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는 변함없는데, 빛고을 광주 곳곳엔 예술의 손길
대인예술시장 변신, 남도음식관은 맛의 예술
맥문동숲길의 예술적 조성, 서구 청춘발산마을
양림동 방탄소년단 제이홉 벽화,안시시한골목
무등산 모노레일 건재,금남 AI문화체험관 신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광주광역시가 예향이라는 점은 비단 문예와 관련 탐방지와 명소가 많아서 만은 아니다. 전통시장도, 맛도, 숲도, 낡은 마을 조차도 예술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혜롭고 예술적인 손길을 필요치 않는 무등산 서석대와 규봉암만 그저 늘 그대로일 뿐.
광주의 빛은 동쪽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거쳐 양림동 사랑의 언덕에 이른다.
동구 예술의 거리
동구엔 예술의 거리가 있을 뿐 만 아니라, 대인(문화예술)시장은 전통문화 리더 전고필과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확 바꾸면서 ‘한국관광의 별’이라는 명예를 차지했다.
북구 삼각동의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역시 음식과 문화체험놀이형 쿠킹클래스, 레시피의 조화, 고명의 예술 등 예향스러운 면모를 잘 드러낸다.
삼각동의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의 외국인 쿠킹클래스 [코로나사태 이전 촬영]
문흥동 맥문동숲길
생태자원의 친환경적 재구성이 잘 드러난 곳은 북구 문흥동 맥문동 숲길,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공원인데, 뉴노멀 시대 현지인들이 가는 건강 트레킹 숨은 명소다.
송정역 1913 빵집과 충장로 궁전제과의 빵에는 뭘 넣고 어떤 손재주를 부리기에 금방 매진되는지 궁금하다. 예술적 레시피와 손맛이다.
버려지다시피한 마을이 재탄생한 대표적인 곳은 서구의 청춘발산마을과 남구의 양림마을이다. 오늘은 양림마을 길 위의 문예를 자세히 보았다.
서구 청춘발산마을
양림동 골목의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얼굴은 런던형 공중전화박스 앞에 있다.
광주광역시 양림산 언덕에서 신학대 쪽으로 내려오면 제중원로를 따라, 올 가을 희망을 기약하는 시,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의 김현승 자취, 1929년 학생독립운동에서부터 1980년 민주화운동까지 평생을 보낸 조아라의 숭고한 족적이 있다.
지금의 중국군가를 항일독립운동 당시 만들어준 음악의 정율성, 전통미술의 이강하, 현대미술의 배동신, 시인 윤삼현의 자취가 묵직한 느낌을 주더니,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의 작곡가 정근,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동요를 작시한 김태오가 고향 양림동에서 키운 동심을 여행자에게 일깨운다.
황석영 작가가 소설 ‘장길산’을 집필한 곳이고, 임권택 감독과 서정주, 문순태도 한때 양림동과 인연을 맺었다
남광주시장에 가면 광역시 답지 않은 토속미가 물씬 풍긴다. 호랑가시나무 예술창작소에 입주해있던 한 인도 작가는 이곳 국밥을 먹은 뒤 다 우린 소뼈를 얻어다가 멋진 예술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토속시장 국밥이 글로벌 예술작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양림동 안시시한 골목
광주남구 소녀상(이이남 작)은 현재 할머니가 당시 자신인 소녀를 다독이는 투샷이다.
▶골목엔 수피아출신 정은경 청장, 국민 다독이는 글귀= 이번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따뜻한 남도, 북위 35도인 광주에 펭귄이 있다. 1970년대 쓰레기 많던 이 동네를 청소하고 마을 텃밭을 만들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불편한 걸음으로 기우뚱거리며 땀흘리던 분(현재 80세 육박)의 모습이 펭귄같이 귀엽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벽화와 ‘가을의 기도’ 등 시그림이 적힌 ‘안시시(詩詩)한 골목’, 리사이클링 예술작품, 공방, 정크아트체험장, 방탄소년단 제이홉 얼굴 벽화와 런던형 붉은 전화박스, 만화방 등이 즐비한 예술거리로 바뀌었다.
‘잘 했고, 잘 하고 있고, 잘 할거야’라며 수피아 출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국민을 다독이는 듯한 글도 보인다. 90대 이옥선 할머니가 자신의 이팔청춘 시절 그 옥선 소녀를 달래는 ‘광주남구 평화의소녀상(이이남 작)’은 보자마자 울컥 한다.
평지를 지나 완만한 경사진 길로 오를 무렵 ‘메르치’ 상호가 있길래 파리풍인가, 피렌체풍인가 잠시 상상했는데, 메르치 국수-국밥집이었다. 양림동의 예술적 재생을 보고 놀란 가슴, 멸치식당 보고도 놀랐다.
광주형 유럽미식으로 입맛과 건강성을 극대화한 마리오셰프와 멀지 않은 큰 골목 길 교차로에 빛고을의 오늘을 이끈 열 두명의 위인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처럼 패러디된 거대 빌딩벽 부조가 눈에 띈다.
무등산 모노레일
아시아문화전당
▶금남로 AI문화체험관 신설= 광주는 팩데믹이 잠잠해지면 찾아올 국민들에게 더 잘 해줘야지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많이 단장하고 있다. 세계지질공원 무등산 입석대-서석대가 한결 같이 우뚝 서있는 가운데, 지산-향로봉 리프트와 모노레일에 더욱 안전을 기했다.
드라마 ‘5월의 청춘’ 무대였던 금남로의 4가역엔 AI문화체험관이 개관했다. 가상현실(VR)·미술·게임·댄싱·캐리커처 등을 디지털기술로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조만간 ‘인공지능 화가 고갱', 증강현실(AR) 벽사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지하철을 탔다면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광주송정역 시장도 필수코스. 서원이지만 콘텐츠가 발랄한 월봉서원도 청년들의 인기를 모은다.
1913 송정역시장
▶뻔질나게 만나는 대구-광주= 광주 우치동물원에 있는 홍부리황새, 펠리컨 등 13종, 71마리 조류의 새 보금자리는 올 12월에 공사를 마친다.
광주-대구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협의회가 화합적 분위기속에서 순항중이다. 달빛 고속철,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요즘 두 도시사람들의 만남이 잦다. 앞으로 더 많이 달빛 오작교를 오가며, 청라언덕과 같은 마음들이 양림의 붉은 열매 처럼 결실을 맺을 것 같다.
하나의 공동체 였다가 분리돼 불편함이 많았던 광주-전남 간 행정통합도 검토에 들어갔다고 하니 반갑다. 더위가 한 풀 꺾인 뒤, 광주에 간다면, 여러 면에서 달라진 빛고을을 면면을 목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