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입구에 서 있는 표석>
<승과평터>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
<큰법당>
<개금불사 중인 석조약사여래죄상>
일상탈출 짧은 여행 70 (남양주 - 운악산봉선사)
단짝 친구가 뉴질랜드 여행으로 문화탐방을 쉬고, 혼자서 남양주 진접면에 있는 운악산 봉선사를 가기로 했다.
몇 년 전에 광릉수목원으로 현장연수를 갔을 때, 인근에 있는 봉선사를 잠시 둘러본 기억은 있으나 대중교통으로 혼자가기는 처음이다.
봉선사 홈페이지에 찾아가는 방법을 보니 몇 가지가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는 석계역 2번 출구에서 73번 버스를 타고, 장현리 입구에서 봉선사 가는 마을버스를 타면 되는 코스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는 모르지만 2시간 정도 예상했다.
9시10분 쯤 집에서 나와 석계역 2번 출구로 가니 바로 73번 버스가 왔지만,
종점이라 그런지10여분정도 석계역 출구를 두루 돌면서 승객을 태우고야 출발했다.
오랫만에 태능역, 화랑대역, 산업대학역, 별내역 등을 거치는데 주변이 아파트촌이 되어 있었다.
별내로 이사한 동료교사들이 많더니 정말 엄청난 규모의 아파트군이 형성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퇴계원을 지나서야 조금 농촌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1시간 20여분이 지나서야 환승하는 장현리 입구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낯선 버스정류장에 혼자 남았다.
여기서 봉선사 가는 2번 마을버스가 있다는데 정류장 표지판에 없었다.
순간 당황하여 주변을 살펴서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았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고, 인근에 자동차 정비소가 있었다.
살펴보니 차량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이 둘이 있었고, 젋은 직원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일을 안하고 있는 직원에게 먼저 물었더니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일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에게 물었더니,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서 환승할 수 있는 곳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곳에서 한 정거장 쯤 더 걸어가는 곳에서 2번 버스가 있을 것이라 했다.
너무 고마웠다. 친구하고 같이 갔으면 문제 해결 어려움도 반으로 줄었을텐데...
한 정거장 쯤 가니 봉현마을 입구였다. 현대병원이라는 제법 큰 병원 앞에 봉선사 가는 2번 마을버스가 있었다.
10분 기다려서 탑승하니 80세는 되었을 것 같은 운전기사님이 맞이했다.
진접면 중심에 들어서니 장날인지 복닥거리는 장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다시 30여분 더 가는 동안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중소기업들이 군데군데 공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있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도시화의 모습이었다.
광릉수목원길로 들어서서야 울창한 삼림과 한적한 가을풍경을 만날 수 있ㄷ었다. 마을버스는 봉선사 입구 종점에 내려주었다.
<운악산 봉선사>표석이 엄청난 크기로 맞이했고, 도량은 대단히 큰 공원을 조성한 것 같았다. 소박하고 고즈넉했던 예전 모습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왼쪽으로 승과평터 표석이 있었다.
조선시대 스님들도 승과를 치루었다는 곳이 봉선사라고 한다.
다시 안으로안으로 들어가니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세파를 견딘 흔적으로 여러가지 혹을 달고 아름드리 크기로 서 있었다. 예전에는 사찰에 느티나무를 심어서 사찰의 불심이 뿌리 내림을 기원했다고 한다. 느티나무는 조선 7대 왕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가 심었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정희왕후는 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시대에 오히려 불교 중흥을 위해 힘을 썼던 왕후였다.
이층 누각으로 된 청풍루를 지나니 대법당이 바로 보였다.
한글로 된 <큰법당> 현판이 고려시대 조성되었다는 사찰과는 맞지 않았다.
후에 복원할 때 그렇게 바뀐 것이다.
마침 예불 중이라 대법당에서는 독경소리가 흘려나오고 있었다. 조용히 왼편 문으로 들어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삼배 하고, 관음전으로 향했다.
관세음보살님은 금빛 미소로 조용히 지켜보고 계셨다.
관음전 뒤로는 삼성각, 북두각, 산영각이 있어서 자식을 위해 소원성취를 비는 어머니들의 발길을 맞이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조용하고 가을에 물든 풍광이 아름다웠다.
혼자서 온전히 마음가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은 좋은 기억이 된다.
대법당에서 내려오다 보니 약사여래 개금불사가 있었다.
<대의왕전 大醫王殿>이라는 전각 안에 석조약사여래좌상이 모셔져 있고, 개금불사에 참여한 불자들이 부처님 몸에 손수 금박을 붙이는 작업이다. 봉선사에서 봉사하는 보살님이 자기가 자주 아픈 곳에 금박을 붙이며 기도하라고 일러주었다.
올 2월에 골절되어 고생을 하며 치료했다. 그러나 아직도 조금 무리하게 되면 다시 붓는 왼쪽 손목을 생각하며 부처님 왼손목 부위에 금박을 입혔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지만 약사여래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천천히 도량을 둘러보며 가수 조용필과 유현상이 급작스럽게 결혼식을 올린 곳이었지 하는 기억도 떠올려 보았다.
커다란 연못에는 계절 따라 무성했던 연의 흔적만 누렇게 남았있다.
분수를 뿜어내는 물길이 썰렁해 보이는 것은 입동인 계절 탓인가보다.
다시 일주문을 나와 버스정류장에 오니, 막 2번 버스가 떠났다.
20분을 더 기다려 21번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며 청량리역 근처에서 내렸다.
긴장하며 물어서 가던 때와는 다르게 돌아오는 길은 편안했다.
봄이 오면 친구와 다시 와 보고 싶은 봉선사길 오늘은 혼자라서 더 좋았다
첫댓글 서울 인근엔 참으로 많은 유적지와 명찰이 곳곳에 있음을 목후배님의 짧은 에행기로 비로소 알게됩니다.
600년 도읍지 였던 지역에서 칠십년 가까이 거주했지만 바쁘게 살면서 귀중한 문화재나 유적지에 대해 오히려 무관심 하지 않았나 하고 반성해야겠어요.
백두산의 록싱어 유현상이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를 꼬드겨 비밀결혼식을 거행했던 곳이 남양주 모사찰이라는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바로 봉선사 였군요.ㅎㅎ
목후배님의 홀로서기 여행기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혼자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는 것이 꿈입니다. 혼밥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나, 혼잠이 두려워서~~
자는 여행은 어렵고... 하루치 여행은 자주 혼자서 하려고 합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짧은 대화가 귀중한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사찰 순례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