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 등산을 가려면 몸이 먼저 반응하나보다. 출발하기 전부터 몸이 다소 무겁다는 느낌이다.
산행 때마다 잠을 설쳐 졸린 것이 나만은 아닌 듯하다.
차를 2번 갈아타고 부지런히 움직여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잠실역 1번 출구에 도착하니 이곳저곳으로 산행을 떠나는 관광버스들이 쭉 늘어서 있다.
가을 단풍여행이 이번 주가 절정인 듯하다.
우리 산악회를 찾아 끝까지 걸어가니 멍게형이 총무답게 1착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미투리산악회 버스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씩 시차를 두고 컴불형, 사니형, 마포나루형, 알형, 뜬구름형, 재로형과 산악회에 처음 나오신 강만석 선배까지 9명의 회원이 모였다.
우리 회원들이 승차/출발한 미투리산악회의 나이스 2번 버스에 강동, 천호, 하남을 거쳐 가면서 미투리 회원들이 계속해서 올랐고,
결국 2대의 버스가 꽉 차 5~6명이 보조 좌석을 놓고 앉아가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시간이 지체되었고 시내 길과 팔당대교 즈음해서 차도 많이 막혔다.
대략 09:00 마포나루형 하차
팔당대교 앞에서 지체되고 있는 사이 마포나루형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산행이 힘들겠다며 버스에서 내리기로 결정했다.
전날 산 오징어 회를 드셨는데 밤새 배앓이를 하신 모양이다.
마포형은 다시 서울로 향하고 서로 아쉬운 마음(불과 서너 시간 후에 안도의 마음으로 바뀌지만)에 배웅을 하고 버스는 다시 움직였다.
10:00 용문휴게소에서 한계령까지
옆자리의 만석형님과 조금 대화도 하고 잠시 졸기도 하다가 용문의 '여기가 좋겠네' 휴게소에 도착했고 20분의 쉬는 시간을 틈타 아침식사를 했다.
황태해장국을 주문했는데 거의 15분 이상 기다려서 나온 뜨거운 해장국을 급하게 먹고서 10시에 다시 출발했다.
버스안의 실내등을 꺼버리니 완전히 취침모드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잠이 스르르 온다.
1시간 넘게 단잠을 자고 깨니 원통을 지나 인제로 접어들고 있었다.
인제삼거리를 지나 한계령휴게소 3km 전부터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12시 가까이 되는 시간이고 버스가 올라가기 힘들다고 해서 걸어가기로 결정,
내려서 준비하다가 차가 움직이는 바람에 다시 승차해서 1.5km를 진행했지만 더 가긴 힘든 상태인 것 같아
전부 내려서 길 건너 계곡(도둑바위골)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12:00 속았다 - 단풍은 어디에?
애초 계획은 한계령휴게소에서 한계령까지 가서 귀떼기청봉 쪽으로 서북능선을 잠시 타다가 삼거리에서
곡백운 계곡으로 진입하는 건데 이쪽 길은 서북능선 삼거리까지 바로 올라붙는 길이라고 미투리회원들이 이야기했다.
근데 조금 올라가는데 단풍이 없다.
나도 마지막 멋진 단풍을 보려니 했고, 멍게형의 공지도 설악산 단풍놀이라고 했는데 거의 다 져버려
앙상한 나뭇가지와 낙엽만 남아 있다. ㅠ.ㅠ
처음부터 올라가는 계곡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아니라서 쉽지가 않다.
개인적으론 5월 설악산 이후로 5개월만의 산행이고 그동안 별 운동을 하지 않았던 관계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몇 번이나 미끄러졌다.
또 미투리산악회의 산행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그 길을 1시간 10분 만에 올랐다)되어 혼자 2~3분씩 두어 번 쉬다보니 완전히 후미로 처졌다.
13:10 서북능선3거리 도착, 곡백운계곡으로
서북능선3거리 도착하니 미투리의 안내인이 서 있다가 산악감시원의 눈길을 피해야하니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잠시 쉴 틈도 없이 곡백운계곡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계곡길이 또 만만치 않다.
재작년인가 홍수로 난장판이 된 계곡에 제대로 길이 없고, 이끼 낀 바위와 미끄러운 나무뿌리 등 상태가 좋지 않아서
풀린 다리로 내려오던 사람들이 여러 번 넘어졌다.
잔뜩 긴장해서 내려오니 백운폭포 위쪽으로 넓은 바위에 미투리회원들이 식사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고
시간은 2시 가까이 되었다.
우리 회원들도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있는데 20분 정도 지나자 바로 정리하라고 재촉이다.
다시 내려가는 길도 미끄러운 바위의 연속이다.
미끄러지면 소에 빠지거나, 바위에 구를 수 있는 아슬아슬한 몇 군데도 있었고,
백운폭포 옆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나무에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 코스도 두어 곳이 있었는데
유격훈련을 받아보지 못한 미투리의 여성회원들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었다.
또 내려오면서 간간이 뿌린 비는 발밑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백운폭포는 여름에 수량이 많을 때는 꽤 장관일 텐데 감상할 틈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오른 쪽으로 용아장성을 보면서 백운계곡을 걸어 수렴동까지 2시간 조금 넘게 걸린 듯하다.
수렴동으로 이어지는 백운교에 도착하자 지난 번 백담사에서 올라왔던 길이고 비교적 평탄해서 적지 않게 안심이 되었다.
수렴동 산장에 도착하여 샘물을 한잔 한 다음 뛰듯 걷는데 뒤에서 미투리의 털보대장과 후미 여성대장이
속도를 더 높이라고 채근하신다.
백담사에서 용대리로 내려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걸 알기에 다들 열심히 걸었다.
18:00 드디어 백담사 정류장에
영시암을 거쳐 내려오는 길이 꽤 멀게 느껴지는 건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어두워진 길에 비를 맞으며 빠르게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다.
줄을 서서 점심때 먹고 남은 계란, 빵, 김밥 등을 먹으며 차를 기다리는데 비를 맞으며 1시간 넘게 서 있으려니
추워서 몸이 떨린다.
7시 10분에 버스에 탔고 15분 정도 걸려 용대리에 도착해서 미투리의 버스로 식당까지 이동했다.
비빔밥에 소주와 막걸리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마치고 8시 20분쯤 서울로 출발했다.
졸다 깨다 오는 길에 아침과 역순으로 사람들을 내려주고 잠실에 도착하니 11시 30분 가까이다.
피곤해도 그냥 가면 섭섭할 거란 생각에 롯데월드의 타임 뭐시긴가하는 호프집에서 만석형님이 사신
맥주를 맛있게 마시고 헤어졌다.
개인적 감상 : 좋지 않은 날씨에 만만치 않은 코스의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해서 다행입니다.
다만 아침에 차가 막히는 등 시간정체가 있어서 여유가 없었던 탓이 크겠지만,
오르고 내리면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밑만 보고 걷기에 급급했던 이번 산행 코스는 아쉬움이 조금 있는 게 아닌가합니다.
(물론 평소에 가보기 힘든 백운골의 속살을 맛보는 기회는 되었지만...)
첫댓글 여유있게 단풍을 즐기는 산행은 못했지만, 어둠이 내리는 백담계곡을 비맞으며 걷는 기분도 꽤 괜찮았습니다. 비에 젖어 추위에 떨면서 버스를 기다린 것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요. 알대장이 바위에서 댄스를 추는 것도 처음 봤구요.ㅋㅋ. 애덥, 산행기 쓰느라 수고했다. 근데... 인제가 먼전가 원통이 먼전가?? 나도 헷갈리네.
6시간 산행동안 밥 묵는 20분 빼고 한번도 쉬지 않은 산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투리 정말 빡세네요. 1월에 미투리따라 소백산 갔을때, 미투리 묻지마 관광하다 하다 미투리 산악회로 전업했냐고 농담도 했는데, 취솝니다.
소백산은 미투리가 아니고, 반더룽(떠돌아다니다, 라는 뜻이라고 하던데) 산악회서 갔다. 남덕유와 계방산이 거기고...계방산 7시간 심설산행 나도 널럴하게^^ 하고 왔고만 엄살은......ㅎㅎ
반더룽이었남? 어쩐지 묻지마 관광 티가 나더라..
애덥 고생했다.곡백운이라고 쓰는 게 맞다.정예 산악회원들끼리 재밌는 산행이었다.비정예가 왔더라면 정말 어찌했을지 눈앞이 캄캄했다.나도 이런 산행은 처음이었는데 계곡물에 빠지고 미끄러지고 벌벌 기고 에베레스트 다녀온 뒤 정말 적응안된 산행이었다.미투리 회원들 그러나 미끄러운 바위 위에서 서로 잡아주고 이끌어주고 돈독함 하나는 있는 것 같다.곡백운은 나중에 초여름 산행으로 그 비경을 한 번 제대로 감상해 보았으면 좋겠다.
에휴, 읽기만 해도 가히 상상이 된다. 이제 앞으로 미투리 따라가는 일은 하지 말자. 내가 먼저 못간다고 선언할 때나 가든지, 나는 인자 못따라간다. 암튼 가는 단풍 제대로 못즐긴 건 좀 아쉽긴 하겄네...다들 수고혔수..
진정코 불행중 다행! 만석이형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는데...만약에 12시에 한계령을 출발 했다면 서북능선 삼거리에서 오도가도 못할 신세가 되었을법 합니다. 다음부터 산악회랑 같이 가는건 사전에 의사표현을 분명히 해야겠네요. 생선회를 아주 좋아하는데 요즘 조금 먹었다하면 그날밤 100% 배탈이 납니다. 미사리에서 하남시로 걸어와 목욕탕에서 1시간 있다가 집 동네 병원에 갔더니 장염증세가 있고 식중독이라네요... 그리고 서울에서 가다보면 가까운 곳이 인제이고 5km정도 더 가면 원통입니다. 지지난주의 설악산 산행으로 설악의 멋진 단풍을 마음의 눈 속에 담아두고 겨울을 맞이하려나 봅니다.
애덥은 딴산은 못가는 것 같은데, 설악 정기산행은 꼭 참가하는갑네. 잘 봤삼....그런데요, 쪼매 미끄럽다고 딴스를 추거나, 또 물에 빠지고 그런다면 '비정예 대원'..... 맞죠? ㅎㅎ
조금 고생은 했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우리가 언제 시간내서 설악산 구경하것나? 더구나 단풍철에...우리끼리는 절대 갈 수 없는 금지 코스를 댕겨 온 것 만해도 대단한 거라 생각되누먼.내가 미투리 영업사원은 아니지만 버스산악회치고는 제대로 산행한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