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9. 나무날. 날씨: 날이 좀 풀렸는데 찬 바람이 있어 겉옷은 벗지 않는다.
아침열기-수학(셈-세자리 수 덧셈, 선그리기-원)-택견-점심-청소-풍물(장구 열채 만들기)-마침회-6학년 영어-교사회의
[셈과 선그리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장구 열채]
줄곧 두 번째 숲 속 놀이터로 아침 산책을 간다. 8시 50분 아침열기 시간을 모두가 맞추기에는 시간이 더 걸리나보다. 세 어린이가 늦는다. 땅이 얼어있다. 밀과 마늘이 날이 풀리기를 몹시 기다리는 듯 애처롭다. 둥글게 손을 잡고 명상을 하니 저마다 눈 감을 때 불그스름한 색이 보인다 한다.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따스한 햇빛, 나뭇가지의 속삭임, 부스럭거리는 가랑잎, 서로의 체온이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교실로 들어와 이어가는 아침열기, 고향의 봄과 사계의 봄, 두 곡을 불며 봄을 확인한다. 빗물 책과 쓰레기 책으로 아침 이야기가 연결되고, <항해> 노래와 손바닥 장단으로 한 기운이 되었다. 이제 선택 수업인 택견, 탁구, 줄넘기를 저마다 선택하는 시간이다. 저마다 하고 싶은 걸 고르라니 쉬 선택을 못한다. 나중에 선생이 택견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넨 탓인가 탁구와 줄넘기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자기 주장이 뚜렷한 우리 아이들임을 알기에 택견 선생님이 지난 해 아이들과 잘 지냈구나 싶었다. 약간 고민이라는 두 어린이는 택견을 하면서 다음 주에 한 번 선택해보겠다 한다. 그런데 택견 선생님은 쉽게 만날 수 없고, 탁구나 줄넘기는 우리들끼리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한다. 첫 선택 수업은 아무래도 줄넘기만 남겠다 싶다. 일주일을 살았으니 아이들이 자리를 바꾸자 한다. 한 주마다 자리를 바꾸어보자 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자리를 바꾸고 싶어하 어린이들이 두 어린이 뿐이다. 그래서 알아서 자리를 바꾸라는 말에도 쉽게 옮겨지지 않더니 두 어린이가 자리를 바꾸는 걸로 마무리된다. 3월에는 한 주마다 어린이들끼리 바꿔보고, 4월부터는 차례로 다 함께 자리를 바꿔보자 제안했더니 모두 찬성한다. 안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변화를 주는 자리 배치로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겠다.
한참 쉰 뒤 수학 시간에는 제도권학교 교과서를 나눠주고 셈을 해 봤다. 부모님들 도움으로 제도권학교 교과서가 많이 와서 따로 책을 사지 않고도 셈을 익힐 수 있어 좋은데 아이들도 처음 받아보는 수학책이라고 좋아한다. 수학 공책을 쓰고, 익힘책을 받으니 새로운지 모두 좋아한다. 작은 자극이 긴장과 설렘을 가져다 주는 셈이다. 지난 번 준 익힘책과 오늘 준 수학책으로 꾸준히 셈을 익히면 연습하기에 알맞겠다. 새 책을 익힐 겸 첫 장 세 자리 수 덧셈을 두 쪽 같이 풀어보았다. 받아올림과 내림이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가로셈이 아직도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자꾸 일의 자리에서 거꾸로 셈을 하려해서 가로셈과 어림셈을 다시 가르쳐주었다. 가로셈부터 다시 연습해서 세로셈의 정확성으로 넘어가면 되겠다. 세 자릿 수 덧셈을 스스로 익혀보라고 익힘책 네 쪽을 다음주 까지 풀어보라고 했더니 집에 가져가서 풀겠다 하는 걸 집에 가져가면 숙제가 되니 되도록 학교에서 하라고 했더니 마침회 때 까지 다 푼 어린이들이 나온다. 집에서 가서 풀겠다는 어린이들은 스스로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많이 틀릴 수록 나중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셈도 필요하지만 규칙을 찾고 기준을 세워가는 수학 머리가 중요하다고 알려주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연에서, 손끝활동에서, 텃밭에서 수학으로 연결되는 활동이 자연스러운 어린이들이니 모두 수학박사가 될 거라니 또 고개를 갸우뚱하는 알찬샘 3학년들, 한 해 지나면 자신있게 수학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도록 선생이 할 노릇이 많다. 영특한 아이들이라 벌써부터 그 날이 기대된다. 선그리기는 곧은선과 굽은선을 그려가며 도형과 대칭, 규칙을 찾아가는 명상의 시간이다. 첫 선그리기는 원을 만난다. 곧은선과 굽은선이 어울려 조화를 이뤄가는 창조의 시간이 되려면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보는 굽은선과 곧은선 이야기를 많이 들려줘야 하고, 그 형태를 많이 그려봐야 한다. 첫 수업이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원을 만나는 걸로 만족한다. 다음에는 실과 다양한 재료로 원을 만들어보며 선그리기로 연결될 것이다. 그 바탕위에 선으로 구구단을 그려가며 도형과 셈을 함께 익히리라. 아이들 모두 손끝이 야무져 빠져드는 원을 만들어냈다.
낮 공부는 풍물이다. 3학년은 1, 2학년 때 배운 난타 장단과 가락을 바탕으로 설장구를 배우게 된다. 그런데 3학년, 4학년이 장구를 치는데 장구 수가 부족해 시간을 나누고, 강당은 1, 2학년이 난타를 해야 해서 공간 배치도 필요하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장구 열채 만든다는 말에 환호성을 지른다.
학교 마당으로 내려와 연장을 챙기는데 마당쪽 농사도구 창고가 깨끗해서 참 좋다. 최명희 선생이 정리정돈을 제대로 해놓았다. 역시 정리정돈은 다음 사람이 쓸 수 있게 하는 배려이다. 학교 곳곳이 그러면 참 좋겠다. 하기야 날마다 쓰레기 분류함을 정리해 제 때에 밖에 내놓는 분도 있으니 사실 곳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정리정돈을 실천하며 모두를 이롭게 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가 잘 살고 있는 셈이다.
준비한 대나무를 낫으로 갈라 기본 틀을 만들어 주니 저마다 손에 맞는 열채를 깎는다. 칼을 써야 해서 모두 안전 주의를 듣고 장갑을 끼고 대나무 열채를 깍는 모습은 그야말로 집중 그 자체다. 역시 아이들은 일을 놀이로, 놀라운 집중력으로, 생산의 기쁨을 맛본다. 작은 물건이라도 스스로 만들어보는 일이 돈 주고 사는 것에 비할까. 선생의 생각을 알았는지 아이가 그런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다.
" 선생님 장구 살 때 열채도 파는데 우리는 이렇게 열채를 만들어 쓸 수도 있는거네요."
순간 우리나라 많은 아이들이 맑은샘 아이들처럼 일과 놀이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와 피크오일 시대 자연의 작은 존재인 인간이 마냥 소비하고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만을 만들어내서는 우리에게 앞날은 없지 않을까. 작은 열채 하나에 지구와 자연을 생각하는 날이다. 아이들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가 깎은 열채로 일채, 이채, 삼채까지 배웠다. 다음 주 제대로 장구를 치겠구나. 이제 궁채 만들기만 남았다.
첫댓글 DIY의 열망이 있네요 아이들이 ㅎ
늘 몸을 쓸 궁리를 하는 아이들~
얼쑤~!
덩따쿵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