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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신, 장흥시장에서만 볼수 있는 풍경입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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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과 엿을 파는 매점. '여보 오늘 엿이나 먹읍시다'라는 글귀가 재미있습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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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장흥 토요시장이 유명해졌을까!' 라는 생각으로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시장을 한바퀴 천천히 쭉 들러 봐도 시골 할머니들이 보따리를 펼쳐놓고 관광객들을 맞는 풍경 외에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내 이름은 김막례, 오산댁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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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막례 할머님 명찰, 가져온 농산물 품질 보증의 증표입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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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넘은 시각. 어떤 할머니는 가지고 나온 물건이 다 팔렸는지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또 다른 분들은 많지는 않지만 언제 저것을 다 파실지 걱정이 될 정도로 냉이와 시금치를 소복히 쌓아 놓고 앉아 계십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호객행위를 할만도 한데 관광객들과 눈을 마주치면 순박한 미소만 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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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막례 할머님은 가져온 물건을 다 팔으셨는데, 옆에 계신 할머님은 아직 많이 남았네요. 그래도 행복하시답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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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도시민들과는 달리 장사가 장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걱정이 없어 보이는 장터 할머니들의 여유 있는 얼굴. 이것이 장흥 장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 찍지마! 쭈글쭈글한 얼굴 왜 자꾸 찍누. 찍을려면 좀 제대로 찍어라."
여유로운 어느 할머니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셔터를 누른 제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포즈를 취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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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얼마나 파셨어요?" 라는 질문에 "노코멘트"랍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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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얼마나 파셨어요?"
"안 갈켜줘"
"한 5만원?" 하면서 손가락을 다섯 개 펴 보이자 "대충 그 정도 될걸" 이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보입니다.
"아하~ 할머니 성함이 김말례예요?"
자세히 보니 장터에 계신 대부분의 할머님들이 명찰을 목에 걸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실명제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가져 나오신 농산물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겠다는 것'과 '내가 판매하는 물건은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의지로 보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지역의 어느 장터처럼 중국산을 가져와 특산품인양 판매를 하는 등의 행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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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산품 장터, 읍면별로 특색있는 상품을 전시 판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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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하나는 5일장처럼 옷가게나 대형 과일 좌판 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장흥 토요장터는 외지 상인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외지 상인들의 입점을 허용할 경우 불친절, 바가지요금 등 지역 이미지 훼손 방지를 위한 시장상인들의 의지가 아닐는지요.
'장흥이라는 넉넉한 고유의 인심 그리고 생동감이 이곳 토요장터를 유명하게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다음에 들른 곳은 관광안내센터입니다.
세 명의 직원들이 전화를 받고 일어서서 관광객들을 안내 하느라 분주한 풍경입니다. (이렇게 바쁜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묻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오마이뉴스에서 왔습니다. 너무 바쁘신 것 같아서 선생님 명함을 주신다면, 돌아가서 전화로 몇 가지 좀 여쭙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명함을 건네자,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제가 안내를 해 드렸을 텐데요." 라고 말하며 내게 주는 명함을 받아보니 '이승주 장흥군청 지역경제 계장님'.
감히 도시 공무원들은 (지역을 위해 휴일에도 나와서 일하는 것은)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이런 헌신적으로 지역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어 장흥 토요장터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단합이 잘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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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시장 화장실, 벽화를 붙여 아늑한 공간으로 조성을 해 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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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3월4일) 명함을 주신 이승주 계장님께 전화를 드릴까 하다 어제의 근무로 피곤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장흥군청에 물어서)실무자이신 장흥군청 주성환 지역경제 주무관님에게 궁금한 몇가지 사항을 물었습니다.
- 장흥 토요시장이 언제부터 시작이 됐고, 어떻게 이런 장터를 열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장흥 토요시장이 처음 문을 연 것은 2005년 7월 2일입니다. 과거에 장흥장이 호남 5대장에 꼽힐 정도로 유명했었는데, 읍내에 중형마트가 생겨나면서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역 고유의 먹거리를 만들고, 시골 고유의 전통을 살려 나간다면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그게 적중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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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전통시장, 토요장터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나가고 있습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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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보니까 장흥 토요시장을 찾는 관광객 수가 엄청나던데요. 1회 평균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지요, 또 주로 어느 지역에서 많이 찾고 계신가요?
"말씀드리기 전에 왜 토요장터로 시작을 했는지 먼저 말해 보겠습니다. 사실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이곳 장흥까지 하루에 다녀가시기는 좀 먼 거리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토요일에 장터를 돌아보시고 다음날 장흥관광 유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켜 나가자는 것이 토요장터의 근본 취지입니다. 그래서 장흥 관광지를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 놓앗습니다. 매주 토요일 평균 관광객 수는 정확한 집계는 내지 않고 있습니다만, 1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구요. 주 고객으로는 호남권과 영남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만, 향후 체계적인 홍보를 통해 수도권 관광객 유치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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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시장옆 둔치 정검다리, 이곳에서 매년 여름이면 물축제가 열린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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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 나오신 할머님들이 명찰을 달고 계시던데,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장에 나오시는 할머님들이 모두 163명이신데, 서로 나오시려는 경쟁력으로 인해 지금 2교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할머님들께 명찰을 달아 드림으로 해서 개인적으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긍지를 심어드리니까, 바가지요금도 없어지고 순수 지역산품만 판매하는 풍조가 정착된 것 같습니다.
- '장흥에는 인구보다 소가 더 많다'는 말이 들리던데, 그 많은 소를 누가 다 키우나요?(웃음) 그리고 삼합이라 상품을 개발한 배경이 있다면...
"장흥군은 10개 읍면(3개읍, 7개면)이 있고, 인구는 4만2천명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한우가 5만1천 마리 정도 되니까 인구수보다 소가 더 많이 사는 게 맞네요. 장흥에서 유명한 것이 키조개입니다. 전량 일본에 수출을 할 정도로 장흥의 키조개가 유명한데 여기에 특산물인 표고버섯과 한우를 합쳐서 지역 브랜드인 삼합을 만들었습니다. 이 음식 때문에 일부러 장흥 토요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그리고 한우를 판매하는 식당에서는 장흥의 축산 농가를 찾아 한우를 사서 인근 나주에서(장흥에는 도축시설이 없음) 전날 또는 당일에 도축을 해 오기 때문에 한우 고기가 신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토요시장 문을 열 때는 한우 판매 식당이 2~3개 업소였는데, 지금은 한우를 판매하는 식당이 17개소입니다. 그 정도로 삼합이 장흥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거죠.
- 휴일(토요일)임에도 공무원들이 현장(장터)에서 근무를 하시던데, 매주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시는지.
"공무원들이 매주 토요일 교대로 교통안내, 안전계도, 친절 캠페인 등을 펼칩니다. 2005년 토요시장이 시작될 때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체계가 잘 잡혀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오래되고 장흥 토요시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다 보니까, 공무원들은 (휴일 근무에 대한)불만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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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툐요시장 출구.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세요 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
ⓒ 신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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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장흥까지 오려면 그 흔한 기차도 없습니다. 또 진입로는 2차선으로 매우 열악합니다. 이런 여건에서 운영되는 장흥 토요시장. 전국적인 명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주민들의 단합 그리고 순수한 사람들의 인정에 의한 결과물이란 생각입니다.