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에 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정부개입 촉구를 공론화하려는 언론과 정치권의 요구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용산개발은 백지화가 답이다. 세계를 강타한 부동산 불황국면을 외면하고 30조원을 퍼부어 80조원의 경제 효과와 4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나발을 불었으니 이를 추진한 코레일과 정부관료들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코레일 부지를 상업용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가를 터무니없이 뻥튀기하여 코도 풀지 않고 부채를 갚겠다던 서울시와 코레일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 이 프로젝트에는 근본적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공모형 PF 사업의 몰락이고, 다른 하나는 22층 고층아파트 등으로 이미 재건축된 서부 이촌동의 아파트단지를 서울시가 미개발지역이던 은평뉴타운같이 강제로 수용 개발하겠다는 발상이다. 이 글에서는 용산국제지구 개발과 공모형 PF사업의 문제를 다루고, 다음 글에서는 강제 수용과 백지 동의서에서 발생하는 재개발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PF방식 국토 개발정책은 은평 뉴타운, 장지동 가든 파이브, 4대강 개발 프로젝트 등 덩치 큰 PF사업들을 성사시키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꺼번에 공모형 PF 사업에 뛰어들게 하여, 이를 수행한 LH공사와 수자원공사의 재정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이와 동시에 기획 부동산 회사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며 PF대출을 받기 위해 사업전망을 부풀리고, 비자금을 마련해 은행을 매수하는 왜곡된 사업 행태가 정착되며 부동산시장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저축은행들은 도산했고, 이를 묵인한 은행∙은행감독원∙청와대 참모∙대통령의 최 측근들이 뇌물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었다. 은행이나 정치계, 관료, 검∙경, 사법부를 매수하기 위한 비자금 조성은 기획부동산이나 재벌급 건설회사나 옥석(玉石)구분이 없어졌다. 건설업자 윤씨의 성 접대로 표현되는 권력집단들의 난교파티가 이런 풍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과거 입 소문으로 전해지던 재벌 2,3세들과 유명 연예인들을 포함한 젊은 여성 연예인 지망생들 사이에 벌어진다는 쾌락을 위한 집단 성교 파티가 이해당사자간에 서로의 치부를 보여주는 공범이 되는 의식(儀式)으로 정착했다. 신입 깡패에게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신고식이나,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막걸리를 억지로 먹이는 관행과 유사한 모양새이다. 사회에 원칙과 처벌이 없어지니, 악화가 양화를 밀어낸다. 이런 행태가 만연하는 이유도 세계금융위기에 대처할 국토개발에 대한 종합적 마스터플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원칙이 없으니 우리 사회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놈이 장땡인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감방에서 꼼꼼하게 회사 일을 챙기던 재벌총수가 재판정에서는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로 호흡하는 쇼를 벌이다가, 풀려나면 멀쩡하게 다시 총수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향판(鄕判)들을 좌지우지한다는 사립대 이사장이 온갖 비리를 거듭하면서도 고소고발을 비웃을 수 있는 무법천지가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다.
사업비 2.4조원, 매출액 3.33조 원, 개발이익 9300억 원이라던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건설되던 파이시티에서 우리는 실패한 공모형 PF사업의 정형을 볼 수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된 최시중은 현직 방통위원장이었으며, 이 사업 허가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에 최시중을 특별 사면했다. 파이시티는 금융권으로부터 4700억 원을 대출받았고, 서울시는 파이시티 세부설계를 변경하는 대가로 용적률의 40~60%를 기부채납 받을 계획이었다. 뇌물공세로 설립되었던 파이시티는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파이'를 안겨준다는 사업이었지만, 뻥으로 드러났다.
PF사업은 공공부지를 상업용지로 뻥튀기하는 사업이다. 4대강은 국토를 개발하여 전국에 투기 붐을 조성하려던 사업이고, 뉴타운은 재개발∙재건축으로 투기를 조장하려던 사업이었다.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유휴지나 다름없는 뚝섬 경마장과 골프장 자리에 2400억 원으로 서울의 숲 35만평을 조성하며, 그 중 1만7천 평을 상업용지로 전용하여 평당 7000만원에 매각했다. 이 부지를 산 건설회사들은 아파트를 평당 4500만원에 분양해서 큰 이익을 보며 전국을 부동산투기장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청계천개발, 뉴타운, 공모형 PF사업, 4대강 개발 등 토목사업이 봇물처럼 터졌다. 현대건설 정도에 걸맞은 성공 스토리를 국가에 적용하여 사회를 병들게 만든 사건이다. 문제는 땅값이다. 판교 알파돔은 3.3㎡당 7000만원에 팔렸다. PF사업은 사업계획만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프로젝트를 완수한 후 차입금 상환과 차익을 실현하는 사업이다. 시행사가 최소의 자본으로 방대한 계획을 실행할 수 있지만, 무리한 차입을 위해 사업성이 과장되기 쉽다. 따라서 시장이 불투명해지면 취소해야 하는 사업이다.
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토지를 이용하여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이다. 2001년 처음 도입되어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PF사업은 27개, 사업비만 74조원이 넘는다.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6~2007년에 그 중 17건이 추진됐다.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2006~2007년 건설사는 물론이고 금융회사들까지 사업권을 따내려고 혈안이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용산역세권개발, 판교 알파돔시티를 제외하면 모든 사업이 사실상 취소된 상태이다. 정부가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며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발상은 세계가 부동산 불황의 늪에 빠져 고통 받던 시대에 벌릴 짓이 아니다. 새 정권이 들어서니, 언론이 용산개발이 실패하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 개입을 압박하고, 정치권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개발이 실패하더라도 국가적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는 국가 예산으로 손실을 보전하려는 코레일을 포함한 업체들의 로비일 뿐이다.
2007년, 서울시와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13만4천 평)와 한강변에 인접한 서부이촌동지역(3만7천5백 평), 총17만1천5백 평을 통합 개발하는 드림허브 사업의 MOU를 체결했다. 총 투자비 28조원, 연면적 100만평에 주거비율을 최소화하고 정보통신, 금융, 관광을 세 축으로 하는 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평당 600만 원 정도이던 철도청 부지 13만4천 평을 상업용지로 전환하여 평당 7400만원으로 8조원을 조성하여 코레일의 부채를 갚겠다는 그럴듯한 계획이다. 분양 후 시세가 강남 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8-9천만 원일 것이니, 복합단지를 평당 5-6천만 원으로 분양해도 쉽게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한 주거공간은 33만 평(연 건평의 33%)이나 드림허브는 원주민용 입주물량 2200여 가구만으로 주거공간을 최소화했다. 평당 29백만 원으로 묶인 아파트 분양 상한가 때문에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나머지 주거공간을 사무실용도로 전용하여 5-6천만 원에 팔아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속셈이었다. 삼성은 부채를 상환하려는 코레일(1그룹) 이외에 고정적인 임대료가 필요한 국민연금과 보험회사(2그룹)에게 안정적 부동산 투자를 제안하고, 사업 하청을 받는 건설회사(3그룹)을 모아 3개 그룹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거대한 사업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2008년 미국 부동산 위기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은행 등 대부업체들은 용산개발에게 코레일 부지 인수대금 8조원을 사업계획서만으로 대출해 주지 않게 되었다. 대부업체들은 시행사들에게 지불보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책사업에 따른 눈 먼 돈에만 익숙한 민간기업들이 성공확률이 극도로 낮아진 투기 개발사업에 지불보증을 하며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용산개발을 위해 세워진 드림허브는 정부개입 없이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했다. 코레일은 드림허브에서 지급해야 하는 부지대금 8조원의 중도금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국제업무지구에 코레일이 임차할 건물 임대료를 드림허브에게 선납하는 방식으로 드림허브가 낼 중도금을 장부상으로 상쇄했다. 막걸리 행상을 하는 두 동업자가 한 푼을 주고 받으며 막걸리 한 독을 다 비우는 우스개를 코레일이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목마른 놈이 샘을 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4대강 사업비용 15조원은 3년 후 완공시점에 22조원으로 늘어났다. 28조원이라는 드림허브 투입비용도 현 시점에 벌써 34조원이다. 완공 시점에는 틀림없이 40조원을 훌쩍 넘으리라 예상된다. 드림허브는 한강 르네상스(1)- 용산 미군기지에 건설될 서울 대공원(2)- 남산(3)을 잇는 정부의 강북개발사업의 세 축 중 하나이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서부이촌동에 건설될 중국과의 페리 선착장을 위해 강북로를 지하화하고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아파트들을 강제 수용하여 공원화한다는 방안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국제업무지구의 용적률을 기존에 허가한 580%에서 608.5%로 올려주었다. 개발에 따른 교통계획으로 용산 출발의 신 안산선과 신 분당선, 강변을 순환하는 모노레일 건설 방안 등이 검토되었다.
코레일은 이미 수 조원을 용산지구 개발에 투자했다지만, 이는 드림허브와 코레일의 부지 매매 계약서 상에만 존재하는 돈이다. 드림허브가 코레일에 준 어음은, 드림허브가 지불보증을 거부하는 한 휴지조각이다. 부도가 나더라도, 코레일과 드림허브는 자본금으로 투자한 돈만 청산하면 그만이다. 코레일이 드림허브로부터 코레일 부지를 돌려받고 그들이 받은 드림허브의 어음들을 돌려주면 사업은 땡이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미 변해버린 부동산시장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고민해보지도 않고, 어떡하던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땅값을 받으려고 용적률을 900%나 1000%로 올리겠다며 정부의 개입을 바라고 있다. 그로써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른 PF사업들도 모두 쉽게 문제가 풀릴 것이므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그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코레일은 용산개발사업을 백지화하고, 자신의 부채를 상환할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병아리 한 마리를 사면서, 병아리가 닭이 되어 알을 낳고, 이것이 반복되어 양계장이 되고, 계속 불어 양조장, 큰 빌딩, 재벌로 커가는 기분 좋은 망상이었다. 그러는 사이 병아리는 굶어 죽어, 자본 잠식에 따른 책임만 남았다. 시간과 노력이 배제된 이런 망상에 국가나 국민이 관여할 이유는 없다. 코레일이 불입했다는 자본금도 코레일 부지 대금 지급을 전제로 한 장부상의 불입이다. 이 사업을 제안한 삼성이 한 발 물러나 추세를 관망하는 이유도 이런 진행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형 PF사업은 시장상황을 무시한 한심한 계획이었다. 정권 말기에 이명박∙오세훈의 여론 호응도가 크게 떨어졌던 이유는 밀어붙이기 식 부동산 개발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백지화했다. 박근혜 새 정권의 소임은 지지부진한 대형 PF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부동산 불황으로 경기침체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이를 백지화하기 보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 내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할 급선무가 있다. 대형 개발사업에 따른 고질적인 부조리와 부패의 연결 고리를 차단시켜 신용사회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관공서에 대한 유착과 로비 목적으로, 기업들은 전직 공무원들을 하수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로펌이나 기업이 고용한 전직 고위 공무원의 전관예우, 여론을 빙자한 언론과 정치가들의 정치공세 등은 모두 로비이며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사회악이다. PF사업의 부조리와 불공정 관행을 쇄신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루겠다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행해야 할 조치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이나 그간의 인사과정으로 보아 여론몰이와 정치공세에 쉽게 꺾이지 않는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이 든든해 보인다. 코레일 사업이나 공모형 PF사업의 해법은 중국특수를 겨냥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땅값을 1/4수준으로 내리는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다양한 해법이 도출되리라 생각한다. (201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