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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들꽃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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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구 이른 봄 우수영 - 금계
김진수 추천 0 조회 220 21.02.22 18:54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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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1.02.23 15:58

    첫댓글 선생님...

    선생님을 해남 읍에서 전교조 모임 회식 자리에서 뵙고 '40대'를 여쭈었다가
    또 한 10년 쯤 지난 날에 "그리하면 50대는 어떠했습니까"를 되물었던 바
    이제금 60대는 되묻지 않겠습니다.
    철이 좀 들었을까요..

    그 우수영 시절은 새 출발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복직 노화중학교에서 혼자 만지작거렸던 들꽃 무릎을
    우수영 바다를 배경으로 한없이 꺾었던,
    제 약초꾼의 첫봄이자 시 공부의 첫길이기도 했죠.

    그 흥의 중심에 선생님과의 허들? 버블? 드라이브 소풍이 있었어요!
    선생님은 저보다 한참 아래서부터 저보다 한참 위까지 달통하셔서
    格 없고 禮 있고, 適 없고 我 있는, 統 없고 通 있고, 俗 없고 道 있는 풍류가셨죠.

    '소 걸음을 걷는 선생님' 은 또 어떠셨고요...
    세상에 단 한 사람, 동 시대 참 스승, 아름다운 평 교사,
    돌아가신 고영의선생님을 둘러싼

  • 작성자 21.02.23 17:48

    추억은 간밤의 헤었던 별처럼 반짝거립니다.
    선생님께서 각본하시고 고선생님께서 연출하신 보름 간의 EBS 촬영,
    내쳐 찾아간 고선생님의 바닷가 외딴집과 그 월광단, 달빛 고요한 아틀리에서 흐르는
    착하고 애달픈 바이올린 선율!

    그리고 이어 분위기메이커 선생님의 화답 찬스.
    주안상 딱돔머리에 앉아 불러주신 선생님의 허리 굵은 목청, '목포의 눈물' 말이죠.
    그해 오월 스승의 날, 35분 짜리 마이크와 영상으로 온세상 울려퍼졌죠.
    문내면 장날이면 숭어를 사와 교무실이 파닥거리고
    고선생님 과학실 한 켠, 셋이서 찡겨앉았던 딱 도시락만한 네모 점심!
    모든 것이 꿈 같았던, 아니 꿈이 확실한 애틋하고 그리운 날들!!

    선생님과 함께했던 우수영은 제게 그토록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수영을 찾지 않겠습니다. 제 발자국이 옛 그림을 지워버릴지도 몰라요.
    학교가 홀라당 뒤바뀌었으니 거기 어디에 무언 흔적을 찾겠습니까.
    그리운 옛 그녀처럼 꼭꼭 가슴에 감춰둘 밖에요.
    그리움은 모두 산너머에 있다더니
    이생에 한번이라도 그 시절로 그 추억으로 건너갈 수 있다면......!





  • 작성자 21.03.30 10:52


    금계

    김 선생의 우수영 추억 재미나게 읽었어요. 가슴이 먹먹해서 어떻게 답장을 할지 몰라 세월이 조금 흘렀나 보네요. 돌이켜보면 그 때가 나의, 우리들의 황금기였던가 봐요. 날마다가 벅차오르는 기쁨이요, 즐거움이었던 시절, 진도대교 아래 식당에서 귀하게 짬을 내어 참소라를 깨물며 고담준론을 나누던 시절,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떠받들고, 운우지정보다 더한 열락에 미소짓던 시절, 도서실에 김 선생이 캐다준 야생화를 화분에 심어놓고 날마다 물끄러미 그 자태와 향기를 감상하던 시절, 학생들은 유난히 고 선생님을 따르고 김 선생을 졸졸 따라다녔지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그리움에 목이 메어 그만 화석으로 굳어버리고 만답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거늘 벌써 우수영 시절이 스무 해가 더 멀어졌군요. 나는 가끔 지금도 우수영에 들리곤 하는데 그 때마다 노래가 생각나더군요.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그래도 나는 어쩌면 그리움의 파편이라도 주울지 몰라 그 동네를 기웃거리는가 봅니다. 돌아오는 길은 늘 허전해서 휘청거리곤 한답니다.

  • 작성자 21.03.31 08:16

    해직을 감안한 불꽃시절엔 절망도 뜨거웠고,
    해직을 감수한 날들은 또 복직의 열망으로 뜨거웠죠.
    義는 투쟁과 희생의 연료를 먹고 사는 불꽃이었나 봅니다. 마침내
    그 아침에 意의 빛이 완성되고 우리는 한 낮의 운동장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 자락 어둔 내 그림자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하단 말씀만 입가에 맴돕니다.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텅 빈 우수영, 그 허전한 그리움의 파편이 아프군요.
    추억이 아름다운 건 결단코 다시는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겠구요.
    언제고 사그라드는 그 어디 우수영 바닷가 금빛 석양을
    선생님과 나란히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그날까지 늘 건강 아끼시고
    기억의 파편도 죄 접어 마음 갈피에 끼워두시기 바랍니다.
    '휘청거리는 봄' 편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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