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전교부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습니다.
줏대있는 엄마로 사는 것이 녹록치 않음을 알려주는 첫 관문인 것 같습니다.
짐작하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 아래의 <생활지도 기초자료>
저는 학교교육에 희망을 잃지 않은 엄마입니다. 그 점이 참 감사한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가르치시는 좋은 담샘들을 만났고
저의 감사는 진심이고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제겐 큰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이 5학년 전교부회장이 되고 보니, 아들의 선전은 기쁘지만
과정만으로 만족하고 싶었던 저에게 솔직히 당선은 많이 부담이 되네요.
제 생각에 아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몸을 많이 쓰는 사사로운 봉사에 민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동안 못 박아온 리더십을 머리로는 아는데 ... 섬기고 봉사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실상 학교라는 곳이 더구나 초등학교는 ... 맘이 복잡합니다.
아들이 직접 경험하게 될 성장의 시행착오는 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원자로서 엄마가 당선 한 턱이나 샘들께 사례를 하는 것을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고
그걸 덕스러운 관례로 보지 않기 때문에
아마 진심으로 그런 것을 하거나 마땅히 따라해야 하는 입지의 엄마들이라면
제가 참 모난 엄마고 불편한 사람일 것입니다.
작년 담샘과 통화를 하니 이제껏 고학년 담임을 했지만 전교임원은 없었기에 잘 모르시지만
기부금은 없고 그밖에도 재정 모금은 안 하는 걸로 안다,
만약 그러면 <PD수첩>감 아닌가요? ~~^^:; 덧붙이시더군요.
알아 본 걸로는 우리 학교는 당선 과정도 매우 간소해서 피켓도 선거전도 없었고
그저 연설의 내용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은데 ...
근데 오늘 믿을만한^^;; 통신으로는 "목돈 준비하셨어요?” 하며
보통 저의 기준을 아는 학부형이 조심스레 걱정스레 정보를 흘려주시네요.
그런 관례를 다 엎을까 ㅋ~ 일개 부회장 엄마가 까칠하게 비협조 모드로...
저도 서로 불편한 거 참 피하고 싶은데... 돈도 없고 제 가치 기준에 어긋나고... 괴롭습니다.
지레 안 좋은 사례를 들추며 괜한 걱정했다고 약속한 낼 모임 이후에는 웃으면 좋겠네요.
제가 아들의 출마에 동의를 미루는 상황에서
아들은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혼자 인터넷 뒤지며 예전에 읽은 한국사 책에서 사자성어 찾아가며
작성한 연설문을 외워서 아침에 제게 들어보라 하더군요.
ㅋ~ 왕 진지한 연설이었어요. “분골쇄신”이 나왔는데 ^^;
연설하고 투표 후에 어떤 6학년 형이 그 말이 뭐냐기에 설명해 주니까 넘 무섭다고 하더랍니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온 연설문을 보고 좀 속상하고
또 울 아들이 엄마가 안 도와주면 저런거 베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들도 그런 유행이나 개그를 앞세운 또는 자신을 상품화하는 내용은 기호에 맞지 않았나 봅니다.
암튼 어마어마한 각오가 차분하게 펼쳐진, 분명한 공약은 없는 모호한 출마 연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수련회를 무지 싫어해서 회장되고도 임원수련회를 안 가려고 몸을 뒤틀었는데
이젠 더욱 안 갈 수 없어서 좀 전까지도 울상이었어요. ㅎㅎ 기가막히시죠?
제가 뭐라고 설교했을지 알만하시죠?
처음에는 단호하게 그 정도 자기취향을 참지 못하고 어찌 대표 일을 섬기겠느냐,
멋나게 회의 진행을 하고 제안 결정권(?)이 있는 게 다가 아니다...
이제 너는 생각보다 더 많은 걸 견디고 참아야 하고 참을수 있다 격려도 하고...
너의 각오가 비현실적이어도 옳은 것이었으니까 좀 벅차도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할 가치가 있다
참고 노력하면 실제로 그런 모습으로 성장할 테니 수고하면 멋진 열매를 누릴 거다 달래기도 하고...
이런 대화를 하면서 지치기도 하면서 급하게 나의 무지함이 드러나고
순진 맹한 저를 발견하며 내가 어찌 지지자로 설 수 있을까
사실 피하고 싶은 길이라는 생각이 점점 높이 차올랐습니다.
어쩌나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갈등상황이 예상만으로 질리고,
내게 있는 건 폼나는 신념 뿐이구나 싶었습니다.
가 보지도 않은, 가고 싶지 않은 길 앞에 서 있는
유약하고 게으른 사람처럼 한심한 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송인수 대표님의 등대지기학교 8강 강의도 떠오르고...
제가 용기와 지혜가 절실한 상황에 놓인 걸 보니
가야할 길에 놓인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일 만나게 될 엄마들이 건강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일 수도 있다고
저 자신을 달래보기도 하고 혹 아니어도
제가 편의대로 시작도 안했든지 이제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은 옳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들에게 읊어대는 조언은 제가 들어야 할 내용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번쩍 하더군요.
생각이 많지만 더 길게 쓰면 안 될 거 같네요. 자야지요.
제가 등대지기학교를 몰랐으면 어땠을까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혹 직간접 경험 있으신 분들 댓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조금은 불편한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가끔은 불편한 말을 하는 사람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가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고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습니다.
두려워는 하지만 겁내지는 말고
담담히 그리고 담대히 잘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시작한다는 그 용기가 대단하며
시작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은 더 소중하며
시작을 지켜낸 그 마지막은
귀한 경험으로 또다른 시작을 허락할 겁니다.
지금 마음, 잊지마시기만 응원합니다.
엄마의 불안을 아이에게 내색만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거면 됩니다. 힘내십시오.
ㅎㅎ 정말 왠만하면 사람 만나는데 낯가리지 않는 저인데 여러가지 정신줄 챙기려니까 어깨에 힘들어가고 가슴도 콩콩거리고 목소리는 떨리진 않지만 넘 차분하고 눈빛이 넘 날이 서있지 않았을까...싶어요. ㅎㅎ 지인(학교일 많이하신 저를 좀 잘 아시는 맘) 왈 만만하게 보이지 말라고 해서 ㅋㅋ '골치아픈 족속' 으로 신고식했어요. 예의를 갖추고 제 소신을 표명했지만 뚜껑 열리는 거 참는 열 받은 한분의 모습은 미안해서 참 힘들더군요. 나중에는 저도 굳어진 얼굴로 대할 수밖에 없었구요. /아이에게 복잡한 표정을 감출수는 없었는데 울 아들은 저를 넘 대단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ㅋ~/준수어머니, 따뜻한 격려 덕분에 첫만남 잘했어요
20여 년전, 저희 엄니께서 쓰신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제가 고딩때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공공연하게 학부모의 재정지원을 원하는 분위기였죠. 당선 후, 어머니회 담당 쌤이 수시로 절 호출해 "왜 네 엄마는 학교에 안오시니?"하고 압력을 넣는 바람에 저는 일부러 엄마한테 절대로 학교에 오지말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습니다. 상황을 간파하신 어머니는 교장샘과 담임샘, 그리고 어머니회 담당하시는 샘께 장문의 편지를 보내셨죠. 인생사 전반이 녹아든 어머니의 편지를 받아보신 교장쌤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훌륭한 어머니를 두었구나" 그뒤로 어머니회 담당쌤의 괴롭힘도 더 이상 없었습니다.
연구 돌입합니다.^^ 맨발각시님의 어머님의 인생에 녹아있는 진정성과 감화력에는 발끝도 못 미치겠지만 어찌 써 볼까 머릿속에 저의 진심의 시나리오를 펼칩니다. 제가 이제까지 경험한 학교는 긍정적인 과정을 기대하게 하는데... 일단 수요일 전에 교장샘이 소통이 되시는 분인지 확인을 해볼까 앞뒤를 좀 재보려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이전 담샘 2분과 현재 담샘은 전혀 문제 없으세요. 담샘들께 좀 여쭤볼까 싶은데 교장샘께 장문의 편지를 드리는거요. 말리시면 안하고 싶습니다ㅜㅜ. 이전 교장샘이라면 전 아예 절대 전교임원출마 막았을 거거든요. 두 분은 질적으로 차이가 분명한데 일단 희망을 갖고 ... ;;
고민하지 마세요.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만들어내는 시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말 좋겠어요. '우리 아이가 부회장이 되었다. 아이가 부회장으로서 역할을 다 해 내면 참 좋겠다. 아이가 부회장 역할을 잘 하기 위해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베풀어 줄 수 있을까? ' 이런 생각만 하면 되겠어요. 다른 사람의 시각 시선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소신대로 가십시오. 그 소신이 아이를 더 바르게 만들 것이고, 그 소신이 이 나라의 교육을 더 바르게 만들 것 같아요.
네~~공기택님 격려 감사해요.^^; 제가 이제까지 소신있게 산다고 살았는데 부딪기는 현장에서 제 소신을 검증한 적이 없어서 매우 유약합니다. 그리고, 소신만큼 중요한 것이 최소한의 예의로 존중하는 자세를 지키고 싶습니다. 제 소신을 지키려다 남을 무시하거나 나도 모르게 우월의식을 드러낼까 조심스럽습니다. 첫 메뉴얼을 잘못 전수받아 왜곡된 습성을 갖은 학부형들... 사실은 저나 그분들이나 자신의 한계 때문에 경계심도 많고 방어적으로 나름의 기술을 펼치는 거잖아요. 불쌍한데 언젠가 등대지기학교 같으데서 개과천선할 수도 있는데... 아~~ 이 방어적 적개심이 제겐 가장 큰 적입니다.
그 심정 충분히 공감갑니다. 우리사회에 관행 또는 관례라는 것이 참 고약합니다. 그걸 노련하게 처신하는 것이 곧 사회성이고 능력으로 직결되는듯해서. 용기 내십시오!!
관행관례... 제가 결혼하면서 심플하게 살려다 보니, 불편할 때가 간혹 있는데 바로 관행에 부딪혀서 좀 겸연쩍은 상황에 놓일 때입니다. 지갑이 가벼우니 저의 성의나 마음을 표현하는데 매우 간소하게 때로는 생략도 하는 좀 민망한 떄가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제가 제 체면 때문에 매이지는 않는데 혹여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어 맘을 상하게 할까 좀 맘이 무거울 때가 있는 거지요. 학교에 돈 쓰는 거 무조건 나빠는 아닙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저의 소신과 넘 차이가 심할 때는 저도 나름 양보할 수밖에 없더군요. 예산 제안을 반이상 뚝 잘라보는...불쾌해 하는 낯빛에 스트레스 받았지만 그것도 등대지기수고에 일부겠지요.^^
걱정안하셔도 될 거 같아요. 혹시라도 다른 엄마들이 돈내자는 분위기면,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모드로 잘 설득해보셔요. / 그런데 아이가 임원을 맡으면 그 부모가 학교에 가야 하나요? 아이가 임원이지 엄마가 임원도 아닌데 왜 학교에서 오라고 하지요?
ㅎㅎ 저도 한 나긋나긋하는 편인데... 반 임원모임에서도 전교임원모임에서도 좀 굳은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저조차 불편한 비언어를 감출수가 없더군요^^;;. 모임마다 한명씩 학부형지원개념왜곡 골수분자 계시고, 나머지는 자구책 없는 중간모드... 저는 워낙 행동력 떨어지는 사람이고 물정 개념이 없어서 주도적이기 어렵고...그래서, 소심하게 이중성을 갖고 1단계 합의는 보았어요. 아~~ 지혜와 용기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 /저희 학교는 알아서 나서는 엄마들이 학교에 불러대지 정확히 학교의 입장은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 학부형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그 이상~~~한 전수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공기택님의 의견에 한표합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미리 짐작하고 상황을 만들기 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면 일이 더 꼬일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소신껏 하시면 됩니다
ㅎㅎ 제가 뭘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건지 ...그건 교장샘께 편지쓰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엄마들이 지레 학교측에 뭔가를 해야한다는 최소치가 문제인데 예상외로 학교에서는 혹 겉치레 일지라도 사양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중간 주임샘께서는 아주 매몰차서 엄마들이 무안할 지경도 간혹 있었대요. 8월에 임기 마치시는데 불필요한 관례를 바꾸는 걸 주도해 주십사 존경하는 맘을 담아 교장샘께 여쭈면 안될까요?
라일락님 화이팅입니다.
직접 현장에서 겪으시는 생생한 이야기 고민 기다릴게요!!!
ㅎㅎ 에버그린님 요즘 아주 몸이 고단해 거시기 합니다. 막내를 아직 아침에 데려다 주어야 해서요. 생각해 보니 첫째 둘째는 1주일만 함께 가고 15분 거리를 혼자 보내는 걱정없는 엄마였는데 ㅎㅎ 이번에는 아침에 기운이 남아 도는 모양입니다. 오후부터는 아주 그냥 앞이 노랗고 3월까지는 이래저래 학교 일로 나다니게 되니 참 힘겹네요. 위에 새글에 의견 있으시면 부탁드려요^^
라익락님 덕분에 좋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네요. 나누다보면 새로운 지혜도 생기고 힘도 나고 그러는 것 같아요. 학부모회 모임 후기 기다려져요!! ^^
네~ 응원 감사했어요. 조만간 후기 올려야 하는데 ㅋ~ 지나 간 일이라고 집중이 안 되네요. 이런 일은 후기가 중요한데 말이죠^^;
휴.. 지역모임에서도 잠깐 라쌤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자면 딸아이 초등학교 보내기가 겁이 나요... ㅜㅜ 저도 내년 아니면 내후년에 학부모가 되는데, 몇번 책에서 읽은 것처럼, '이래야 한다더라'하는 말 신경쓰지 말고 원칙적으로 생각하고 넘겨짚지 말자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라쌤이 좋은 선례를 남겨주세요!
선경희 쌤은 아마 따님이 새내기 되면 저보다 훨 잘하실거에요^^~카더라 족속에 완전 무방비로 노출되는 1학년 엄마들 보면 정말 애처롭고 재빠르게 동기들에게 그걸 전수하고 연습하는 걸 보면 전수해준 애초의 선배 학부모 색출해서 정화교육하고 싶답니다^^: 근데 다들 서로 불쌍히 여기는게 등대지기의 사명인 거 같아요^^ 선경희 샘 걱정해 쥐서 고마워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