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구직) 24-6, 딸기탐탐 구인 안내
‘배종호 아저씨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수상하신다고 했지요.
축하합니다. 먼 길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저씨 서각 일로 국제각자예술대전 개막식에 동행하는 동료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한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라는 이유로 덩달아 기쁜 마음이 되어 눈앞에 보이는 이런저런 일을 한다.
아저씨가 당신이 이룬 오늘 하루를 만끽하시기 바랐고,
이 일이 이도경 선생님 사회사업에 좋은 동력으로 작용되기 바랐다.
동시에 마음 한구석 헛헛한 마음이 든다.
그 구석이라는 게 어디인지 안다.
사회사업가로서 나의 사회사업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것이다.
그렇지.
동료로서, 간사로서 동료의 일이 잘되기 바라고 그의 성장을 바라며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것과
나의 일이 잘되기 바라며 나의 성장에 기뻐하고 축하받는 것은 다른 일이다.
완전히 구분된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사이 ‘균형’이라는 단어가 비집고 들어가 중요하게 자리할 수 있을 만큼 마냥 같지 않다.
지난 일 년 반, 새로 깨닫고 배우며 새긴 생각이다.
전성훈 씨 구직을 돕는다.
잘 돕고 싶다.
내 손으로, 내 발로 사회사업하고 싶다.
사회사업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결코 놓을 수 없는, 놓으면 안 되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사업으로 가슴이 달아오르고 기분 좋게 마음이 들떴던 지난날 남긴 기록을 찾아 읽는다.
준비한 것을 다 나누었어도 돌아오는 길, 손이 무겁다.
그 손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 마음이 흩어지기 전에 기억하고 싶어 동료를 찾아 고백하듯 쏟아내고 다음 일하러 다시 뛰어간다.
“선생님, 오늘 은이 추석 인사 도우면서 많은 걸 느꼈는데요.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거라면 ‘사람’이었어요.
물론 사회사업으로 만나는 하은 군 둘레 사람이 다 중요하고 의미 깊게 느껴졌지만,
그동안은 ‘하은 군 신앙생활, 신앙 과업’이라는 데 더 시선이 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사람을 만나러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까 과업의 배경이 사람으로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름을 달고 진짜 그 사람으로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아! 여기서 일하시는구나.’, ‘아! 이분들이 가족이었구나.’, ‘일에 이렇게 적용해 보면 되겠다.’ 하면서요.
우리가 글을 쓰거나 누구 앞에서 말하는 것도 다 실천에 근거한 거잖아요.
그래서 그 실천이라는 게, 사회사업이라는 게 사회사업가에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에는 거기에 얼마쯤 갈증이 있었거든요.
『마라톤 갑니다』를 이야기할 때도 ‘잘되었던 일’, ‘좋았던 일’,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일’처럼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때 그 일마저도 ‘내가 그 일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왜 의미 있었는지’, ‘뭐가 고마웠는지’ 같은
잊고 있던 기억이 살아나더라고요.
저 이제 가 봐야 하는데요.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어요.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발로 일해야 한다’라고 했던가.
아마 다르지 않을 것 같은 깨달음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실감했을 동료의 말이 마음 안에서 맴돈다.
부유하던 감상이 이제 쉽게 흩어지거나 날아가지 않을 정도의 무게를 얻어 머무른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7, 배경이 사람으로(2023년 9월 27일 수요일, 정진호)」 발췌
그래, 그렇지. 그래야지. 다시 무릎에 힘을 실어 볼까?
그리고 오후, 저마다 자기 일로 바쁜 입주자와 동행한다는 동료의 메시지 사이 눈에 띄는 글이 보인다.
‘<딸기탐탐> 사회적기업 농장 구인 안내.
유수상 대표이사님의 추천으로 <딸기탐탐> 대표님을 뵈었습니다.
현재 딸기 하우스 14동, 들깨밭 1필지,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평빌라를 소개했고, 농장 대표님의 뜻을 들었습니다.
월평빌라 입주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구직을 희망하는 입주자 가운데 들러서 이야기 들어 보는 것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가서 둘러보고 들어 보며 할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저에게 문의하면 연락처 알려 드릴게요.
인터넷에 전화번호 있으니 직접 연락하셔도 되고요.’ 월평
‘딸기탐탐, 농장, 구인, 대표님, 할 일, 관심, 연락’을 빠르게 읽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장된 비유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줄 동료가 몇 사람 있다.
바로 앞에 앉아 있던 김수경 선생님에게 얼른 메시지를 들어 보였다.
전성훈 씨에게 어때 보이는지 물었다.
‘구직’은 김수경 선생님이다.
게다가 전성훈 씨를 전담 지원하기도 했고, 같은 팀에서 오래 보아 잘 알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이 일에 관해 김수경 선생님을 거듭 찾아 물었다.
중요한 건 전성훈 씨 뜻이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했는데,
이 일이 전성훈 씨에게 평안 감사인지 아닌지도 모르거니와
당사자에게서 난 뜻이 아니어서 말 그대로 싫으면 그만일 확률이 높다.
설득이야 하겠지만 싫다면 멈추어야 한다.
나의 판단과 욕심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성훈 씨, 성훈 씨!”
전성훈 씨가 태블릿에서 시선을 뗀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나를 본다.
“<딸기탐탐> 사회적기업 농장 구인 안내….”
검지로 화면을 가리키며 읽는다.
웃는다. 웃으며 읽는다.
누구나 그렇듯 전성훈 씨도 내키지 않으면 티가 나는데, 이번에는 웬만큼 괜찮아 보이는 모양이다.
농장 대표님이라는 분 사진을 가리키며 웃었다가 손을 펴고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렸다 뗀다.
말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뜻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분명했다.
이 일을 사회사업으로 돕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디에 서고 어떻게 돕는가, 어떻게 주선하고 어떻게 거드는가, 어떻게 주게 하고 받게 하는가에 따라
사회사업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 같아 보였다.
잘 알면 잘하면 된다.
그 길로 전성훈 씨를 앞세워 문의했다.
구직 의사를 밝히고 어떤 일인지, 어떤 상황인지 다시 들었다.
대표님 연락처를 받았다.
전성훈 씨가 연락해 직접 말씀드리기로 했다.
전성훈 씨 구직할 수 있을까?
저녁 버스로 서울에서 돌아오려 한다는 동료를 생각한다.
비로소 앞선 ‘균형’에 가까워진 기분이다.
나의 일, 동시에 또 다른 나의 일, 우리의 일.
2024년 8월 8일 목요일, 정진호
입주자의 취업이, 입주자의 삶이 이렇게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앞으로 일들 응원합니다. 신아름
① 월평빌라 사회사업팀 간사는 자기 사회사업은 물론 팀 동료의 행정과 사회사업을 간접 지원하죠. ‘균형’이라는 말을 한참 곱씹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싶었어요. 정진호 선생님에게 협력을 배웁니다. ② 2019년, 아직은 코로나 이전이었고, 아직은 정진호 선생님이 ‘신입’이라 불리던 그해에 이보성 씨 마라톤 동호회를 주선하던 게 생각납니다. 마라톤 동호회 회원 모집 현수막을 보고서 설레던 그때를, 선생님도 기억하시죠? 응원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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