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조 중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후궁들의 음모와 암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문정왕후 윤씨의 정권 쟁탈과정이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역사소설. 정치개혁을 부르짖은 조광조 중심의 유림세력은 후궁을 배경으로 한 대신들의 모함으로 기묘사화의 참변을 당한다. 중종의 뒤를 이어 서른 살에 왕위에 오른 인종은 일찍이 조광조의 가르침으로 어질고 효성스러웠으나, 연약한 몸으로 문정왕후 윤씨의 괴롭힘 끝에 재위 1년 만에 죽게 된다. 12살의 어린 나이로 보위에 오른 명종의 뒤에서 수렴청정하게 된 문정왕후는 정권을 장악한다. 그녀는 20년간 조선 정권을 뒤흔든 여성 독재자가 되는데...전3권.
저자소개
월탄(月灘) 박종화(朴鍾和, 1901∼1981)는 [목 매이는 여자](1923)를 시작으로 [세종대왕](1977)에 이르기까지 총 20여 편의 역사소설을 발표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역사소설의 외길 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월탄이 처음부터 역사소설을 창작한 것은 아니다. 그는 1921년 [장미촌] 창간호에 시 [오뇌의 청춘], [우윳빛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 과정을 거치고, 1922년 [백조] 동인으로 참여하여 시뿐만 아니라 평론,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한다. [백조]에 발표한 단편소설이 신숙주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첫 소설이자 한국 역사소설의 초기 작품으로 여겨지는 [목 매이는 여자]다. 그 후 첫 시집 [흑방비곡](1924)을 상재(上梓)하기까지 그는 주로 시인으로 활동했다.
월탄이 본격적으로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한 시기는 [매일신보]에 연재된 [금삼의 피](1935) 이후라 할 수 있다. [금삼의 피] 이후 [대춘부](1938), [전야](1940), [다정불심](1940) 등 그를 대표할 수 있는 역사소설이 속속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소설의 본격적인 창작 시기는 월탄 역사소설의 지향점을 시사해 준다. 그가 활발하게 역사소설을 창작하던 시기는 조선에 대한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본격화되던 1930년대 중·후반이다. 그는 역사소설을 통해 훼손된 민족의식을 복원하고자 하였으며 민족애를 일깨우고 민족정기를 드높이고자 했다. 그에게 역사소설은 사회 현실에 참여하는 방법이었으며 나아가 민족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편이었다. 또한 민족을 억압하는 식민지 현실에 저항하는 길이었다. 그는 스스로 천명(闡明)하였듯이 철저한 민족주의자였다.
광복 이후에도 역사소설의 창작은 계속된다. 주요작품으로 [임진왜란](1954)을 비롯하여 [여인천하](1959), [자고 가는 저 구름아](1961), [아름다운 이 조국을](1965), [세종대왕](1969)이 있으며 이 밖에도 여러 역사소설이 발표되었다. 위의 작품들이 대부분 방대한 분량의 장편소설이므로 각 작품의 면면을 세세히 살펴볼 수는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는 있다. 그것은 당대 현실과의 연관성이다. 월탄은 당대 현실을 조명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채택하고 그것을 소설화함으로써 당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제시한다. 그의 역사소설은 현실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며 그의 역사소설이 담지하고 있는 것은 당대의 현실이다. 여기에서 당대 현실에 대한 작가의 판단이나 태도가 어떠한가는 별개의 문제다.
월탄은 역사소설을 통한 사회 참여 이외에 실제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1949년부터 1954년까지 서울신문 사장을 지냈으며 1955년에는 예술원(藝術院)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1970년에는 통일원 고문, 1980년에는 국정 자문위원을 맡기도 하였다. 이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제1회 문학공로상(1955), 문화훈장 대통령장(1962), 5·16민족상 제1회 문학상(1966),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1970)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대로 위와 같은 이력과 수상 경력은 그를 체제 지향적 인물로 평가하고 그의 역사소설의 가치를 폄하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역사소설이 대부분 신문 연재 형식으로 발표되었다는 이유로 상업적이며 통속적인 작품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어떤 작가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남긴 한국 역사소설의 거목으로서의 월탄의 위상을 흔들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