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의 전통 신발을 소개해 놓은 지식 그림책으로, 글과 그림 속에 신발과 더불어 전통 의상과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요즘은 운동화나 구두 등의 현대적인 신발이 보편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어 전통 신발을 신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진 각국의 전통신발을 책을 통해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 참 좋다. 알록달록한 문양과 색감, 각양각색의 모양새 신발들을 보느라 눈이 즐겁고, 톡톡 튀는 다양한 의성어들 덕분에 귀가 즐겁다.
신발의 재질이나 모양 등은 기후나 풍토 같은 자연 환경, 생활 방식이나 문화 등과 관련이 크다. 땅이 질퍽한 곳에서 적합한 나무 신발(클로그, 나막신 등) 눈과 얼음에서 발을 보호해주는 가죽 신발(머클럭, 고탈) 같이 기능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신발도 있고, 주티나 꽃신 같이 외형적인 미를 강조한 신발도 있다. 우리가 신는 신발은 바닥을 디디는 발을 보호하기도 하고, 옷과 어우러지는 장신구 역할도 한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신발들과 보충 설명으로 그런 점들을 잘 부각시켜 놓았다.
신발에 촛점을 맞춘 장면의 글은 의성어와 동시 시구 같은 짧고 간결한 문장과 ‘누구 발일까?’라는 질문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퍽질퍽한 진흙길을 걸을 때 나는 소리는 철벅 철벅,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는 뽀드득뽀드득... 이처럼 느낌과 소리를 절묘하게 표현해 내는 우리말의 풍성한 어감이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신발이 땅에 닿을 때 나는 소리나 신발의 모양을 표현한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에 그 신발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의 글자체의 색이나 기울기를 다르게 연출한 점도 특색이 있고, 글자 아래쪽에 땅의 특성을 포함한 땅 그림을 얄팍하게 배치하여, 밑줄을 그은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하면서 한 번 더 눈길을 끌게 만든 점 또한 글자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그 신발을 신은 아이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신발과 더불어 입고 있는 전통의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클로그'라는 신발을 신은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서는 배경에 보이는 풍차와 튤립을 통해 네덜란드임을 짐작케 한다.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오키'를 신고 두꺼운 옷을 입은 아이는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이글루로 향하고 있다. 나무 굽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게다'를 신은 여자 아이는 댓살이 보이는 우산을 들고 분홍빛 벛꽃잎이 내려앉은 다리 위를 걸어간다. 다양한 꽃무늬로 장식된 기모노 치맛단이 참 어여쁘고 화사하다.
전통 신발을 신은 여러 아이들의 모습을 양 책장에 걸쳐 담은 그림이 중반과 후반에 나오는데, 개별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은 신발도 있다. 의성어, 의태어와 신발 이름을 짝지어 놓아서 여러 차례 보다 보면 저절로 짝 맞춰 외어질 것 같다. 처음에 신발에 관한 책인데 왜 제목을 '누구 발일까?'라고 지었을까 의아했는데 마지막에 소개된, 아무 것도 신지 않은 아이의 발을 보고서야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마사이족은 5킬로미터도 넘는 거리를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니, 참 대단하지 않은가. 신발 신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
본문 마지막 장에는 발자국 소리와 신발 그림을 보고 누구의 신발인지 맞춰 보는 코너도 마련해 놓았다. 그림 속의 신발들이 금방이라도 저 혼자서도 타닥타닥~움직이거나 춤출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 뒤에 실린 "세계의 신발"에서 앞서 나온 신발들의 특징과 재질, 형태 등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설명을 보충해 놓았다. 신발 코가 위로 솟은 '고탈(몽골 신발)'의 신발 코는 말의 등자에서 발이 빠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성스러운 땅을 짓이기지 말라는 종교인 라마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한다.
종이, 털실, 가죽, 천 등의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보니 작가가 그림 하나에 정성을 참 많이 기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이의 재질과 색감을 이용하여 동물의 모습과 특징을 재현해 내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스티브 젠킨스의 그림책들을 볼 때면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재능 있는 작가가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신발과 땅의 여러 가지 느낌을 잘 살리고 지식도 녹아 있는 이 그림책을 보니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 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