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유해란, 대형 신인인가 어쩌다 우승인가?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한 유해란(18)을 보는 시각이 묘하게 엇갈린다.
유해란은 지난 9일부터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로 2위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렸다. 타수 차이가 꽤 벌어졌지만 세계랭킹 1위 고진영, 박인비, 최혜진 등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3라운드의 결과에 따라 우승자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태풍 레끼마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폭우가 닥치면서 최종 라운드가 취소되어 2 라운드까지의 성적으로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2라운드까지의 성적으로 KLPGA투어 첫 우승을 안은 유해란으로선 행운이고 우승을 노리던 다른 선수들에겐 아쉬울 수 있겠다.
올해 프로로 전향해 KLPGA투어에 초청선수로 처음 참가한 고3 선수에게 우승을 넘겨준 데 대해 일부 선수들은 악천후와 이에 따른 라운드 축소로 생긴 의외의 경우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일부 선수들과 그를 아는 골프 팬들은 그의 우승이 행운만은 아니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 대회의 우승만으로 그를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아마추어로서 남다른 족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 특급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가 프로로 전환해 빛을 못 보고 스러져간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대회가 3라운드 짜리 대회인 데다 이마저 2라운드로 축소돼 객관적으로 기량을 평가하기엔 적절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KLPGA투어 1부리그에 처음 등장한 유해란을 접한 많은 골프팬들은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인임에도 기존 선수들과 확실히 다른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일단 신체조건이 범상치 않다. 176cm 70kg의 체격이 다른 동반자들을 압도했다. 얼핏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이미림(28)을 연상케 하는 데 키가 4cm 더 크다.
이런 신체조건 때문인지 비거리에 대한 압박감을 안 느낀다고 한다. 드라이버를 힘껏 때려본 적이 없고 80% 정도의 힘으로 페어웨이를 지키는 샷을 한다. 대신 3번 아이언으로 210∼220야드를 날린다. 비거리에 대하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연습도 정확도를 높이는 데 치중한다.
유해란의 또 다른 특징은 덩치에 어울리게 성격이 느긋하고 머리를 비울 줄 안다는 점이다.
자신의 입으로 “조바심을 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5분 뒤에 일어날 일도 머릿속에서 지운다”고 말할 정도로 지난 일을 쉽게 잊고 닥쳐올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가 재미있어서 하는 거지 어떤 걸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도 본격적으로 프로 세계에 뛰어들면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일단 골프선수로서 최고의 무기를 기본으로 지닌 셈이다.
그는 떡잎 때부터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그는 중학생이던 2014년 아마추어 메이저급 대회인 KLPGA협회장기 우승으로 만18세에 자동으로 KLPGA 준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도 확보했다.
2015년 에비앙챔피언십 주니어컵 개인전 우승,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인 여자단체전 은메달 획득 등 승승장구했다. 2016~2018년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아마추어 무대에서 10차례나 넘는 우승 트로피를 모았다.
지난 4월 프로로 전향한 그는 3부 투어에 참가해 상금 상위권자로 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KLPGA투어 정규대회에 출전해야 신인 자격을 주는 규칙 때문에 이번 대회에도 초청선수로 출전할 수 있었다.
지난 5월부터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 참가, 직전 두 개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번 대회까지 포함하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비록 악천후 속에 2개 라운드로 치러진 대회라 해도 다른 선수들과 같은 조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原石), 바로 유해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