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윈의 20년 역사 – TREASURE CHEST
어느덧 헬로윈의 역사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혈기 넘치는 4명의 젊은이로 힘차게 시작되었던 이들의 역사는 지금까지 영광과 좌절, 그리고 수많은 굴곡 – 카이 한센의 탈퇴, 그 이후 마이클 키스케의 탈퇴와 드러머 잉고의 자살, 그리고 현재 롤랜드 그래포우와 울리 쿠쉬의 탈퇴 등 – 을 겪으면서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헬로윈의 역사라든지 그들의 현재 음악계에서의 위상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헬로윈이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의 동어 반복일 뿐이며 아마도 5월에 출간될 각종 음악잡지에서 무수히 다뤄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베스트 앨범에 실려 있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간명한 해설도 혹시라도 이 앨범을 구입하는 헬로윈 초보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이번 베스트 앨범 TREASURE CHEST의 특징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소개할까 한다.
주지하다시피 헬로윈은 지금까지 베스트 앨범을 두 번 발매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마이클 키스케가 재적하고 있던 시절, 즉 노이즈 재적 시절의 곡들을 THE BEST, THE REST, THE RARE라는 앨범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으며 98년에는 국내 팬들을 애타게 했던(국내에 제대로 수입된 적이 없어서 일단 찾기가 무지 힘들었었고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박스도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던) PUMPKIN BOX가 4장에 달하는 베스트 형식으로 출발된 바 있다. 그러나 상기작 모두 헬로윈의 부분적인 모습만 담고 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첫번째 베스트는 초창기 3장에서만 발췌된 베스트와 B-SIDE를 담고 있었으며 두 번째 박스도 93년 이전의 마이클 키스케 재적 시절의 곡들을 주로 담고 있는 박스였기 때문에,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앤디 데리스 이후의 곡들을 담고 있는 않은 일종의 반쪽자리 베스트였던 것이다.
그러한 문제점은 이번 2장짜리(수입반은 3장) 베스트에서 거의 해결된다. 29곡이라는 방대한 수록곡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기나긴 역사를 담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며 그 수록곡의 범위는 85년에 발표되었던 MINI LP의 수록곡인 MURDERER, STARLIGHT에서 가장 최근작인 DARK RIDE의 MIRROR MIRROR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단 중간에 발표되었던 2장의 라이브 앨범과 커버 앨범에서는 한 곡도 수록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2CD의 제한된 공간에 담기에는 그들의 곡이 너무나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5곡의 트랙이 이번 앨범을 위해서 새롭게 리믹스 되었다는 점이다. KEEPER OF THE SEVEN KEYS, DR. STEIN, MURDERER, STARLIGHT 그리고 RIDE THE SKY가 바로 그 곡이다. KEEPER나 DR. STEIN 같은 경우에는 그 차이와 향상도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앨범 수록곡 대부분(“전체”는 아닌 듯 싶다. 왜냐하면 앨범의 속지에 THE “MAJORITY” OF TRACKS ON THS ALBUM HAVE BEEN COMPLETELY REMASTERED.라고 만 적혀 있기 때문이다.)이 당연히 리마스터 되었다.
이번 베스트의 선곡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잘 되었지만 중반기나 후반기 곡들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 약간의 이견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초창기 카이 한센과 마이클 키스케가 재적하던 시절의 곡, 즉 WALLS OF JERICHO와 KEEPER 시리즈의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서는 불만이나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초창기 명곡 JUDAS가 빠진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들의 수많은 명곡들 – RIDE THE SKY, FUTURE WORLD, A TALE THAT WASN’T RIGHT, I WANT OUT, HOW MANY TEARS, KEEPER OF THE SEVEN KEYS, DR. STEIN 그리고 그룹송인 HALLOWEN 등이 모두 실려 있다. 사실 이 당시의 헬로윈 대표곡들은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명백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의 선택이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PINK BUBBLES GO APE 이후의 앨범에서의 선곡에 대해서는 필자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다. 특히나 중반기 앨범인 PINK BUBBLES GO APE와 CHAMELEON이 너무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밴드 역사상 이 당시의 헬로윈이 가장 험난하면서도 불안정한 시절을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밴드 입장에서는 음악적으로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당시에 대한 별 좋은 기억이 없다는 점이 큰 이유가 되었겠지만 어쨌든 THE CHANCE와 WINDMILL 이렇게 각 한 곡씩만 상기 앨범에서 발췌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PINK……에 실려 있던 MANKIND라든가 YOUR TURN 같은 곡들, 싱글 커트되었던 KIDS OF THE CENTURY, NUMBER ONE 그리고 CHAMELEON의 WHEN THE SINNER, GIANTS 또는 I DON’T WANNA CRY NO MORE 같은 곡들은 팬들에게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이들의 중반기 대표곡들인데 이런 곡들이 이번 기회에 좀 더 많은 팬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당시 앨범이 아직까지 이들의 디스코그래피상 가장 저점을 치고 있는 부분으로 팬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의 후반기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BETTER THAN RAW에서도 단 2곡뿐이라는 것도 좀 아쉬운 대목이긴 하지만 그 앨범은 싱글보다는 앨범의 전체적 완성도 측면에서 이야기되는 앨범인지라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따라서 후반기 헬로윈의 하이라이트를 느끼고 싶은 팬들은 이 앨범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래도 PUSH나 HEY LORD를 제끼고 MIDNIGHT SUN이 수록된 것은 조금 뜻밖이다. MASTER OF THE RINGS, THE TIME OF THE OATH, 그리고 DARK RIDE에서는 예상되었던 곡들이 실려 있다. 주로 싱글 커트되었던 곡들이 중점적으로 실려 있다.
여기까지가 국내에서 발매된 2장짜리 베스트에 대한 평이다. 필자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들의 중반기 작품만 제외한다면 초창기와 후반기는 팬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진정한 골수 팬들의 관심은 2장짜리 국내반이 아닌 한정반으로 수입된 3장짜리 베스트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이들의 싱글에만 수록되었던 B-SIDE가 BURIED TREASURE라는 별개의 앨범에 무려 11곡이나 실려 있기 때문이다. 헬로윈은 싱글을 발매할 때마다 팬들에게 미발표곡들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던 그룹이며, 따라서 수많은 곡들이 싱글에만 실리게 되었다. 국내 팬들에게 정식으로 소개되었던 헬로윈의 싱글이 몇 안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보너스 CD에 실린 곡들의 가치는 헬로윈의 팬들에게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다. 초창기 B-SIDES는 이미 THE BEST, THE REST, THE RARE에서 모두 다뤄진 관계로 이번 선곡에서는 제외되었으며 주로 중반기, 후반기 작품들에서 집중적으로 선곡되었다. 국내에서 PINK……가 재발매될 때 실렸던 SHIT AND LOBSTER, 쥬다스 프리스트 기념 음반에 실렸던 ELECTRIC EYE, 그리고 I CAN의 싱글에 수록되었던 A GAME WE SHOULDN’T PLAY 이 세 곡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8곡은 모두 처음인 듯 싶다. B-SIDE 모음집인지라 그 수록곡들의 벅찬 다양성은 당연하지만 마이클 키스케가 재적하던 시절의 곡들은 그 폭이 너무 넓어서 청자들을 당황시킬 정도이다. 그들의 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벼운 곡 진행을 보이는 SHIT AND LOBSTER, 기타 연주곡인 OERINETAL JOURNEY, 70년대 하드락 스타일의 곡 진행이 뜻밖인 I DON’T CARE YOU DON’T CARE나 언뜻 들으면 본 조비 들리는 AIN’T GOT NOTHING BETTER은 정말 재미있다. 이 곡들이 실린 중반기가 실험성으로 점철되어 있던 시절(반대로 말하면 방향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던 시절)이었음이 이 B-SIDE 곡들을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밴드를 탈퇴해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울리 쿠쉬의 드럼 솔로와 롤랜드 그래포우의 기타 솔로 라이브 테이크인 MOSHI MOSHI……도 그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귀중한 트랙이다. 나머지 앤디 데리스의 가입 이후 발표된 B-SIDE의 경우는 헬로윈이 기존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잉위 맘스틴 스타일의 기타 솔로인 롤랜드 그래포우의 곡도 연주곡도 실려 있으며 B-SIDE로만 발표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고 생각했던 A GAME WE SHOULDN’T PLAY도 이번 앨범에 실려있다.
수입반은 이 모든 3장의 CD가 예쁜 박스(앨범 제목에 걸맞는 보물 상자 모양을 하고 있다.) 안에 포스터와 함께 담겨 있다. 국내반의 경우는 마우스 패드와 함께 2장의 베스트가 실려 있다. 국내반은 1장짜리 가격으로 나왔으며 수입반 역시 2장 가격으로 수입되었다. 따라서 그들의 베스트만 듣고 싶거나 상황이 별로 넉넉하지 않은 일반 팬들은 국내반을, 그보다는 미발표곡들에 관심이 더 많을 골수 팬들을 수입반을 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헬로윈은 그들의 역사상 이제 제 3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왜냐하면 기타를 맡고 있던 롤랜드 그래포우와 드럼을 맡고 있던 울리 쿠쉬가 탈퇴(탈퇴의 이유는 솔로 활동으로 인한 멤버들 사이에서의 분쟁이 그 원인인 듯 싶다.)한 이후 새로운 멤버들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퇴한 두 멤버의 음악적 역량을 고려할 때 이들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을 뚫고 성장해 온 헬로윈의 역사를 볼 때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우뚝 설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 김인선(hyang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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