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브레이크입니다. 일요일 올스타전을 제외하고 한동안 경기가 없는데요. 그래서 잠시 응원팀과 승부에 대한 걸 내려놓고 리그 운영이나 제도 등 KBL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평소 생각했던 걸 풀어보는거라 제 뇌내 망상일 수도 있고, 나름 논의해볼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 얘기들일 것 같습니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할지라도 '쟤 뭐냐', '너무 나댄다'라고 미워하지 마시고 함께 농구 이야기를 하고픈 신입 회원의 열정과 호기심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면 그냥 패스하거나 스킵하셔도 되고요, 쓴소리나 지적을 해주셔도 좋고요, 더 좋은 고견을 남겨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비 FA 다년 계약입니다. 네, 바로 KBO리그에서 실행하고 있는 제도죠. 사실 NBA를 비롯해 미국에서는 널리 정착된 제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KBO리그가 가장 먼저 도입한걸로 알고 있습니다(KBO리그와 KBL에 대한 비교도 아니고 KBL을 비하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구단의 S~A급 스타플레이어가 FA로 풀리기 전에 붙잡아두는 제도죠. 선수입장에서는 FA 시장에서 원하는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낸다는 보장도 없고, 팬 입장에서도 핵심 선수를 타팀에 빼앗기지 않고 계속 우리팀 선수로 응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저, 원클럽맨 같은 '낭만'을 느낄 수도 있고요
반면, S~A급 선수의 이적을 바랬던 타팀 팬 입장에서는 김빠지는 소리일수도 있고, 해당 선수가 타팀으로 이적해서 새로운 라인업을 꾸릴 경우 이 팀의 위용이 어느정도 될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까 상상하는 재미를 빼앗아버린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지지난 오프시즌 전성현 이승현 허웅 큰정현 두경민이 FA를 통해 팀을 옮겼고, 지난 오프시즌에도 오세근을 비롯 최준용 양홍석 문성곤 정효근 김준일 등이 유니폼을 갈아입었습니다. 잔류보다는 이적에 무게가 실리는 요즘 추세고, 오프시즌의 또다른 재미거리가 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이자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무슨 낭만을 찾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고, 오프시즌 이적의 재미가 줄어든다고 반박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경우긴 하지만, 저는 오리온 시절부터 소노까지 고양을 응원 중인데요. 이 팀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낭만이라고 부를 선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낭만을 논할 선수가 없는 게 아니라 막장 운영으로 인해 이들을 놓쳐서 더이상 남아 있는 프랜차이저 선수가 없는거죠. 그래서 원클럽맨, 프랜차이저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32연패 암흑을 탈출 시킨 고대 듀오 전희철과 김병철. 전희철은 우승 직후 이현준+4억으로 KCC로 보내버렸습니다(지금도 왜 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트레이드). 김병철은 오리온의 유일한 영구 결번이었고 원클럽맨을 거쳐 팀의 지휘봉을 잡을 줄 알았으나 강을준 선임이라는 기이한 감독 선임, 그리고 희대의 막장 데이원으로 팀을 넘기고 V2 역사를 다 지운 신생팀이 되면서 '프랜차이저 김병철'도 슬그머니 사리지게 되었습니다
볼썽 사나웠던 김승현과의 파국이야 뭐 따로 설명 안드려도 될 정도고요, 고양에서 발탁한 이승현은 오리온의 퇴장과 함께 계약이 종료되어 이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오리온 마지막 시즌 당시 매각 루머가 돌았지만, 동요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해달라는 말만 있었을 뿐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죠. 시즌 종료 후 데이원에 구단을 넘겼고, 그러다보니 이승현과는 협상 창구조차 열지 못했습니다. 이승현 선수도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고요)
이밖에도 오리온 한 팀에서 10년 넘게 뛰며 근속 감사패를 받은 허일영도 한숨만 나오는 강을준 감독 체제, SK에서의 새로운 기회 제시로 인해 팀을 옮겼고, 최진수도 이종현을 데려오기 위해 픽 스왑까지 해주며 헐값에 넘겼습니다. 김강선 한호빈이 있지만, 김강선은 타팀 프랜차이저들에 비해 무게감이 살짝 떨어지고, 한호빈은 당장 이번 시즌 후 이적할 지 어쩔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고양의 소중한 프랜차이저 이정현 선수라도 원클럽맨으로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모비스의 양동근, DB의 김주성, 정관장 양희종을 보면 너무 부럽습니다. 한 팀에서 꾸준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그 팀에서 우승으로 보답하고, 은퇴후엔 친정팀 코칭스태프로 돌아와 후배들을 지도하는...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비 FA 다년 계약 제도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물론 KBL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 저만의 가정입니다)
장점이라면 앞서 말씀드린 프랜차이저, 원클럽맨, 낭만 등이 있습니다. 해당 선수도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거고요, 팬들 역시 선수와 팀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상승할겁니다
반면, 단점이라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 있겠는데요. 농구단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몇몇 팀들이야 찬성할 수도 있고,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자팀 선수를 주저앉힐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팀들은 전력보강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부자 구단 혹은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구단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겠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구단 혹은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선수를 놓아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사전 템퍼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구단의 '가'라는 선수가 있는데 자팀에서 비 FA 다년 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 선수를 호시탐탐 노린 B구단에서 이같은 정황을 파악하고 '무조건 사인하지 마라. A구단보다는 단 1원이라도 더 많이 준다. 팀에 남지 말고 FA로 나오라'며 가 선수에게 접근할 수도 있는거죠
반대로 선수가 이를 악용해 '우리팀에서 비 FA 다년계약으로 이런 조건을 제시했는데, 그쪽에선 얼마 주실래요?'라고 B구단에 흥정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좁디 좁은 국내 농구풀에서 이런 용기는 쉽지 않겠죠. 잘못 찍히면 미아 신세가 되고, 10개구단 모두에게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으니)
이밖에도 소노처럼 투자 의지는 있지만 선수가 FA로 풀리지 않아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고요, KBO리그 SSG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 NC 구창모처럼 금액 대비 돈값을 못한다면 비 FA 다년계약이 악성계약이 되어 족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야구에 비해 가뜩이나 팀 규모나 투자 규모가 작은 농구판에서 비 FA 계약 악성 사례가 나오면 다른 구단까지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위축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비 FA 다년 계약의 문제점이 또 있을까요? 또,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행해 볼 가치가 있을 제도일까요? 비 FA 다년 계약제 도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다음 시간엔 또 다른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첫댓글 과거 원소속팀 우선협상 기간이 대체역할을 해왔지만, 현재는 사라졌기 때문에 말씀하신 비FA 다년계약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전제가 기업의 농구단 운영 자체는 메리트가 크지 않고 투자를 꺼리는 구단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로인해 현재 프로농구는 공식적으로 다년 보장 계약이 아닌 기간만 정해진 단년 연봉 재협상 계약입니다. 그렇기에 말씀하신 제도가 의미를 가질 수 없죠. 추가로 투자를 하는 구단과 하지 않는 구단 사이의 괴리도 큽니다. 옵션, 수당, 연봉 보장, 그리고 연봉 외 금전적 지원 사항 등 표면에 들어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구단 별 편차가 크기에 현재처럼 구단들이 손해보기 싫어하고 선수협도 없는 상황에서 비FA 다년계약은 선수들의 권리를 지키는데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연봉 단년 협상이 없어지고, 옵션 및 수당 등 단순 연봉 외 부분이 객관화된 기준과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비FA 다년계약은 허울뿐이고, 자칫 소속팀 선수 발목잡기 제도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년 이뤄지는 단년계약도 문제고, 일단 매번 같은 결론이지만 농구 인기가 살아나고 그에 발맞춰 시장도 파이도 더 커진 다음에나 논의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