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 /bbs]
어려서 학교다닐 때 새책을 나눠주면 정말 좋았습니다.
새책에서 나는 그 냄새.. 정말 향수보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도덕책을 보니까 '설산동자'라는 제목으로 부처님 전생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설산동자가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렇게 자신과 인생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깨닫기 위해서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답을 얻지 못하고 고심을 하고 있던 차에 어느 골짜기에서 소리가 들려오는데..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이라는 말인데
그때 책에는 그 원문은 안 나오고 작자가 한글로 옮겨 놓은 글이 있었습니다.
'꽃은 피어도 곧 지고 사람은 나도 이윽고 죽는다.
이 허무한 법칙은 생명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법칙이다.
사는 것 죽는 것을 넘어버리면 생각의 얕은 꿈이나 망설임이 없어진다.
그곳이 정말 부처님의 깨달음이 있는 곳이다.'
그 말씀이 너무나 좋아서 크레용으로 크게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놓았어요.
그걸 외워서 지금까지 안 잊어버렸는데 나중에 출가해서 절에 와서 보니까
그게 열반경에 있는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그 내용이더라구요.. ㅎㅎ
(스님은 5.18과 10.27법란 이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재야운동을 하였는데
재야단체 전민련 공동의장을 맡고 사회운동을 하다가 수감생활도 하게 됨)
그때 잡혀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야 뭐 권속도 없고
죽는 거야 두렵지 않은데 법정스님 말씀이 생각나더라구요.
사람이 인간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다는데..
불법을 만나 이렇게 허송세월 하면 나중에 윤회가 계속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객이 들어서 '그럼 뭐 여기서 정진해야지!'
나는 여기서 무기징역을 받든가 아니면 죽든가 할 테니까..
절에서 배우기는, 도를 깨닫기가 아침에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
미련한 사람이라도 한 일주일 걸린다..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럼 뭐 여기서 죽기 살기로 한 번 해보자~'
그래서 딱 앉아서 참선을 하려고 보니까 벽에다가 누가 십자가를 새겨 놓았어요.
아마도 아주 신심이 장한 기독교인이 있었나봅니다. 상당히 깊게 아주 잘 팠어요.
그런데 그 십자가를 보면서 하기가 좀 그래서..
숟가락 끝으로 그 십자가 네 귀퉁이를 더 파니까 만(卍)자가 되었어요.
그래서 아주 멋지게 된 만자 앞에 앉아서 참선을 하는데..
처음에는 괴롭고, 슬픈 생각도 많이 들고, 신세한탄도 되고..
아무래도 수행이 부족한 젊은 승려였기 때문에..
속인 같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열심히 정진하니까.. 처음에는 잘 안되더니 나중에는 잘 돼요. 아주 잘 돼~
그래서 그때 느낀 점이.. 수행을 할 때 절박한 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세상이 확 바뀌어서 감옥을 나가게 되었을 때 나는 사실 아쉬웠어요~
'아,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
나가면 또 최류탄 터지는 현장에서 살아야 하고, 강연 다녀야 하고..
그런데 그 안에 있으니 얼마나 좋아~~
지내놓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오기 싫었어요.
정말 아쉬웠어요~~
☞ 감옥보다 더 지독한 절?
첫댓글 사두 사두 사두 ( )
네 고맙습니다 ..
사두 사두 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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