의 날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새우는 주로 동남아시아 맹그로브환경에서 양식하고 있는 것이고,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식후에 제공하는 이쑤시개(일본말로 요지)는 주로 맹그로브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를 수입해서 가공한 것이다.
나는 배를 탈 때 원목선을 탄 적이 있는데 주로 북미 소나무(미송), 칠레 소나무, 동남아 라왕(필리핀,인니,말레시아,
싱가폴등)을 실어날랐고, 맹그로브 원목은 캐파가 작은 벌크선들이 실어 날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