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빛 바다가 가슴에 물결친다
태국 라일 리 해벽 글 사진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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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톤 사이 바이 안다만 비치’의 ‘탄트룸(5.13c)’을 선등하는 손정준 씨. |
태국의 ‘라일 리(Rai Lay)’ 해벽이 스포츠 클라이머들의 겨울철 등반지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5.13급이나 5.14급의 고난도 등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데 비해, 최근엔 한겨울 추위를 피해 자신의 등반 능력에 맞는 코스를 골라 등반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태국 등반의 중심지인 톤 사이 해변에는 다양한 등반 각과 난이도를 지닌 약 30m의 등반 루트들이 많다. 톤 사이와 라일 리 해변의 암장을 소개한다.
라일 리는 태국 남부 지방의 크라비(Krabi) 인근에 있다. 크라비는 태국 서쪽 해안인 안다만 해(Andaman Sea)를 끼고 있는데,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약 1시간 간 거리다. 라일 리는 크라비 서쪽으로 튀어나온 곳으로 크라비에서 뱃길로 약 50분 걸린다.
라일 리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동부 라일 리 해변과 서부 라일 리 해변, 남쪽의 프라 낭(Pra Nang) 해변, 북쪽의 톤 사이(Ton Sai) 해변으로 구분된다.
라일 리의 등반 구역은 총 42곳으로 매우 다양한 편이다. 이 가운데 톤 사이 해변이 등반의 중심지가 된다.
톤 사이 해변에는 ‘톤 사이 베이 안다만 비치(Ton Sai Bay Adaman Beach)’ ‘둠스 키친(Dum’s Kitchen)’ ‘파이어 월’ ‘멜팅 월’ 등이 있다. 그 중에서 ‘톤 사이 베이 안다만 비치’와 ‘둠스 치킨’을 중심으로 등반이 이루어진다. 서부 라일 리에는 ‘타이완 월(Thaiwand Wall)’에서 등반을 할 수 있으며, 동부 라일 리에서는 ‘원 투 쓰리(One Two Three)’에서 등반을 한다. 한편 톤 사이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약 5~10분 거리에있는 ‘아우 낭 타워(Ao Nang Tower)’에서도 등반을 할 수 있다.
참고로 라일 리의 바위는 모두 석회암인데 매우 미끄럽거나 끝이 날카로운 곳이 곳곳에 있다.
‘톤 사이 베이 안다만 비치’와 ‘둠스 키친’
많은 등반자들이 찾는 ‘톤 사이 베이 안다만(등반지역 번호 26번)’에는 모두 42개의 루트가 있다.
이곳은 140~180도 경사의 오버행이며 주로 5.13급 등반 코스들이 많다. 그 중 1번 ‘타잔(5.8a)’ 루트와 4번 ‘휴먼널리티(5.10d)’ 루트를 연결해 일명 ‘톤 사이 타워 루트’라 불리는 이 루트는 거벽을 등반하는 맛이 있으며 고도감 또한 대단하다. 새벽 6시경에 등반해야 밀리지 않으며, 해가 들기 전에 등반을 마쳐야 한다.
3인 1조로 등반하는 것이 좋으며 60m 자일 두 동을 준비해야 한다. 하강은 60m 자일 두 동을 연결해 두 번 하면 된다. 하강을 대비해 장갑을 준비해야 화상을 방지할 수 있다.
‘둠스 키친(25번)’은 ‘톤 사이 바이 안다만 비치’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벽으로 110~160도의 경사다. 이곳에는 22개의 루트가 있으며 본지 객원기자인 손정준 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5.14급을 오른 ‘그리드(5.14b)’가 있다. 벽의 왼쪽이 오른쪽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파이어 월’과 ‘멜팅 월’
그레이드 북 기준으로 등반 지역 번호 33번과 34번인 ‘파이어 월’과 ‘멜팅 월’은 서로 인접해 있으며, 주로 5.10~5.11급 루트들이 많아 초급자와 중급자들이 붐빈다. ‘파이어 월’에는 총 13개의 루트가 있고, 그 중 13번 ‘더 글러브 튜브(5.10b)’가 가장 인기가 높다. 특히 4번 ‘번트 오퍼링(5.12c)’은 동굴에서 벽 밖으로 나가는 코스로, 고도감도 대단하고 멀리 톤 사이 해변의 해벽이 비경처럼 드리워진다.
‘파이어 월’ 다음의 ‘멜팅 월’에는 모두 11개의 루트가 있다. 이 가운데 5번부터 11번 루트에서 등반을 한다. 긴 종유석이 길게 늘어뜨려진 것이 인상적이다. 등반가들이 즐겨 찾는 것은 5번부터 8번루트다.
‘타이완 월’
톤 사이 해변에서 라일 리 서부 해안의 ‘타이완 월’까지 가려면 바닷물이 차지 않았을 때는 라일 리 서부 해변까지 걸어 갈 수 있으나, 만수일 때는 배를 타고 가야한다. 배삯은 1인당 20바트. 해변 끝까지 걸어가면 ‘타이완 월’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있고, 가파른 길을 5~10분 걸어 올라가면 벽이 나온다.
이 벽에는 21개의 루트가 있는데 1번부터 16번까지가 주 등반 루트다. 이곳에 가이드 북 표지를 장식한, 린 힐의 등반 모습을 찍은 ‘오렌지 쥬스(5.12b)’ 가 있다. 그 오른쪽 동굴에는 거대한 오버행을 넘어가는 ‘오르간 그린더(5.11b)’가 있다. 또 이곳엔 ‘로드 오프 더 타이즈(5.12b)’ 등 고난도의 자유 등반 거벽 루트가 네 개나 있어 고난도 알파인스타일의 등반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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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톤 사이 해변에 있는 ‘톤 사이 베이 안다만 비치(왼쪽)’와 ‘둠스 키친’. 이 두 등반지가 톤 사이의 주 등반지로 많은 등반자들로 붐빈다. |
‘원 투 쓰리’
라일 리 동부 해변에 위치한 이 벽은 초급자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5.8~5.10급 루트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라일 리를 방문했을 때 몸 풀기에 적당하다. ‘원 투 쓰리’ 쪽으로 바닷물이 차지 않았다면 바로 인접한 4·5·9번의 등반도 가능하다.
여행먼저 여권과 비행기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여행사에 신청하면 여권 수속과 비행기표 예매 등이 편하다.
한국여행사(홍옥선 02-733-4411)와 푸른여행사(김태삼 02-752-5800) 등이 있다. 태국에서의 체류 비용은 1주일 기준으로 비행기 값을 포함해 1백만 원이면 된다.
태국 체류에 필요한 돈은 태국 돈(바트)으로 환전한다. 태국으로 가는 항공료는 65만원에서 70만원 선이다. 서울에서 방콕까지 약 5시간 걸쳐서 방콕 공항에서 크라비 행 태국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1시간 소요. 크라비공항에서 리무진 택시(한 대당 300바트)를 이용, 크라비 중심가에 있는 타이호텔(+66-075-611474~6)에 짐을 풀면 된다. 국내 B급 모텔 수준인 이곳엔 2인 1실 기준에 선풍기 있는 방이 450바트며, 에어컨이 있는 방은 700바트다.
호텔 안쪽의 객실이 좋으며 길 쪽은 새벽 2시까지 시끄럽다.
호텔 예약을 끝냈으면 해변 쪽으로 나가 라일 리 행 배편과 톤 사이에 있는 방갈로를 예약해야 한다.
예약은 배편 알선과 방갈로 예약을 해주는 해피 투어 여행사를 통하면 된다. 인터넷도 가능한데,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배편의 직접 거래를 원한다면 크라비 항구에 나가 알아봐야 하는데, 해피 투어 여행사에서 가깝다. 항구에 가면 뱃사공들이 눈치를 채고 먼저 말을 건다. 배삯은 들쑥날쑥한데 1인당 70바트 선이 적당하다.
방갈로 예약은 크라비에서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 주 등반지가 있는 톤 사이에는 ‘드림 벨리’ ‘그린 벨리’ 등 두세 곳의 방갈로 업체가 있다. 그 중 드림 벨리(+66-075-622-583, www.iad16@ hotmail.com)가 비교적 싼 편이다. 2인 1실 기준 팬룸이 400~700바트, 에어컨룸이 800~1000바트 한다. 여름용 다운 침낭을 준비하면 눈치껏 한 사람은 끼여 잘 수도 있다. 샤워 시설이 없고, 공동 샤워를 할 경우 50~200바트 한다.
식사는 타이호텔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나서면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고호이 식당(Gohoy +66-075-611617)이 우리 입맛에 맞다.
톤 사이에서 체류하려면 그에 필요한 물품을 재래시장 과 카라비 백화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특히 휴지와 물, 바나나와 밀감을 사두는 것이 좋다. 물은 많이 먹기 때문에 많을수록 좋다.
타이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후 크라비 항구로 나가 라일 리행 배를 타고 50분 정도면 라일 리 동부 해안에 닿게 된다. 여기서 서부 해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약 5분 걸으면 해변 휴양지로 유명한 라일리 서부 해변이다. 이 해변에서 톤 사이로 가는 배는 비교적 많다. 1인당 약 20바트이며, 배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톤 사이 해변에 배가 도착(배 대는 곳이 두 곳임)하면 ‘드림 벨리’를 물어보면 된다. 그곳 카운터에 예약을 확인하고 방을 배정 받는다. 식당은 드림 벨리 보다 안다만 식당이 음식이 빨리 나오고 우리 입맛에 맞는 편이다. 물가는 주 등반지가 있는 톤 사이 베이 안다만 비치 쪽이 비싼 편이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싸다. 술은 아무 데서나 팔지 않고 주류 허가가 있는 안다만 식당에서 맥주와 태국 위스키인 ‘메콩’을 판다.
태국의 음식물들은 향신료를 많이 쓰며 볶은 것이 많다. 식성이 까다롭다면 볶은 고추장·쌈장·김·밑반찬을 준비해 가면 좋다.
아침과 점심은 등반 시간 절약을 위해 사먹는 것이 좋고, 버너와 코펠을 가져갔다면 2~3일에 한번 특식을 해먹는 것도 좋다.
이곳의 식비는 한끼에 1인당 50~80바트 잡으면 무난하다. 주식은 볶은 밥에 해물과 닭고기, 쇠고기를 얹는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음식 이름 끝에 ‘스프’가 쓰인 걸 시키면 된다. 간단한 식사를 원한다면 ‘치킨 누들 스프’를 시키면 되는데 태국식 국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보다 맛이 깊고 깔끔해 우리 입에 잘 맞는다. 또한 체중 조절을 하고 싶다면 요구르트와 과일을 섞어 만든 ‘무슬림 요구르트’를 시키면 된다.
힘든 등반을 마치고 나서 근육 피로를 풀려면 톤 사이 주 등반지 입구에 있는 ‘마사지 방’을 이용한다. 일반 전신 마사지는 250바트, 오일 마사지는 300바트. 오일 마사지가 우리에게 맞는 편이다.
해수욕은 라일 리 서부 해변에서 가능하지만,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서 ‘탑 아일랜드’로 가는 게 좋다. 주 등반지 반대편 포구(상대적으로 싸다)에서 흥정하면 3인이 4시간 정도 배를 빌리는데 1000바트 정도 한다. 이곳엔 두 개의 섬이 이어져 있는데 조수 간만의 차로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산호와 조개 모래로 이루어진 이 섬은 물 빛깔이 매우 곱고 스노클을 빌리면 물고기 떼의 환상적인 유영을 볼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배낚시도 즐길 수 있다. 오전 오후 물때에 맞춰 배가 뜨는데 1인당 1500바트를 주고 몸만 타면 트롤링낚시(배의 낚싯대에 낚싯줄을 걸고 돌아다님)를 할 수 있다. 배 한 대당 두 사람이 탈 수 있다. 오전에 배를 타면 해돋이를 보기에 더없이 좋다.
환상적인 주변 섬 일주도 가능하다. 더욱이 물고기까지 잡으면 금상첨화. 잡은 물고기는 주로 이용하는 식당에서 무료로 요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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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톤 사이 바이 안다만 비치’의 ‘부두 돌(5.13a)’을 선등하는 손정준 씨. 이곳 물빛은 지극히 곱다. |
라일 리 해벽 가이드
날씨 타이의 기후는 열대 몬순기후로 비교적 강수량이 많은 편이다.
이 나라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5~10월경은 우기이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건기에 속한다. 연중 평균 기온은 28℃이며 연간 강수량은 1600mm이다. 톤 사이와 라일 리 해변이 있는 남부 크라비 지방은 건기에 속하는 12월에서 1월이 찾기에 좋다. 이 때의 기온은 약 30℃를 유지하며, 날씨는 맑은 편이다. 간혹 소나기인 ‘스콜’이 내리다가 그친다. 또한 이때는 덥긴 하지만 습기가 없어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고 활동하기 편하다.
시간 등반 중 해가 비치는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
해가 넘어가면 등반이 매우 힘들어진다. 매년 1월을 기준으로 주 등반지인 ‘톤 사이 베이 안다만 비치(등반 지역 번호 26번)’와 ‘둠스 키친(25번)’은 오후 1시경까지 등반이 가능하며, 이후에는 해질 무렵 등반하는 게 좋다.
톤 사이 서쪽 해변에 있는 ‘캣 월(32번)’ ‘파이어 월(33번)’ ‘멜팅 월(34번)’ ‘이글 월(36번)’은 햇빛 때문에 정오 이후에 등반해야 한다. 서부 라일 리의 ‘타이완 월(18번)’은 하루 내내 등반이 가능하고 동부 라일리의 ‘원 투 쓰리(2번)’는 오후가 적당하다. ‘아우 낭 타워(37번)’는 아침 일찍 등반해야 한다.
기간 라일 리 등반은 1주일에서 2주일이 적당하다. 1주일 이하는 오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등반을 즐길 수 없다.
라일 리는 낮은 등급부터 고난도 등반까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등반을 즐기려면 국내에서 5.12급 정도는 돼야 5.11급을 자신 있게 등반할 수 있다. 또 5.12급 등반력을 가진 이는 5.13급으로 높일 수 있다.
등반 인원은 4~6인이 적당하다.
인원 구성은 되도록 짝수를 이루어 가는 게 좋다. 대개의 방 구조가 2인 1실이 기본이기에 홀수라면 그 만큼 버리는 비용이 발생한다. 인원 구성을 할 경우, 되도록 비슷한 등반 능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5.12급 등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면, 이들은 자신의 등급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중하기 때문에 5.11이나 5.10을 하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소외된다. 따라서 고급 등반지 부류와 중급 등반지로 나누어 등반 조를 계획해야 한다.
장비 2인 1조일 경우 자일 60m 1동과 퀵드로 30개, 안전벨트, 암벽화, 초크, 구둣솔을 준비하면 된다.
라일 리는 무덥기 때문에 초크 한 봉지를 준비하고, 암벽화는 자신의 발에 맞는 것으로 두 켤레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등반할 때는 장비를 보관하거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은박지 깔개를 준비하면 좋다. 현지에 도착하면 라일 리 암벽을 소개한 <킹 클라이머스 루트 가이드 북>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책은 톤 사이 해변이나 파이어 월 가는 쪽, 라일 리의 ‘킹 클라이머스’에 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1만8천원 쯤이다.
기록 등반하는 것만 신경 쓴다면 별일 없겠지만 등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선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것들을 준비해 가지만 등반에 열중하다 보면 기록에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두 사람이 전적으로 기록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캠코더나 카메라 등의 귀중품은 작은 가방에 따로 보관해 들고 다니며 여권과 지갑은 끈이 길게 매달린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좋다.
의류반팔 티셔츠나 나시, 반바지 등 세 벌 정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슬리퍼 한 켤레도 필요하다. 태국의 호텔이나 방갈로에는 세면도구가 없으니 비누 치약 칫솔 면도기 등을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