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침공이 점점 제2의 베트남전화 하고있다. 91년 걸프전과 같이 지상군 투입후 초단기간에 승전을 하겠다던 초기 낙관적인 전망은 간대 없고 “어려운 전쟁”, “힘든 승리”, “장기전 대비”등 우려의 소리가 나오더니 급기야 12만명의 지상군 증파를 결정하게 됐다.
이는 미국이 이번 전쟁을 얼마나 힘겨워 하는지 단적으로 나타내는 증거라 하겠다. 현제 걸프 지역에 9만의 미군 지상 병력이 파병 되 있다. 여기에 12만을 더하면 21만명이 되는데 이는 미군 전체 지상군의 45%에 해당하는 병력이다. 미 항모전단 12개중 7개 전단이 이번 침공에 참여한걸 감안하면 미국은 지금 이라크 침공에 가용 가능한 전력을 모두 집중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군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전쟁에 나간 모든 병사들이 실제 전투에 참여 하는 것은 아니다. 보급, 병참, 후방지원, 작전등… 이런 저런 인력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는 병력의 숫자는 많이 줄게 되는데 미군의 경우 이정도가 심한 편이다.
만약 이라크 군이 전군을 이끌고 미군과 전선을 형성한 전면전을 치룬 다면 항공, 포병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소수정예의 지상군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지금 이라크는 미군의 전략을 무력화 시키는 시가전, 게릴라전을 사용하고 있어 미군이 12만의 병력을 증파해도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상황이다.
지금 미-영군은 초기 침공 전략의 실패로 빈약한 병력에 400km에 이르는 장거리 보급선을 널려논 상태다. 또한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들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로 가뜩이나 취약한 보급선에 위험이 가중 되 있다.
이런 상태를 해소 하기 위해서는 시가전을 통한 남부 주요 도시 완전 통제인데, 과거 전쟁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듯이 시가전은 침공군에 막대한 희생을 강요한다. 막대한 희생이 불가피한 시가전을 회피하는 미-영 침공군의 전술적 어려움은 보급선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병력의 후방 운용이 불가피한데 추가 파병 12만중 상당수가 이에 동원되어 핵심 목표인 바그다드 침공에 추가되는 병력은 상당히 축소 될 것이다.
12만 증파로도 전황이 호전 되지 않으면 또 다른 추가파병을 하거나 이라크와의 휴전을 추진 해야 할 것이다. 일단 휴전이라는 지금 상태로는 최상의 결과에 대해 잠시 접어두고 미군이 추가 파병을 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라크에 파병 되는 지상군 21만은 미군의 현제 사용할 수 있는 가용병력의 한계라고 말 할 수 있다.
미국 자체에서 병력 차출은 어려움이 있다. 동맹국 영국 또한 총 지상군 11만에 불과한 상태로 현제 수준 이상의 파병은 어려운 상태이며, 지상군 2만 5천에 불과한 호주, 지상군 2만에 불과한 캐나다에서도 대규모 군사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태이다.
미국은 점 점 더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 동맹국 중 대규모 지상군을 보유한 국가는 57만의 지상군을 보유한 한국과 50만의 지상군을 보유한 터키이다. 터키의 경우 미국 지상군의 주둔 허용을 의회에서 부결 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견제를 제외하고는 같은 이슬람권인 이라크에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해 미국을 도와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라크의 전황이 악화될 경우 베트남전의 경우처럼 미국이 한국에 참전을 요구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국회에서 논쟁중인 공병-의무대 파병에 이어 미국은 포로수용소 관리와 같은 추가 부대 파병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이런 증폭되는 요구가 전투병 파병으로까지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혹자는 “미국이 6.25때 한국을 도왔으므로 이번엔 한국이 미국을 도와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한국은 미국을 도와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5,000여명의 희생자를 이미 낸바 있다. 사망자의 몇배에 달하는 부상자들, 자식에게 까지 대물림 된다는 다이옥신이 함유된 고엽제에 고통 받는 베트남전 참전자들, 베트남전이 박정희의 군사독재 유지에 기여한 점 등등…을 감안하면 한국은 미국에 값을 만큼 충분히 값은 상태로 더 이상의 부채의식을 가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국회에서 공병-의무대 파견안이 통과된다면 이것은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한발을 들어놓은 상태가 된다. 만약 이라크전이 격화된다면 한국이 들이민 이 한발은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될 수 도 있다. 전쟁은 초단기전으로 끝날 거라던 미국과 CNN과 같은 미국 언론 매체의 기만과는 달리 몇 달 몇 년을 끌지 모르는 상황이다.
베트남전 이후 급격한 국력 약화를 가져왔던 미국, 아프칸침공 실패로 심각한 후유증을 보였던 구 소련을 다시 생각하자. UN을 통한 국제적인 합의 없이 강공을 펼친 미국 이라크 침공은 그 자체로 국제질서에 심각한 재편을 불러오고 있고 이에 더해 미국이 예상치 못한 이라크에서의 고전은 이런 불확실성을 가중 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정중동의 자세로 이라크전 이후 재편될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섣부른 행동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