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발생한 중국 쓰촨성 대지진은, 중국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 실종자만 8만 6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 달 뒤인 지난 6월 14일 리히터 7.8의 강진이 일본에서도 발생했는데, 그러나 오랫동안 지진 피해에 대비해 온 일본의 인명 피해는 10명의 사망자와 12명의 실종자에 그쳤다.
지구의 표면이 흔들리는 현상을 지진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누적된 변형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면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적 원인 이외에도, 핵실험이라든가 인공댐 등의 건설에 의한 엄청난 수압으로 변형 에너지가 생성되는 인공적 원인도 있다. 일부 지진학자들은 쓰촨성 대지진은 중국 최대의 토목공사였던 샨시댐 건설이 원인이라는 학설을 내놓고 있다. 댐 건설로 인해 엄청난 수압이 지구 표면의 암석층을 뚫고 들어가 변형 에너지를 생성시킨다는 것이다.
이란 영화의 대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만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지진이 끝난 뒤 복구 현장으로 차를 몰고 떠나는 감독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이란 북부 3부작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올리브 나무 사이로] 3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를 1987년 이란 북부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에서 찍었다. 이 영화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존재를 세계영화계에 알린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1990년 6월 이란 북부에서 올해 중국 쓰촨성 대지진의 강도와 비슷한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당시 5만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것으로 기록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현지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자신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아역배우들의 생사사 궁금해졌다. 전화 등 모든 연락수단이 끊긴 상태에서 감독은 낡은 차를 몰고 직접 자신이 영화를 찍었던 코케 마을을 찾아간다. 그 과정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1년)이다.
엄청난 대지진의 참상이 벌어졌고 가족 친지들의 죽음으로 사람들은 비통함에 사로 잡혀 있지만, 때마침 벌어지는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이재민 텐트 위에 TV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 역을 맡은 배우는, 주연 배우인 두 명의 소년 얼굴이 크게 찍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영화 포스터를 사람들에게 보이며 이 소년들을 보지 못했느냐고 묻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파른 산악지대를 힘겹게 올라가는 감독의 낡은 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혼자 어깨에 짐을 메고 가던 사람을 스쳐서 고개를 올라가던 차는, 힘이 부쳐 다시 길 아래로 내려간다. 짐을 메고 걷던 남자는 차가 다시 시동이 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길 아래로 내려가 엑셀레이터를 밟고 올라오는 차는 고개를 오른 뒤, 길을 걷는 남자를 차에 태우고 함께 떠난다.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정신이 그 고통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라스트씬은, 지진 참상 이후에 살아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