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전천후 연기자 김수미씨입니다
-젊은이의양지에서 아 죄송합니다, 다방에서 일하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우아하고 고상하세요 그런 말 많이 들으시죠
-어릴적은 어디서 살았어요?
-저는 고향이 군산이에요 국민학교 졸업하고 서울에서 살았죠
-아 그럼 사투리 조금만 보여주시겠어요
-아 전라도 사투리요?
-잘하죠, 아 겁나게 떨리는데 어째쓸까잉
-자 그럼 김수미가 아닌 김영옥씨의 군산국민학교 5학년 시절로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감
그리고 사연의 주인공 등장
그 시절 국딩어린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미소
-선생님!!
-저희가 그렇게 복잡한 공식을 배운다고 해서 이담에 어디 써먹을데가 있겠어요?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선생님 짬바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심
그 흔한 놀이터도 없었던 옛날 시골이라 상여만 지나가도 호기심이 발동함
-우리 상여놀이 연극하자
-지금부터 엄마가 돌아가셨다 생각하고 연극하는거야
-아이고 어머니이이
-영옥아, 근데 너 너무 많이 우는거 아니니?
-야 엄마가 죽었는데 이정도는 울어줘야지 엄마 돌아가시면 어떡해요오
-야, 얘 미쳤나봐...?
그냥 열심히 열연을 했을뿐인데
대뜸 정신나간 아이로 동네에 소문나서 그후로 친구들이 피하기 시작
뒤늦게 소문을 들으신 부모님도 딸이 아픈데 약도 제대로 못지어준다고 신세 한탄하고 있음
그냥 연극놀이 한번 했을 뿐인데
선생님도 소문을 들으셨는지 아이들 앞에서 바람막이가 되어주심
-영옥이는 아픈 아이가 아니니까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그렇게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감
어린 맘에 선생님을 짝사랑해서 매일 몰래 담벼락에 꽃을 던져놓고 감
아침마다 꽃이 마당에 놓여있어서 어리둥절행
-아니 누가 대체 매일 꽃을 던져놓고 가는거야?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그리고 6개월 후 선생님은 전근을 가면서 첫사랑은 끝남
-수업시간에 모르는게 나오면 제가 가장 먼저 손들어요
-모르겠습니다 하면 애들이 저것도 모르냐고 웃는데 선생님이 모르는것을 모른다 하는게 가장 훌륭한거다 하셨어요
선생님을 찾아야하니까 일단 군산으로 내려감
-탤런트 김수미씨 아시죠 일용엄니
-네 알죠
-저희가 김수미씨 첫사랑 한택연 선생님 찾으러 왔거든요
-아 김수미씨 아니고 당시에는 김영옥이었대요
-오늘 처음 아셨죠?
-네 처음 알았네요
단기 4281년...
-아버님이 농사를 지으셨군요
-신체발달사항이 1학년때 기생충 2학년때도 기생충이고 3학년때는 좋은 약 먹고 없어졌군요
-선생님은 어떠세요?
-네 저도 좋은 약 먹었습니다
-한택연 선생님 여깄군요!!
-군산중앙국민학교 전근이라고 나오네요
어찌어찌 교육청 도움을 받아서 주소를 찾아냄
-안녕하세요!! 탤런트 김수미씨 아시죠
-옛날에 김수미씨가 한택연 선생님을 그렇게 좋아했대요
-아이구 어째요
-여기 한마디 하시죠
-아이구 김수미씨 그러셨어요~ 좋아하셨구만요 저희집 선생님 성격이 원래 화끈해요
-지금 선생님은 어디가셨어요?
-활터에 갔어요
-저중에서 한분이 한택연 선생님이랍니다
-저 한택연선생님은 어딨나요?
-저기서 두번째 줄이 한택연이요
-한택연 선생님!
-네?
맞는지 아리까리
-아니신거 같은데... -전혀 다른 모습이시네요
-그분이 맞는지 긴가민가하세요?
-어릴때 모습은 어떠셨어요?
-눈이 부리부리하시고 키가 크시고 목소리가 우렁찼어요
-선생님!
-아니 영옥이구나!
-난 우리 영옥이가 드라마에서 수미로 나와서 매일 보고 있었어요
-올봄에 라디오 듣는데 가정방문 왔는데 커피를 대접했는데 설탕얘기를 하는거야
-네 선생님 얘기했죠 라디오에서
-듣다 보니까 마지막에 한택연이라고 하는거야
-그런데 왜 연락안주셨어요
-선생님이 저희집에 가정방문 오셨을때 커피가 없어서 엄마가 얼른 미군부대 나가는 옆집에서 빌려다가...
-라디오에서 그 얘기를 듣고 탤런트 김수미씨가 영옥이란걸 알았지
-그때 아셨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제자를 먼저 찾는다는게 쑥스럽고!
- 행여나 내가 찾아서 김수미씨한테 폐가 될까봐 그냥 보고 연기잘하면 그냥 흐뭇하게 생각하고만 있었지
-그런데 오늘같이 찾아주니까
-많이 안컸죠...
-그래도 35년이나 지나니까 상당히 변화가 많네
-선생님
-반가워~
-그때 꽃 던진게 저인거 몰랐죠
-그 꽃이 여름국화에 노랗고 동그란 꽃인데 영옥이가 던졌으리라곤 생각못했지 잡을라 했는데 잡진 못했지
어릴때 던지기만 했던 샛노란 꽃을 이젠 옷에 꽂아드림
-아니 잡아서 야단치려 하신거에요?
-그건 아니었을거에요 영옥이가 작았어요 지금 연기에서 나오는 모습처럼 장난도 잘치고 행동이 밉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영옥이 뚱딴지 같은 소리 한다 그래도 그 소리 속에 무엇인가 있다 생각을 달리해봐라 이런 말을 해준 기억은 납니다
-선생님 라디오에서 김영옥씨 얘기를 듣고 한번 찾아봐야겠단 생각은 안하셨어요?
-우리 교육자들은요 제자가 잘되길 바라고 제자가 잘되면 내 일 못지 않게 즐거워하지만, 사회활동하는걸 흐뭇하게 생각하지만
내가 먼저 찾아서 그 유명한 제자의 덕을 본다거나 이래서는 안되기 때문에 오늘같이 찾아주면 고맙지만 먼저 찾지 않는
다는게 교육자들 입장입니다
-선생님, 그때 김수미씨가 국민학교 5학년인데 그렇게 조숙했나요?
-조숙한건 아니죠 원래 사람을 잘 따랐어요
-그렇게 잘 따르니까 저는 안아준거고 그리고 그때 제가 결혼 8년차였어요
-아 총각선생님은 아니셨군요
-총각 같았던 선생님이 지금은 흰머리가 더 많으시지만 위풍당당하셔서 좋아요
-선생님 건강해보이시고 혈색이 너무 좋아요
-금년 2월에 정년퇴임했고 요새는 활을 쏘는데 아직은 서툴러요
-모처럼 서울 올라오셨으니 오늘은 김스타한테 한번 기대보시죠
-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첫댓글 정말 좋으신 분이었나보다
저 꽃 꽂아준게 너무 뭔가 따스하다
아놔 눈물 나… 너무 낭만적이고 맘이 따뜻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