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구직) 24-8, 전성훈 씨 면접 보는데요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기도문. (…)
올해 전성훈 씨 구직을 계획했지요? 얼마 전에 잠깐 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잘되고 잘되고 잘되기 빕니다.
좋은 곳 좋은 사람 예비하시고 순적히 만나게 인도해 주시기 빕니다.
성훈 씨에게 구직이요, 정진호 선생님에게 구직을 구실로 사회사업하는 데에 ‘의미 있는’ 일이기 빕니다.
당사자의 삶, 사회사업가의 사회사업을 분명히 하는 선생님에게
성훈 씨의 삶, 정진호 선생님의 사회사업이 잘 드러나기 빕니다. (…)
정진호 선생님이 여름을 좋아하는지 꺼려하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아무튼’ 건강하고 잘 누리시기 빕니다.’ 빌라팀 동료의 기도
전성훈 씨 딸기탐탐 면접 보는 날, 기도로 시작하는 아침이 절묘하다.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겨울의 스산한 분위기를 사랑했는데, 이제는 여름에 느끼는 생동이 그리워지더라고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경험이 없다고 일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경험이라는 게 믿을 만한 구석이 되어 주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전성훈 씨 면접을 앞두고 동료를 찾아가 물었다.
‘전성훈 씨 면접 보는데요.’로 시작한 이야기에 동료들은 과연 의미 있는 말을 들려주었다.
그 말 가운데 지혜를 읽고 용기를 얻는다.
“성훈 씨가 (면접 자리에서) 잘 대답할 수 있게 예상 질문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성훈 씨가 바로 대답하기는 어려워도 글을 읽고 쓰는 건 잘하시잖아요.
농장에서 어떤 걸 궁금해하실지 미리 생각해서 답변을 적어 보고,
실제로 그 질문이 나오면 성훈 씨가 준비한 글을 읽으면 되지 않을까요?” 박효진(前 전담 직원, 아이디어 뱅크)
“에이, 진호 쌤. 뭘 선물을 준비해? 우리가 어디 면접 볼 때 선물을 준비하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면접) 보는 쪽에서 간식을 주시겠죠. 안 사도 될 것 같아요.
선물은 나중에 성훈 씨가 일하게 되고, 그럴 만한 때가 됐을 때 챙기면 될 것 같아요.
성훈 씨를 아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도 나중에 드리는 게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김수경(前 전담 직원, 구직 지원의 교과서)
그래, 그렇지.
이러면 되나, 저러면 좋을까 혼자 고민하던 일도 동료와 의논하면 얼른 정리되어 명확해진다.
이제 전성훈 씨가 나설 차례다.
나란히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전성훈 씨 태블릿으로는 하려는 일에 어려움이 있어 사무실 컴퓨터를 사용했다.
후에 들은 박효진 선생님 이야기처럼 피시방이나 도서관에 갔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오래 두어 살피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다.
대신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주선했으나, 보다 보편적인 방법으로 돕지 못했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이력서 가운데 전성훈 씨가 잘 쓸 수 있는 것을 골랐다.
손으로도 쓰려 했기에 이름 쓰는 칸에 한자가 들어간 것은 빼고,
전성훈 씨를 좋은 사람으로 잘 소개할 수 있는 요소로만 구성된 양식을 택하는 식이다.
몇 가지 사이트에 접속하고 후보에 후보를 가려 궁리한 끝에 하나를 정했다.
‘성명, 성별, 생년월일, 휴대전화, 주소, 이메일, 가족 관계, 학력 및 경력 사항’을 쓰면 된다.
한 칸 한 칸, 무엇을 쓰면 되는지 함께 살폈고,
전성훈 씨가 심혈을 기울여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채워 넣었다.
손으로 쓴 첫 번째 이력서를 완성하고 나서 잘 볼 수 있도록 모니터 앞에 세웠다.
이번에는 이 내용 그대로 타이핑해 달라고 전성훈 씨에게 부탁했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것도, 직접 타이핑하는 것도
모두 구직 복지에서 전성훈 씨 강점을 살리는 좋은 구실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과정에 의도한 바가 있었다.
‘전성훈 씨 딸기탐탐 김혜진 대표님 뵈러 다녀오겠습니다.
몇 차례 메시지 주고받으며 일정 의논했고, 오늘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로 했습니다.
준비하는 데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식을 전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출발이다.
내비게이션에 김혜진 대표님이 알려 준 주소를 입력했다.
전성훈 씨가 사는 월평빌라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걸린다.
집에서 직장까지 5분, 좋다고 생각했다.
남상초등학교를 지나 감악산 올라가는 길까지 마음 편히 가다가
포장되지 않은 농로에 들어서서는 속도를 줄이고 음악을 껐다.
초행이라 긴장한 탓도 있었다.
딸기탐탐이 가까울수록 마치 내 면접인 것처럼 가슴이 뛴다.
옆자리를 보니 전성훈 씨도 같은 마음인지 평소와 다르게 주위를 주의 깊게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다.
“금방 시원해질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날이 많이 덥죠?”
김혜진 대표님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이야기한다.
대표님 손에 들린 모자에 눈이 간다.
은박 돗자리와 같은 소재인 것 같이 번쩍이는데,
‘일할 때 쓰면 효과가 있나 보다.’ 하는 불필요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안내받은 사무실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대표님이 에어컨을 틀며 말했고,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면접 자리라 셔츠를 차려입은 전성훈 씨도 나도 촉촉한 땀방울이 비치는 듯했다.
긴장한 탓일까?
모르지만 그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테이블 아래로 전성훈 씨에게 투명 파일을 슬쩍 건넸다.
손으로 쓴 이력서와 컴퓨터로 출력한 이력서, 총 두 장을 파일에 담아 준비해 왔다.
전성훈 씨가 받아 대표님에게 전한다.
“전성훈 씨 이력서 준비해 왔습니다. 잘 소개해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전성훈 씨가 직접 쓰고 컴퓨터로 입력해서 뽑았습니다. 졸업한 학교랑 그동안 일한 직장도 쓰여 있습니다.”
“어머! 그래요? 한번 읽어 볼게요.”
“네에, 네에.”
대표님이 태블릿을 꺼내 들고 태블릿용 펜슬로 무언가 메모한다.
면접이지만 인사라고 했고, 인사지만 면접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는데,
인사라고 생각하실 줄 알았던 자리에 면접의 요소가 보이니 목이 말라 왔다.
대표님이 내주신 음료수를 따 슬쩍슬쩍 들이켰다.
출근하면 하루에 얼마나 일할 수 있는지, 전성훈 씨 혼자서 일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부탁하면 좋을지 등 대표님이 궁금한 것을 몇 가지 물었다.
전성훈 씨와 함께 대답했다.
면접 끝에 이것 하나만은 더욱 분명히 전해지기 바라며 이야기했다.
‘일의 주인’과 ‘동행하는 사회사업가의 역할’이었다.
기억하기로는 이렇다.
“성훈 씨가 예배나 성경 공부처럼 교회 일은 차로 이동하는 것만 도우면 잘하거든요.
예배를 잘 볼 수 있게 도와주시는 권사님, 성경 공부 함께해 주시는 집사님이
성훈 씨와 오래 알고 함께하면서 어떤 일을 어떻게 도우면 되는지 저보다 더 잘 아시고요.
언젠가 직장에서도 그럴 수 있기 바라고, 그렇게 도우려고 애쓰겠지만,
아직은 언제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출근할 때는 제가 동행할 텐데요.
일하는 것 함께하고 돕지만, 어디까지나 성훈 씨 직장이고 저는 그 일에 동행한다는 뜻으로 거들 겁니다.
만약 성훈 씨가 딸기탐탐에서 일하게 된다면 대표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고요.”
다시 농로를 빠져나와 우체국이 보이고, 파출소가 보이고, 초등학교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조용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성훈 씨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웃으며 대답했고, 그제야 전성훈 씨도 활짝 웃었다.
기분 좋은 긴장이 가라앉고 기쁜 마음이 ‘무한히 터지는 기포*’처럼 마음을 간질였다.
‘잘 다녀왔습니다.
전성훈 씨가 김혜진 대표님에게 손으로 쓴 이력서와 타이핑한 이력서 함께 드리며 인사했고,
궁금한 것 몇 가지 물어보셔서 답했습니다.
당분간 인턴처럼 편하게 오가며 소일거리 돕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마음이겠지만 여느 사람 여느 직원과 다르지 않게 봐주시기 바란다고 했고,
전성훈 씨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이곳에서 필요한 일이 맞는지도 서로 편하게 두고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대표님과 전성훈 씨 생각이 같았습니다.
다른 입주자분에게도 구직 연락을 받으셨다고 이야기해 주셨고,
(다른 직원이 다른 입주자 일로 각각 연락하는 상황을 보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곳이구나,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별지원 한다는 데 대한 표현으로 여겼습니다).
다른 교회에 다니시도록 권하는 예를 들어 우리가 일하려는 뜻을 간단히 설명했고,
다른 입주자분들이 어떻게 계획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전성훈 씨에게 이 자리가 그렇듯 다른 분들에게도 구직이다 보니
다른 일에 비해 더욱 귀한 기회로 여겨질 수 있겠다고 전했습니다.
혹시 함께하게 되더라도 출근도 따로, 일도 따로, 지금처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도 말씀드렸습니다.
내일 한 번 다녀오고, 출장 끝나고 다음 주 화요일부터 이어서 꾸준히 인턴 출근 돕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면접에서 돌아온 뒤, 전성훈 씨가 이력서 쓰던 컴퓨터 앞에 앉아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비로소 마음이 놓여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전성훈 씨와 딸기탐탐, 좋은 출발 좋은 시작이다.
* 고선경의 시 「샤워젤과 소다수」에서 인용.
2024년 8월 13일 화요일, 정진호
면접 전 동료들과 의논해 주셔서 고맙고, 성훈 씨가 직접 이력서 작성하도록 거들어 주셔서 고맙고, 성훈 씨에게 면접 질문해 주신 사장님 고맙고, 기분 좋게 성실히 면접 본 성훈 씨에게 고맙습니다. 이 모든 것 함께 거들어 준 정진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신아름
면접 같은 인사, 인사 같은 면접에서 긴장하고 목이 타고 땀방울 맺혔다니 제대로였군요! 감사합니다. 두 분 못지않게 딸기탐탐 대표님께서도 궁금해하며 긴장하셨을 듯합니다. 첫 만남, 면접, 참 좋습니다. 성훈 씨 이력이 화려하네요. 요즘은 ‘스펙’이라 한다죠. 스펙이 좋아요! 이력서 주선하며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뜻’을 거듭 말씀드렸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인턴 합격! 축하드려요.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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