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포구이면서 항구인 안면도 백사장은 가을이 되면 일 년 중에서 가장 활기를 띄는 곳이었지요. 전국에서 모여든 대하 잡이 배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70년 초 제가 그곳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가을이 되면 대단했습니다. 남진 나훈아의 노랫소리가 삼봉마을까지 울려 퍼지고 그럴 때면 마을사람들은 바구니를 한두 개씩 팔에 걸고 백사장으로 그물의 추리러 갔었지요. 그물을 추린다는 것은 대하를 잡고 난 후 내일 작업을 위해 그물에 걸린 잡동사니를 떼어내고 정리하는 작업을 말하지요. 그물에서 떼어낸 잔고기들은 추리는 사람들의 몫이었고, 그물 숫자만큼 용돈도 벌었던 풍경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한철이지만 그곳 마을사람들에겐 큰 벌이의 하나였습니다. 어제 가본 백사장은 정말 작은 곳이었어요. 변한 것이 있다면 현대식 건물이 여기저기 많이 들어섰고 숙박시설은 물론 작은 나룻배로 건너든 태안군 남면 신온리의 드르니항엘 건너갈 수 있는 아름다운 원형형태의 굴곡진 다리가 놓였다는 것이더군요. 아련했습니다. 흘러버린 세월에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이 벌써 대부분 떠난 후여서 세월의 부피와 무게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첫댓글 지난날을 회상하시며 잘 다녀오셨군요
지난날의 광경을 사실처럼 느끼게 잘
그려주셨네요
좋은 추억이있고 낭만이 있는 그리운
고향이 있어 아름다운 시적 감각이 무르익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