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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숙님
11월 5일
불법사드철거 김천평화촛불집회 912회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다음 차례는 우리인가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게 한다.
유대인 학살을 피해 은신처(다락방)에 숨어 나치에게 체포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나는 인간의 선한 의지를 믿는다"던 소녀, 공습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다는 공포 속에서도 하늘의 별이 너무도 보고 싶어 모든 집이 소등한 캄캄한 밤에 커튼을 살짝 걷어 본 그래서 한순간 행복했던 소녀, 못 먹어서 깡말랐어도 매일을 충실히 살아간 소녀 안네, 일기장을 남기고 수용소에서 스러져갔지만 그 일기(안네의 일기)는 얼마나 많은 세계 젊은이들 가슴을 쳤던가! 그 소녀의 모국이, 그렇게 핍박당해 죽거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모국 사람들이 그렇게 그악스럽게 이웃 나라 민간인들을 죽이는 걸 보며 그 영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할수록 슬프고 절망스럽다.
그치만 절망 속에서도 뚜벅뚜벅 평화를 외치는 길 가는 걸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우린 다시 모여 912번 째 촛불을 든다.
“내가 오늘도 김천역 평화광장에 나가야 하는 이유는? 순진무구한 아이의 평화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고 시작하는 사회자 김종희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 기획팀장.
전쟁을 반대한다!
평화에 살자!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첫발언은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단 있는 최현정 대책위 부위원장.
“오늘 바람이 엄청 불고 비가 오는 것 같아서 롱 패딩을 입고 나왔는데 옷을 잘못 입고 나왔어요. 지금 너무 더워서... 땀이 너무 나고... 무슨 말을 해야 될지 지금 생각이 잘 안 나서... 제가 나이 40에 사드 반대를 시작했는데... 이제 뭐라고 그러죠? 갱년기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사람들이 웃으며 “아직은 아니다”, “일찍 올 수도 있다” 의견이 분분했다.
“11월 2일날 양지뜸 상영을 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요.
사드 영화가 이번이 세 번째고('파란 나비', '소성리' 상영) 그 이후에도 김복동이라든지 여러 영화 공동체 상영을 매년 한 두 편
씩 해오는데 많으면 한 60명, 50~60명 정도 이렇게 사회 이슈가 되는 이야기들을 상영해도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해서 한 그 정도 생각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주변 분들 데리고 오고 또 멀리서 아사히에서도 찾아주고 하셔서 자리가 거의 부족할 정도로 많이 오셔서, 여러분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서 진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시사회를 한번 봤었고 두 번째 보는 건데 사실 첫 번째 봤을 때는 뭔가 다른 사람(소성리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사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 영상을 보고 뭐라고 생각이 들까 이런 게 사실 더 관심이 가서 그 사람들 표정 이런 거에 신경을 좀 썼었거든요.
근데 우리가 모두 아는 얼굴들이 같이 이렇게 앉아서 보니까 뭔가 더 재밌었어요. 그중에서 봉정 할배라든지 어르신들이 앉아서 죽음에 관해서 얘기할 때도 되게 좀 엄숙하고 숙연하게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머님들이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 거에요.
처음에 국방부나 경찰에 항거하는 그런 모습을 예상하고 봤었는데 제 머릿속에 기억나는 거 반 이상은 음식을 해먹는 모습, 되게 막 엄청 많이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영화를 볼 때마다 저녁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배가 고팠어요.(웃음이 터졌다)
소정리 마을회관에 가면 거실에 쓰여 있는 글자 아시죠? ‘법보다 밥’ 거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글자인데 맞아요.
우리가 식구라는 말을 하잖아요. 근데 요즘에는 같은 가족이라도 밥 먹는 시간이 다 달라요. 그만큼 요즘에 서로 바쁘고 같이 밥 먹기도 힘든 지경인데 그동안 사드 반대 한 뜻을 가진 동지로서 같이 그렇게 밥을 해 먹고 하니 정말 식구보다 더 의지하고 그 뜻을 같이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지 않았나, 하나의 공동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봉정 할배 그리고 현철군 떠나간 지 몇 년 되었지만 엊그저께 일 같고 아직 믿기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을 하고요.
이런 많은 기억들과 이런 사람들을 추억하면서 정말 가슴 따뜻하게 감동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김천 것이 없다는 것이라며 덧붙였다.
"김찬수 대표님이 감독님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김천 농소에서 찍은 영상들 다 편집해서 음지뜸으로 하나 김천에서 상영해라.’(일동 웃음) 음지뜸이라는 게 없는 말이 아니고 양지뜸 상대어로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대한다고 감독님한테 저도 말씀드렸습니다.
순천댁 도경임 어머님 수요집회에서 했던 발언 모습이 되게 기억에 남아요.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같이 막 격해지더라고요.
그때 어머님이 하셨던 구호 같이 하면서 저의 발언 끝내겠습니다.
사드 빼! 미군 빼! 경찰 빼! 투쟁!"
“현정씨는 40대에 사드 철회 투쟁을 시작했지만 저도 40대에 시작해서 지금 50대를 넘어서 이제 60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오랜 시간 동안에 이 기억들로 우리 이 자리를 잘 밀고 나갔으면 좋겠고 우리가 밀어 나가는 그 끝자리가 평화였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자 말에 아이들만 크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늙어가는 걸 실감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발언을 승낙한 김동복 대책위 감사.
“이렇게 빨리 무너지는 정권도 나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1년 만에 20%대 30%대 지지율 나오는 것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 것 같은데요. 국민들이 속았는지 어떻게 했든지 간에 그때는 2년차에 30% 는 아니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무너지는 것도 참 처음입니다.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 이런 게 거의 다 무너졌죠.
자유라는 게 종류가 많죠. 신체의 자유도 있고 언론의 자유도 있고 표현의 자유도 있을 거고 사상의 자유도 있을 거고 자유라는 것이 종류가 많은데 지금 무슨 자유를 이야기하는지는 나는 도대체 모르겠어요.
생각도 각자 다 다르죠. 여기 모이시는 분들도 사드를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건 똑같을 겁니다. 그런데 사드 반대 집회에 나오는 이유는 또 다 다르죠.
우리 어릴 때 배운 흥부 놀부를 보면 단순하게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나쁜 사람이죠. 그런데 그거를 그렇게 일률적으로 가르치면 안 되죠. 흥부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돈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흥부 지 집에 쌀이 떨어진다든지 돈이 없어서 교육을 못 시킨다든지 이런 절대 빈곤은 굉장히 불편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돈이 이렇게 중요한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개인이나 국가나 첫째는 부지런해야 되겠죠. 부지런해야 됩니다.
그 부지런함은 우리 아버지 세대입니다. 논에서 밭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에서 외국 탄광촌에서 돈이 된다 하면 위험도 무릅쓰고 더러운 일 힘든 일 아무 관련 없이 했습니다. 심지어 총 들고 남의 나라 전쟁터까지 갔습니다.
우리 바로 위에 세대들을 보면 민주화를 해냈습니다. 물론 민주화 100% 되지는 않았습니다. 권력 재벌 언론 검찰은 아직도 견제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아직 완벽한 민주주의라고는 하기 힘듭니다. 그런 대로 장기 집권을 못 하고로(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다음 우리가 할 일은 뭐죠?
내전이 일어나는 나라,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가 부자인 나라는 없는데, 지구상에 딱 한 나라 있습니다. 미국. 미국은 절대 자기 나라에서 전쟁을 하지 않습니다.
6.25 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전부 다른 나라에서 전쟁하지 다 자기 나라에서 전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하면 이 작은 나라에서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힘듭니다. 아까 사회자분이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고 그랬는데 일부 극우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그럽니다.
100번 양보해서 그 말이 맞다 칩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군이 할 일입니다. 일반 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이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전쟁에 세우지 않으려면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특히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입 조심해야 됩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에...’ 정말 이런 이야기를 대통령이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그거는 우리나라 지금 젊은이들을 전장에 세우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됩니다.
말을 벌로(함부로) 하는 정치인들한테는 표를 줘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금 시대의 시대 정신은 평화입니다. 그 평화를 우리는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 시대 정신은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시대정신을 다 같이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순서는 우주 대스타 정진석 가수의 노래와 이야기 시간.
“이 자리 진짜 힘들다, 정말 나는 도저히 못 서겠다, 내가 면목이 없다, 특히 고생하시는 분들 봤을 때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내 멋대로 살던 그 습관은 절대로 안 고쳐지고 그런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자격 논쟁에 스스로 빠져 여기 서기가 좀 힘든 순간이었던 것 같고 그러니까 전화 왔는데 전화 답도 못 하겠고 하긴 해야 되겠고...
제가 잠시 학교 생활을 좀 했어요. 기타도 좀 배우고 하다가 내 노래를 가지고 음악회를 가졌어요. 학생들로 구성된 관악기들하고 같이 해서 (기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편곡한 그 곡으로 노래를 했습니다.
녹화를 해놓은 걸 보니까 사회자가 정리하는 멘트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소성리의 평화, 우리나라, 세계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하는 마음’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물론 내용적으로 따지고 가면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하고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하여튼 각 분야에서 정말 소성리의 사람들, 김천과 평화의 사람들이 꽃씨가 돼서 온 사방으로 이렇게 퍼져간다. 우리가 그 진원지가 된다. 그 힘이 아니었다면 그 노래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나의 삶에 여러분들의 존재는 내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고백을 하면서 제 노래 그냥 가져왔어요.
소성리, 평화성지 소성리 우리가 그때 불렀던 그 노래 한번 불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성리 마을은 작은 마을 별들이 아름다운 곳
그곳의 산들은 올망졸망 갖은 모양으로 빛나네
........
그 아름다운 땅에 전쟁무기 들어왔네
성자의 마음 품은 사람들은 갖은 고통 당했네
그 아픈 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들이 찾아왔네
아름다운 소성리 마을은 그들과 함께 평화짓네
소성리는 여전히 아름다워라
평화의 성지로 태어나 만방에 평화 전하네
"어제 대학생들 소성리에 왔다갔죠. 그 노고들, 이런 노고들이 저한테 짐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근데 계속 짐으로만 가지면 나도 못 버팁니다. 소성리 평화도 사실은 난 좀 밝게 만들려고 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뭔가 어두워 뭔가 그림자 져 있고 그런 느낌이 있어요. 어찌 됐든 그게 아마 나의 성숙도인 것 같아. 내가 뭐 생활적으로도 많이 개선돼야 될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찌 됐든 이 자리가 행복한 자리가 되어야 된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일들 자체가 우리 자신의 행복으로 자리 잡아야 하겠다 그런 마음을 담았던 노래예요.
제가 장애인들하고 인연이 돼 가지고 함께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는데 그들과 함께 하는 그 관계들을 보면서 이렇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행복하기로 해요’ 라는 제 자작곡 처음 들어볼 겁니다."
우리 이대로 행복하기로 해요.
스쳐 나눈 시간과 눈빛 간직하면서
삶의 시련 지나 다시 만나느니
순간순간들 차곡차곡 고이 모아 잔칫상을 차려요.
우리 늘 그렇게 다시 만나요.
마음속 꿈들 모아 한 첩 한 첩 상에 올려요.
궁궐 연회상의 화려함은 꿈도 못 꾸어도
행복의 그 꿈은 하늘에 닿아
같이 부를 노래 ‘이 땅이 내 땅이다’
쭉 뻗은 직선 도로 달리다가 모퉁이 끼고 돌아 들어가면
높은 길 양옆으로 산골짜기 점점이 시골집들
.........
아름다운 우리 마을은 그 이름 (소성리!)
사드 기지 들어왔네
바다 건너 사람들이 갖고 왔네
봉우리 넘어 미국 사드 들어왔네
이 나라 경찰들 몽둥이 들고
우리 할배 할매 조 팼네
그렇게 들어선 기지 주소~
캘리포니아
이 땅이 니 땅이가 이 땅이 내 땅이가
이 땅은 니 땅 아이다(아니다) 이 땅은 내 땅이다.
이 땅은 니 땅 아이라카이 이 땅은 내 땅이다.
이 땅은 니 땅 아이다. 이 땅은 우리 땅이다.
이재호 농민회 사무국장이 나와서 공지를 했다.
“11월 11일 날 큰 집회가 하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천시 농민회도 올라갈 거고요. 이번에 한 2대 정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2시에 각 단체별로 집회가 있고 아마 3시쯤에 전체 민중대회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김천에서는 한 9시나 10시 사이에 출발을 하게 될 터인데 정확한 일정은 내일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인원 여유가 있으니 가실 분들은 농민회는 저에게 아닌 분들은 최현정 부위원장에게 신청 바랍니다.”
김종희 사회자가 다음 주에는 '나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고 구호로 마무리했다.
"전쟁을 반대한다! 평화에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