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신인상 수상식 / 박동조
시상식이 끝나고 이틀째다. 유례없는 시상식을 치르느라 혼비백산했던 심정이 이제야 좀 진정이 되는 것 같다.
꿈쩍 안 하는 차 속에서는 시상식이 다 끝났을 테니 상패만 전달 받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예상을 뒤엎고 주최 측에서는 나를 위한 수상식을 다시 치러주었다. 뒤늦게 박수를 받는 기막힌 광경은 길이길이 잊지 못할 것이다.
수상식이 있는 전날 밤에는 밤새 장맛비가 내렸다. 걱정이 되어 엎치락뒤치락 잠이 오지 않았다. 에,울에서 나를 포함하여 아홉 명이 승용차 두 대로 나뉘어 참석한다는 계획이 이미 잡혀 있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수시로 계획이 바뀌었다. 빗소리가 굵어지면 ‘고속열차를 타야겠구나.’ 하다가 빗소리가 듣는 기색이 나면 ‘그래 승용차가 좋겠다.’를 되풀이 했다. 그러구러 아침이 밝았다. 아침이 되자 비가 그쳤다. 그래도 날씨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장마날씨와 노인의 건강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곱씹으며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해도 그 날씨라는 게 엉뚱한 곳에서 사고를 일으켜 우리를 난감하게 하리라는 건 상상하지 못 했다.
오후 네 시에 약속대로 이지원, 고은희, 이혜경, 그리고 나를 태운 승용차가 기운차게 무거로터리를 출발했다. 운전은 고은희 기자가 맡았다. 출발할 때 네비를 보니 행사장까지 한 시간 이십 분이 걸린다는 숫자가 떠있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기어서 가더라도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여섯 시 삼십 분까지는 도착할 것이었다. 출발할 때 울산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볕이 난 날씨보다 이런 날씨가 좋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서 ‘룰라라’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재재거렸다.
경주쯤에서 갑자기 닦달비가 쏟아졌다. 윈도브러시가 미친 듯이 좌우로 비를 닦아냈지만 양동이로 붓 듯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창문은 윈도브러시가 스칠 때만 잠깐 밖을 보여줄 뿐 금세 앞이 안 보였다. 운전을 하는 고은희 기자에게 미안해 차라리 내 차를 가져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벌인춤이라 달리 방책이 없었다.
영천 즈음에서 이필선 문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앞서 가던 김숙희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앞에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탄 차는 진행이 순조로웠다. 웬걸, 조금 더 앞으로 달려가자 차가 제 자리에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겨우 겨우 영천 IC 근방에 이르렀을 때 산사태가 났으니 영천 국도로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전광판을 밝히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행사가 시작될 즈음까지는 닿을 수 있을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차는 거북이보다 더 느리게 전진했다. 그동안 김숙희 회장과 혜경 문우는 응급사항 때의 교신을 방불할 만큼 쉴 새 없는 통화로 서로의 상황을 중계했다. 이지원 문우는 직장 일 때문에 출발이 늦을 설성제 문우에게 미연에 방지를 하게 하려고 전화를 냈다. 뜻밖에도 설성제 문우는 공선정 문우와 함께 행사장에 거의 도착했다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행여나 늦을세라 승용차를 역에다 두고 열차를 이용한 것이 행운이었던 셈이다. 장난기 많은 성제가 ‘메롱’ 하며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라도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나대로 우리가 처한 상항을 교수님과 이숙희 발행인에게 알렸다. 기다리지 말고 행사를 진행하라는 문자도 날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각은 하더라도 참가는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마저도 점점 희박해졌다. 이미 시간은 일곱 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우리가 탄 차는 경산 IC에 진입하는 길목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함께 가는 아우들이 나보다 더 애가 닳아했다. 나는 나대로 고생하는 아우들에게 미안했다.
문득 불가항력으로 굽질린 일에 마음을 쓴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굽질린 일이라면 다른 반대급부를 찾는 것이 급했다. 우리는 남다른 추억 한 가지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니 느린 차의 속도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혜경이와 김숙희 회장과의 교신은 계속되었다. 어쩌다보니 처음 5킬로 앞섰던 이필선 문우의 차가 우리 차보다 삼십 킬로를 앞서가고 있었다. 처음은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당황했으나 곧 도로가 뚫렸을 거라고 판단했다.
아홉 시가 다 되어 행사장이 가까워오자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지원 문우가 말했다. 보나마나 우리가 들어서면 서포터를 받는 건 불문가지라는 말로 이해가 되었다. 과연 삼 부 행사가 끝나고 식사 삼매에 빠져있던 여러 수필가님이 우리가 들어서자 박수와 환호로 맞아주었다. 지원씨의 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연이어 나만 별도로 신인상을 수상하는 식이 열렸다. 교수님과 고생한 아우들의 축하의 박수에 가슴이 뭉클했다. 여러 수필가님의 따듯한 축하도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사실 우리보다 기다리는 분들이 더 초조했을지도 모른다. 체념을 하고부터 나름 거북이가 된 차 안에서도 우리는 즐거웠으니까.
상패와 꽃다발을 안고 사진도 찍고, 신인상을 받은 당선소감도 말했으니 할 거는 다한 셈이다. 수상소감 발표 때는 우시두시 하는 바람에 준비했던 인사말은 다 까먹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안 난다. 내게도 아우들에게도 그리고 교수님께도 평생 잊지 못할 참 별스런 수상식이었다.
수필세계 9주 년 기념행사와 수필사랑 동인지 발간, 그리고 류영택님의 유고집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건 못내 아쉽다.
“수필세계 9주 년 축하드립니다.”
“수필사랑 회원 여러분 동인지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류영택 작가님! 영혼으로나마 저의 축하를 받아주십시오. 이제는 편히 영면하소서!’
“다섯 시간씩 걸려 축하의 자리를 함께해준 아우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필이란 이름으로 저를 이곳까지 데려다주신 스승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여곡절 끝에 잊지 못할 수상식의 추억을 간직하게 됐으니 그것도 남다른 행운이 아닐런지요.
아마도 그날은 박동조샘이 스타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특별한 날의 특별한 주인공이 되신 박선생님, 또 다시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잘못된 곳이 눈에 많이 띄네요. 시상식이랬다 수상식이랬다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수정을 하려니 에울에서 스크랩한 글이어서인지 안되네요.
내려서 다시 올리려니 경순씨의 댓글이 날아갈 것 같고......
죄송합니다.
박 선생님, 많이 많이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을지 안 봐도 몽땅~ 그대로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은 졸였지만 특별한 추억 하나 건졌습니다.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뵙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도 고향에 사시는 소희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하긴 그날 뵈었더라도 저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기억에 새기지도 못했을 겁니다.
아주 극적인 드라마 같은 그런 추억은 쉬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속이 타는 심정이야 어찌 말로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멋진 등장이었고, 수상, 다시 한 번 더 축하 드립니다.
윤선생님, 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어떤 분일까 많이 궁금했거든요.
잘 부탁드립니다.
박동조선생님, 수필세계 신인상 수상을 거듭 축하드려요.
못된 날씨 덕에 선생님은 또 하나의 글감을 건지셨네요.ㅎㅎ
마음 졸인 일들이 나중에는 추억이 될것입니다.
옥례 샘, 그대는 어찌 늙을 생각을 안하남요?
여전히 소녀 같은 비결은 무엇인가요.
축하 고맙습니다.
'별스런 수상식'
뭐든 극적일 때가 오래 기억되는 법이죠.
이제 등단하셨으니 좋은 글 쓰시고 멋진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축하는 곱배기로 ^^
선생님, 오셨더랬어요?
나이만 빵빵하게 먹고 실력은 젬병이니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이제 축하까지 곱배기로 먹었으니 이 일을 우짜지예?
더위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가슴 찡한 시상식이었습니다. 한 번 더 꼭 안아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원체 땀을 흘려서 냄시 나까봐 참았심데이. 이제 평생 보고 사이시더.
해숙샘! 진심이 뚝뚝 흘러넘치는 샘을 알게 된 것은 제 인생의 크나큰 소득입니다.
나중 만나면 땀냄시도 좋으이 우리 꼭 안아보이시더.
아...그러셨구나.
언니 축하드려요. 대구가서 축하해 드리고 싶었는데
요즘 제 일이 코가 열자라서 ㅎㅎ죄송해요.
축하드리구요.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어머니는 어떠셔요?
코가 열 자면 안되지요.
얼른 코 줄어들기를 기원합니다.
축하 고마워요.
산사태가 짧은 길을 먼길로 만들었습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수필세계 신인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나름 즐거운 먼길이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와락~~
박선생님! 정말 애간장이 다 탔을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진정한 주인공은 맨 마지막에 등장을 하지요. ㅋ
제가 참으로 아쉬운 것은 등단패를 드리면서 한 번 안아보지 못한것입니다.
하여간 수필세계로 등단하심이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다리 괜찮나요?
대구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정겨운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빨리 나으셔서 8월 31일에 울산 오셔서 저 안아 주세요.
. 저도 그리운 얼굴이라 많이 기다렸습니다. 안오시는 줄 알고 ,인내력이 부족한 자신을 뒤늦게 후회 했습니다. 신인상을 거듭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건강 괜찮지요? 하느님 앞에서 한점 부끄럼 없을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리장성을 쌓은 사이가 아니던가요.
좋은 글 마이 마이 쓰세요. 관심, 축하 고맙습니다.
오시는 동안 얼마나 애간장이 탔을까요.
저 또한 기다리다 기다리다...
동조샘, 수필세계의 한식구가 됨을 축하드립니다.
특별한 수상식이었으니 평생 잊지 못항 추억이 되겠습니다.
수필세계를 지붕 삼아 우리 수생수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봐예!
저는 일요일에 대구수필가협회 행사가 있어 몸살이 나 버렸어예... ^^
몸살 안나면 사람이 아니라 여시가 둔갑했을 거라고 생각할라캤는데
희자샘, 사람 맞는가벼. 아휴 다행이다. 나는 여우는 싫걸랑.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몸 돌봐가면서 사세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이제 행복할 일만 기다릴거예요. 언제나 고맙고, 그리고 싸랑해요.
박동조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그 날의 소회를 담담하게 잘 적어 주셨군요.저는 그 날 이런 저런 일로 많이 놀랐습니다.
식장에 들어가니 이숙희 발행인님이 앉아 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몇 시간 전에 '예쁘게
하고 오시라'고 문자를 보내셨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저희 세 사람은 같이 걱정을 하다가 순서에 따라 신인상을 받았지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박선생님이 들어오실 때 제가 인사를 드렸는데, 정신이 없으신 것 같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인상 수상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문운이 활짝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예, 제가 정신이 없었던 거 맞습니다.
원래 담이 커서 여간한 일은 눈도 까딱 안 하는 성격인데
원캉 많은 분들이 쳐다보이 그만 정신이 해까닥 했네요.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비를 뚫고 오시느라 고생 많았지요
그래도 차 안에서 양동이로 퍼 붓는 빗물
경험하기 쉽지 않거든요
가만히 보고있으면 그 또한 강물 같거든요
마음이 콩닥거려 아무생각 없었지요
마 ~~즐기며 오시라고 말씀 들릴 걸 그랬네요
오랫만에 참으로 반가웠고요 수상 거듭 축하합니다.
수영씨, 우리는 동문 아니던가요.
이바구도 별로 몬 해보고 아고, 아시버라.
다음 달 말일 울산 오세요.
선생님 이제 보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잘 가셨는지요.
특별한 시상식을 치렀으니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겠습니다.
저는 그 날 바빠서 허둥지둥 하느랴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
늦게나마 수상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제 만나서 반갑기는 했지만 어째 수박 겉을 맛본 기분입니다.
대구 분들은 어제 다 밤 새고 가셨는지요?
다음 달 31일 울산 오세요. 그때 바닷길도 걷고 하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