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바다로 산을 산으로 그냥 두라
안개낀 날의 강진만은
자욱한 안개에 가려 온통 바다처럼 보인다.
이런 날은 평소 보지 못하던.
아니
간척을 하기 전 옛날의 강진만을 보는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내가 처음 백련사를 찾을 때만 해도
물이 빠진 갯벌에 아낙네들이 즐비했고,
가을이면 갈대숲도 장관이었다.
이 젠 그모습은 옛날 얘기가 됐고.
그곳에 간척지가 들어서
강진만의 반이 뚝 잘려 나간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쌀 좀 더 얻겠다고, 농토를 더 확장하겠다고
갯벌을 메운 그곳에는 지금 모내기가 한창이다.
그나마 만 전체를 메우지 않고
양옆으로만 둑을 쌓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곳에 오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 하는 말이 강진 사람들의 심사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 "강진도 뻘을 메워버려 별 재미가 없어요. 잉."
좁은 국토를 어떻게든 넓혀서 더 많은
쌀을 얻고자 한 그 당시 정책이야 시대적인 소산이라 치자.
그런데 요즘도 새만금이다. 어디다 하며
자리만 있으면 바다에 줄을 긋고 메우기가 한창이다.
일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간척을해서 농사를 짓든 공단이 들어서든 얻는 것도 물론 있다.
그러나 땅이란 게
한번 용도를 바꾸고 나면 회복하긴 힘들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것은
다음 세대가 누릴 것을 미리 쓰고 있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지구는 인류가 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인간의 탐욕까지 만족시킬 만큼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몇 안 되는 홀륭한 갯벌이라 들었다.
이제 쌀도 남아돌아
농민들이 수매 거부다 추수 거부다 하는 시절인데
근시안적인 간척 사업이나 멀쩡한 산들을
뻥뻥 구멍내는 도로 공사들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살다 보면 몸도 마음도 힘들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산사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한다.
갯벌은 자연의 재충전소다.
갯벌은 갯벌로. 산은 산으로 그냥 두는 게
결국은 온 중생이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아침공양 때 백김치가 들어왔다
구내염 때문에 김치 통도 내려쥐 버려
김치 먹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백김치이긴 하나 오랜만에
김치를 먹으니 밥 먹는 것 같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롤 케이크 한 조각도 곁들였다.
간식을 안 먹겠다고 일절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깜박했나 보다.
오늘은 기분도 좋고 해서 그냥 먹었다
점심공양 후 포행하는데 차담으로 강냉이 삶은 게 들어왔다.
옥수 수 하면 왠지 시골 맛이 안 나
난 그냥 강냉이란 이름을 잘 쓴다.
제법 토실한 게 알맞게 여물었다
문득 고향의 '먼당 밭'에서
한 아름씩 따내던 우리 강냉이가 생각났다.
그래,.
그때 참 좋았었지.
밤이 깊었다
문살에 걸린 달 주변으로
그런대로 봐줄 만한 달무리가 생겼다.
참 오랜만에 본다
내일 비가 오려나.
6, 22,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