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CC 모비스전을 보고 문득 든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KCC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했고, 먼저 터를 잡고 있던 WKBL BNK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직체육관 공동 사용을 허가해줘서 부산 남매가 탄생했는데요
그러면서 코트 디자인은 어떻게 될 지가 제 개인적인 관심사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LA를 연고로 둔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그리고 NHL 하키의 LA 킹스까지 세 개 팀이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레이커스와 클리퍼스가 홈을 사용할 때 코트 바닥을 자유자재로 바꾸더군요(코트 컨버전). 레이커스가 사용할 때는 골드&퍼플, 클리퍼스가 사용할 때는 블랙 혹은 경기 당일 클리퍼스 유니폼에 맞춘 색깔로 코트를 디자인합니다
심지어 NHL 킹스와 NBA 경기가 같은 날 열릴 경우엔(NBA NHL 모두 30개팀이 북미 전역을 돌며 82경기씩 치르니 홈 경기가 안 겹칠래야 안 겹칠 수가 없죠)
시간차를 두고 하키와 농구 경기가 열리는데, 그 몇시간의 틈새에도 체육관을 아이스링크에서 농구 코트로 완전히 변신 시킵니다
프로스포츠의 천국 미국과 우리 인프라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부럽긴 하더군요
다시 KBL로 돌아와서.. KCC와 BNK가 함께 홈을 쓰면서 레이커스 클리퍼스처럼 자유자재로 코트 바닥을 컨버전 해가며 쓰길 바랬지만 우리 여건상 그건 어려울 것 같았고, 예상한 것 처럼 한 코트에 두 팀의 상징색을 모두 넣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사직체육관 코트를 자세히 보시면.. 코트 테두리, 즉 사이드 라인과 엔드라인쪽을 반을 갈라서 반은 KCC 상징색인 군청색, 나머지 반은 BNK 상징색인 빨간색을 입혔습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부산 남매구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함께 시너지를 내는 효과도 있을테니까요. 저 역시도 이 점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KBL과 WKBL이 각각의 독립된 프로연맹이고, 그러다보니 각자의 타이틀스폰서와 서브스폰서들이 있죠. 거기에 구단 스폰서도 있고요. 국내 프로스포츠 여건상, 특히 인기가 예전만 못한 프로농구에 스폰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 역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연매의 두 구단이 코트를 함께 쓰다 보니, 코트 바닥에 이 스폰서들의 광고 스티커를 모두 붙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KCC가 속한 KBL은 정관장, 그리고 KCC 구단 스폰서인 승부사온라인 스티커가 붙어야 하고 BNK가 속한 WKBL은 우리은행, 그리고 BNK 관련 스폰서의 스티커가 붙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코트 전체가 광고판 마냥 스폰서 스티커가 여기 저기 덕지덕지 붙었고, 정작 하프라인 센터서클 팀 로고 붙이는 곳엔 KCC BNK 어느 팀의 로고도 붙이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프라인 슛을 '로고샷'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홈코트에서 팀 로고도 못 붙이는 게 맞나 싶었던거죠
그래서 사이드라인과 엔드라인은 지금처럼 파랑&빨강 테두리로 두더라도 KCC 경기 때는 WKBL 스폰서 스티커는 다 떼고, 반대로 BNK 경기 때는 KBL 스폰서 스티커는 다 떼고 각자의 팀 로고를 붙이는 게 어떤가 합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미국처럼 코트 전체를 컨버전 하진 못하더라도 스티커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도 많이 힘든 일인가 싶습니다
사직체육관을 예로 들었는데요, KCC나 BNK 비하 의도는 없습니다. 사직체육관 말고도 다른 사례들도 많죠
이번 동아시아 리그 조별리그 때 SK가 대관 문제로 잠실이 아닌 고양체육관에서 홈경기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개인적으론 '코트 컨버전 자체는 어려우니, SK나이츠 로고만 가져와서 하프라인 센터서클에 붙이겠구나. 하늘색 테두리에 빨간색 로고라 언밸런스 하겠는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단 한 경기라 그런지, 하프라인에 소노 로고 그려진 그대로 경기를 하더군요;;; 소노 홈구장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SK 홈인데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또,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일본을 잠실 학생체육관으로 불러들여 두 차례 평가전을 했는데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국대 유니폼은 흰색과 짙은 청색 두 가지 입니다. 하지만 평가전 장소인 학체는 SK홈이라 SK 팀 컬러인 빨간색으로 코트 주변과 페인트존을 장식했습니다
즉 국대와 빨간색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요. 그 때 당시에도 하프라인에만 국대 스폰서인 KB 국민은행 스티커를 SK나이츠 로고 스티커 위에 덧붙였고 나머지 빨간색은 그냥 다 그대로 둔 채 경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요일 올스타전이 고양체육관에서 있는데요. 보나마나 하프라인에만 올스타전 로고 스티커 붙여놓고 코트 사이드라인이나 페인트존은 소노 하늘색 그대로 놔두고 할 것 같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살펴보니, 쉽게 말해 미국은 퍼즐식이고 우리는 카페트식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코트 전체를 퍼즐판이라고 보고, 각각의 위치에 맞는 퍼즐 조각을 끼워 조립하는 형태라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코트 컨버전이 쉽게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카페식이라 코트를 돌돌 말고 있다가 경기가 있을 때 쫙 펼치는 스타일 같더군요. 그래서 코트 디자인을 바꾸기 매우 어려운 구조 같습니다
그리고 코트 컨버전이 자유롭지 못한 또 하나의 장벽은.. 프로농구 프로배구 할 것 없이 체육관은 구단이 아닌 지자체 소유라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지원을 해야 가능한 문제 같은데.. 굳이 코트 컨버전에 거액을 쓸 것 같진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식 퍼즐식 코트 조립 기술이 비용이 더 많이 드는지, 우리나라 카페트식이 돈이 더 많이 드는지, 아니면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퍼즐식 코트 조립 기술 비용이 더 비싸다면 앞으로도 자유자재의 코트 컨버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해로 프로 출범 27년인데, 아직도 인프라는 한참 못따라와주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농구의 인기가 올라가면 그 때는 한 번 기대해봐도 될까요?
첫댓글 카페트식 아니라
체육관에 고정으로 박혀 있는 마루바닥이에요. 거기에 스티커를 부착하죠. 니스 칠도 하구요.
조립식은 돈 없어서 못합니다. 조립 영상 보시면 이해 하실거에요.
아 아예 박혀있는 구조군요. 저는 콘서트나 다른 행사 때 마루바닥을 돌돌 말아서 치워놓았다가 다시 까는 줄 알았습니다. 듣고 보니 컨버전은 더 요원할 일일것 같네요
체육관이 기업 소유가 안되고 지자체 소유여서 구단이 마음대로 쓰지를 못해서요.. ㅠㅠ
그리고 연말에 공연,입시설명회,여러 행사들로 체육관의 구조물도 다 제거해야하는데 코트 플로어 디자인을 야광페인트로 쓰는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래서 플로어 디자인이 상하지 않게 플로어 위에 뭔가를 댈겁니다..
그래서 체육관 플로어를 쉽게 못바꾸지요.. ㅠㅠ
예전에 SK와 삼성이 서울 입성하고 3시즌간 잠실실내체육관을 같이 썼었는데 지금 KCC/BNK 같이 한쪽에 삼성/한쪽에 SK 로고를 붙였었죠..
KCC가 부산에서 홈경기를 할때보면 BNK가 경기할때는 1층 좌석 뒤에 LED 광고판을 쓰는데 KCC는 2층에 광고를 붙여놨죠.. 그래서 KCC 홈경기를 보면 LED 광고판이 꺼져있어서 KCC도 같이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몇번 해봤었네요..
여러가지로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음 시즌부터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돈을 쓰려 할까요?ㅎ
농구팀 운영에라도 감사할 판인데... 코트 바닥을 경기마다 바꾼다? 불가능이라 생각드네요~ 비용 감당 안될꺼 같아요...
옛날 잠실실내체육관 슼 삼성 같이 썼을때 중앙 바닥에 두 구단 로고 같이 있던거 좋았는데 이번 장판 썸도 둘다 로고 넣었으면 좋았을것 같네요
네 이 구조 기억납니다. 00년대 초반이고 sk가 학체로 이사가기 전까지 공동 사용했었죠. 잠실체육관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원안대로라면 다시 한 지붕 두 구단이 될 것 같은데요. 어쩌면 30여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이 장면이 재현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sk와 삼성이 체육관을 같이 쓰더라도 코트는 따로 쓸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