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창시절때쯤 나온 영화로 '일요일은 참으세요'란 제목이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아 스토리가 어떤지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코믹영화의 한편으로 생각된다.
당시에는 '학생관람가'를 득한 영화라도 학생으로서는 대부분이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혹은 돈이 없어서 영화를 보지 못했었다. 학생들이 꼭 봐야할 영화는 학교에서 단체관람했다.
단체관람인데도 영화 보는 시간이 아까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었다.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는 매월 월사금도 꼬박꼬박 내었다. 춘궁기엔 도시락도 못싸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밥 대신 삶은 고구마를 싸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등교를
했고 토요일은 반공일이라 해서 오전 수업만 하였다. 일요일은 공일이라 해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렇게 학교에서는 주일이 지켜졌지만 농삿일을 하는 집안에서는 주일과는 상관없었다. 1년 365일에
쉬는 날이라고 설,추석뿐이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월급 200만원짜리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 년내에 서울에 시범적으로 도입될 모양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필리핀정부에서 6개월정도 교육을 이수한 후에 자격증을 받아 외국으로 취업해 나가는데
중동,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많이 나가 있다. 싱가포르에선 엄격한 기준을 정해서 통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있는데
예를 들면 휴일인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공원 등지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친구도 사귀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이성을 만나 임신을 하게 되면 자격상실로 추방된다고 들었다.
한 두달전인가 센텀역 인근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식당주인(중국사람이 아니고 한국인)에게 언제
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년중 무휴"라고 했다. 노조 등에서는 최저임금 만원이상, 주4일 근무 등을 주장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아직도 년중무휴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놀고 있는 젊은이가
4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3D업종은 이미 외국인들에게 물려 준지가 오래됐다. 조선소나 농촌에선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난리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이나 싱가포르의 전례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백수인 나는 맨날 놀고 쉬고 놀고 쉰다. 일주일 내내 일요일인 셈이다. 일요일이라고 주중의 요일과 달라질게 없지만
그렇다고 맹탕 노는 것은 아니다. 가사 도우미 역할은 해야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방안 거실을 쓸고
걸레질을 해야 한다. 하루라도 걸레질을 하지 않으면 발바닥이 새카맣게 변한다. 걸레질을 한 후에 빨아서 널어놓은 후에는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에 물을 주어야 한다. 커피를 한잔 한 후에는 음식물 쓰레게를 비롯하여 종이류 재활용품등을 분리
하여 아파트 쓰레기장으로 들어내야 한다. 시간이 나면 세탁물도 찾아서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대에 늘어서 말려야 한다.
때로는 설겆이도 해야한다. 그런데 내 가사 도우미 임금은 어디서 받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