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일반사회과목에서 배운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 있다.
이 법칙은 소재의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가치를 가진 화폐로
통용되면 소재가치가 높은(양화)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악화)만 유통되는 것을 뜻한다. 영국의 재정가 그레샴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고 표현한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샴의 법칙'이란 또 뭔가? 샴의 법칙이란 미국 연준 이코노미스트 크라우디아
샴(Claudia Sahm)이 제시한 경제지표로, 최근 3개월 평균실업률이 지난 12개월
동안의 최저실업률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실업률이 일정기간 동안 급격히 상승하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샴의 법칙의 장점을 들면, 비교적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표로서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경제지표
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단점으로서는, 비교적 새로운 지표이기 때문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실업률 자체가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요인이 아닌, 경기침체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지적
도 있으며, 특히 미국 경제에만 적용되는 지표로 타국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 아침 동아일보를 비롯한 서울신문 등에서는 '미국발 R의 공포'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미국발 ‘R(Recession·경기 후퇴)의 공포’가 전 세계 자본시장을 폭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라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글로벌 증권가는 경기 침체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빅컷’(0.5% 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앞세우며 상황의 반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빅컷 단행 여부가 미지수인 데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한동안 단기 조정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는 전 세계 증시를 동시에 폭격했다. 지난 2일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5.81%
추락했고 대만의 자취안지수 역시 4.43% 급락했다. 같은 날 코스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65%
급락한 2676.19로 장을 마감했다. 2개월 만에 2700선을 내주면서 ‘하반기 3000피’에 대한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서학개미들이 몰린 미국 증시도 연일 무서운 하락세다. 2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43%와 1.51% 떨어지면서 최근 이어진 하락세의 낙폭을 키웠다.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실업률이 급격히 치솟은 것이 발단이 됐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4.3%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과 12개월 중 최저치와의
차이를 분석하는 ‘샴의 지표’는 0.53% 포인트로 나타났다. 샴의 지표가 시장에서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활용되는데 0.5% 포인트 이상일 경우 경기 침체에 돌입했다고 판단한다.
시장에선 자연스레 연준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 상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9월 기준금리 인하는 기본이고, 빅컷 2회를
포함해 연내 3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급진적인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증시를 포함한
시장 지표들의 하락세는 한동안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연준의 빅컷이 확정적인 것이
아닐뿐더러 이번 증시 폭락의 근본적 이유는 급격하게 달아오른 시장에 대한 우려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