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이탈리아 영화 '자기 앞의 생 (The Life Ahead)' 을 보았다.
1975년 프랑스 콩쿠르상을 받은 로맹 가리(필명, 에밀 아자르라)의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 속의 주인공은 세네갈 출신의 12살 고아인 모모(무슬림)와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고 과거에
매춘부였던 유대인, 로사(유대교) 두사람이다. 로사(소피아 로렌 분)는 매춘부들의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로사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그녀처럼 불우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어느 날, 로사는 모모의 후견인인 코엔박사의 부탁으로 자기의 물건을 소매치기 했던 모모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처음에 두사람은 서로를 미워한다. 어릴적, 매춘부였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깊은 상처와
버려진 상실감으로 모모는 반항적이고 삐뚤어진 소년이었다.아마도,죽음보다 두려운 건 정체성의
상실일 것이다.
모모가 상대할 수 있는 주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삶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로 이들은 종교적, 인종적,
문명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방인들이었다. 어린 모모는 자연히, 싸움, 마약 매매와 같은 어두운 삶을
배우게 된다. 소년에게 삶은 절망 그 자체이고 행복은 없었다. 행복이 온다면 좋겠지만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로의 깊은 상처와 외로움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두 사람은 서서히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우정으로 교감하게 된다. 모모가 마약 밀매를 하는 것을 알게 된 로사는 말 없이 모모에게
하밀 할아버지(아랍인)의 가게에서 알바이트를 하도록 주선해 준다. 이처럼, 탈선으로 자신의 처절한
고독감을 달래던 모모에게 변화된 삶의 희망을 준 건 로사였다. 그녀는 모모를 곁에서 바라보며,
질책하지 않고 인정해 준 것 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바른 삶을 향한 사자와 같은 용기를 갖도록
격려해 준다. 그리고 모모가 원한다면 계속해서 자기의 집에서 살아도 좋다고 말한다.
마침내, 모모는 유일하게 친구라고 여겼던 마약 밀매상과 결별하고 하밀과도 화해한다. 모모를
변화시킨 것은 로사의 따뜻한 배려와 교감, 그의 후견인 코엔박사 그리고 양탄자를 팔며
책 ' 레 미제라블'을 통해 인간애를 알게해 준 하밀이었다. 처음에는 하밀에게 반항적이었지만, 그와의
교류를 통해 모모는 선과 악이 자신의 선택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노환으로 고통을 받던 로사의 죽음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모모의 앞에 놓인 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것은 절망을 희망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악을 선으로 바꾸는 힘이며
자존감의 회복일 것이다.
영화, 엔딩곡(OST)이 퍽 인상적이다. 비록, 자신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지만 작가가 탐구하고
고민했던 '생의 의미'에 대하여 진하게 곱씹을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
자기 앞의 생 OST
Io si
Laura Pausini
네가 아무 말 없어도
내가 곁에 있을게
네게 필요한 말은 오직 이 뿐
내가 곁에 있을게
살아남는 것을 배우고
불가능을 받아들여야 해
아무도 널 믿지 않아도
난 널 믿을게
네게 닥칠 운명을
나도 알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내가 곁에 있을게
네게 귀 기울이는 사람 없어도
내가 들을게
네가 길을 잃고 헤매면
내가 곁에 있을게
네가 도망쳐도, 거부해도
내가 곁에 있을게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죽는 것보다 슬퍼
널 알아보는 사람 없어도
난 널 알아볼게
네게 닥친 운명을
나도 알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내가 네 곁에 있을게
널 알아보는 사람 없어도
내가 널 알아볼게
사랑은 이상이자 현실
하지만 네게 필요한 게
가끔은 이미 거기 있어
다가올 날에
네게 닥친 운명을
나도 알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내가 곁에 있을게
널 알아보는 사람 없어도
난 널 알아볼게
아무도 널 믿지 않아도
난 널 믿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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