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0, 집 밖에서 사람들이랑
‘선생님, 무더운 날씨에 정말 고생 많으시죠? 우편물 잘 받았습니다.
저도 지난 일주일간 함양 친정에 가서 엄마 밭일 거들어 드리고 오늘 왔습니다.
무지하게 덥더라고요. 시원해지는 날까지 건강하게 보내세요.’
‘고모님, 안녕하세요? 매달 소식 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함양에 밭일 도우며 계셨다니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아침저녁으로 한여름보다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낮은 여전히 덥네요.
살펴 주시는 마음 덕분에 올여름도 무탈하게 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훈 씨 승마와 성경 공부, 주일 예배 잘 다니고 있고, 틈틈이 저녁 청년 모임에도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피자 사서 함께 먹고, 다른 분들이 요리한 오리백숙도 나누어 먹었습니다. 소식 전합니다.’
사회사업 원서 공부로 군산에 머무는 동안 전성훈 씨 고모와 연락하게 되었다.
짬을 내어 답장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남아 다음 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
십 분 정도 여유가 있어 얼른 나와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네, 잘 있습니다. 고모님도 잘 계시죠? 일이 있어서 다른 지역에 와 있는데
고모님 메시지 읽고 통화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세요?”
“그럼요. 함양에서 이제 울산 와서 쉬고 있어요. 말씀하세요.”
평소 전성훈 씨 일로 고모와 자주 연락하지만 목소리를 듣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늘 그렇듯 주제는 전성훈 씨다.
이런저런 안부와 소식 끝에 직장 이야기로 대화를 잇는다.
집에서 오 분 거리에 있는 딸기농장에서 일할 사람 구하는 소식 들은 것부터
전성훈 씨가 문의하고 대표님에게 연락한 일, 이력서 써서 면접 본 것,
시간 들여 일이 맞는지 살펴보기로 하고 처음 출근한 소식까지,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이제 고모가 대답할 차례다.
궁금한 것을 물을 수도 있고, 응원한다는 말을 건넬 수도 있다.
어쩌면 반대 의사를 비칠지도 모른다.
동생과 더불어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전성훈 씨 여러 일에 함께하는 고모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긴장하는 마음이 배가 된다.
어떤 말씀을 하실까?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아니야, 응원하실 거야.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런 거겠지.
“아! 그래요? 좋네요. 저도 선생님 하신 말씀이랑 똑같이 생각합니다.
우리 훈이가 집 밖에서 사람들이랑 만나서 어울리는 거. 그걸 바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농장에서도 ‘매일 놀러 오듯이 오라’고 하셨다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맞습니다, 고모님. 성훈 씨는 돈 벌면 간식 사 먹는 데 보태기도 하고,
사고 싶은 것, 필요한 것 사는 데 의미가 있겠지만,
옆에서 돕는 저에게는 급여 자체보다도 성훈 씨 일상에 꾸준히 챙길 일정이 생기는 것,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 그 일을 성훈 씨가 감당하려 하는 것,
이런 데 더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돈도 중요하죠. 성훈 씨가 일한 만큼 수입이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고요.”
전화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에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올해 초에 있었던 전성훈 씨 둘째 조카 돌잔치였던가?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의논한 일을 돌아본다.
그즈음 할머니는 손자를 생각하며 ‘매일 나갈 수 있는 직장’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늘, 고모는 조카가 ‘집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는 일’을 말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통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간다.
응원을 등에 업고 의욕이 넘친다.
하루를 마치며 소감 나누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쉬는 시간에 제가 돕는 분 고모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뜻을 세우는 공부 중에 실제 일로 응원받으니 더 힘이 나더라고요.
얼른 돌아가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2024년 8월 17일 토요일, 정진호
조카 취업에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울산 고모님께서 응원해 주시니 힘이 났겠습니다. 할머니의 ‘매일 나갈 수 있는 직장’, 고모의 ‘집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 사회사업가의 ‘사람들 만나서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시는 말씀들로 들립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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