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이란 농업계에서 쓰는 용어다. 6차 산업이란 농업의 1차, 제조가공업의 2차, 유통·관광·서비스업의 3차를 융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개념이다. 공식 명칭은 농촌융복합산업이다. 단순히 농산물만 생산해서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통 과정의 시너지를 내 소득을 더 높인다는 취지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혁신적인 농장이 상을 받았다. 우수 사례를 보면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해 도매 시장에 내다 파는 모습에서 진화했다. 목표 고객을 잘 선정해 매출을 올리거나, 농산물을 좀 더 나은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거나, 체험 서비스를 재미있게 제공해 관람객을 충성 고객으로 만든 사례도 있었다. 요즈음은 농장이나 농업 법인 같은 경영체를 지역 단위로 선정해 상을 준다. 지역마다 있는 향토산업을 6차산업으로 혁신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농산물을 제조·가공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고소득을 올리면 우수사례로 선정되기 때문에 많은 농가와 농업법인체가 도전하고 있다. 농가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어 상품화에 성공해 매출을 올린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상품이 장류다. 장류란 된장, 고추장, 간장 같은 것이다. 지금은 공장에서 만든 된장이나 간장을 소비자가 많이 쓰지만 농가에서 직접 전통방식이나 새로운 비법을 개발해 진짜 맛있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내어 성공한 농장도 있다. 그리고 된장을 생산하면서 지역 농가의 콩을 모두 수매해줘 어려운 지역 농민의 숨통을 트게 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잘 팔게 되면 농민들의 농산물도 덩달아 잘 팔리기 때문에 6차산업이 중요하다. 6차산업은 반드시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지금 6차산업 우수 사례 경진대회는 지금 지역 경선을 마치고 전국대회 심사 과정 중이다. 그동안 결선에 오른 농장 리스트를 보면 역시 1차와 3차를 복합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로컬 푸드 직매장이 이에 해당한다. 지역의 노인이나 취약계층, 귀농·귀촌인 등의 농산물을 직접 수거하거나 받아 매장에 진열해 판매하는 것이 로컬 푸드 직매장이다. 판매 장소를 제공하고 도시민들에게 직접 마케팅하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낸다. 또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 농장도 있다. 예를 들면 산머루나 애완돼지, 소 목장을 잘 꾸며서 지역의 명소로 만들고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지역으로 보면 눈에 띄는 곳이 강원도다. 강원도는 초기부터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한 농장씩 선정됐다. 원주의 돼지농장이나 홍천의 한우 농장 연합체, 영월의 콩농협, 횡성의 우유목장이 주인공이다. 강원도가 축산업이 발달해 그런지 돼지나 소 목장이 많이 선정됐다. 우유로 요거트, 아이스크림, 치즈를 만들어 팔고 HACCP 인증을 받고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우수 사례가 됐다. 또 비타민 나무를 키우면서 좋은 가공상품을 만든 횡성의 농장도 상을 받았다. 다들 고급화로 성공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6차산업 우수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귀농·귀촌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 참고할 것이 바로 이 우수사례다. 농사를 수십 년 동안 지어 온 농민도 무슨 농사를 지으면 좋으냐고 묻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오죽 답답하면 물어볼까. 주변 환경이 많이 바뀌고 농경제가 안 좋은 까닭이다. 그 질문에 6차산업으로 성공한 농장을 벤치마킹하고 그대로 따라 하라고 답한다.
우수 농장은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좋은 시스템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 낸다. 아직도 유행 따라 나무 심고 작물 심는 귀농·귀촌인이 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겠지만 대개는 농업은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무엇이든지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상품 개발을 해야 한다. 자꾸 유행 따라 잘 되는 것에 기대고 묻어갔다가는 큰코다치는 경우가 많다.
6차산업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들 가운데 기억나는 농가를 들라면 원래 한복집을 만들던 사람이 농촌에 와 한복을 농업과 융합해 농촌 체험 사업으로 창조한 연꽃농장을 꼽고 싶다. 그 농장주를 만나 비결을 들으니 아이디어가 훌륭한 사람이라기보다 본업에 충실한 좋은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십이 좋은 농산물을 만들고 좋은 상품을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곧 전국대회가 열릴 텐데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올해는 어떤 좋은 리더가 나타날지 말이다.
슬로우빌리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